(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저물가에 고민하던 유럽과 미국에서 수 십년 만에 최대폭으로 물가가 올랐다는 뉴스가 예삿일이 됐다.
유럽 대륙 최대 경제국 독일은 통일 이후 30년 넘게 만에 최대폭으로, 유로존 4대 경제국 스페인은 37년 만에 최대폭으로 물가가 상승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 달을 넘기며 전쟁의 여파가 유럽 경제를 옥죄며 사회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와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스페인 통계청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은 2월 7.6%에서 3월 9.8%로 뛰어 1985년 5월 이후 최고로 올랐다. 통계청은 성명을 통해 "대부분 항목이 전반적으로 올랐다"며 "전기료, 연료비, 유가부터 식품, 비알코올 음료까지 1년 전에 비해 크게 올랐다"고 밝혔다.
사회당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에 따르면 물가 상승의 73%가 에너지와 농산물 시장의 공급차질에 따른 것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다. 산체스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총알이 우리를 향하지 않지만 전쟁의 영향력은 우리를 향한다"고 말했다.
물가 폭등에 스페인 사회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AFP에 따르면 개인사업의 트럭 운전사들은 치솟는 연료비에 항의하며 이달 14일 이후 도로를 막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트럭운전사들의 시위로 달걀, 유제품과 같은 신선 제품들이 일부 지역에서 공급이 부족하다고 AFP는 전했다.
독일 인플레이션도 22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독일연방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7.3% 올랐는데 2월 5.1%를 크게 상회했다. 1992년 초 독일 통일 이후 최고의 인플레이션이다.
물가상승률이 지금처럼 높았던 가장 최근은 독일이 동과 서로 분단됐던 1981년 가을이었다. 당시는 이란과 이라크 전쟁으로 유가가 급격하게 오르며 인플레이션이 심했다. 현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독일의 물가를 천정부지로 끌어 올리고 있다.
유럽에서 전쟁이 장기화하면 에너지 가격과 생활비 전반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유럽중앙은행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경고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유럽경제 전망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드리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30일 기자회견에서 "전쟁의 경제적 영향력은 '공급 충격'으로 가장 잘 표현된다"며 "인플레이션을 끌어 올리는 동시에 성장을 낮출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들이 지출을 더 많이 억제할 수 있다고 라가르드 총재는 예상했다. 소비자 신뢰는 2020년 5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고 장기평균을 밑돌고 있다. 그는 "전쟁이 길어질 수록 비용은 더 커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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