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할머니가 코로나19를 2주간 앓으셨다는 사실을 임종 후에야 들었습니다."
최근 요양병원에서 지내던 할머니를 여읜 김모씨(35)는 이 같이 말했다. 지난 1월 할머니가 머물던 요양병원에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면서 김씨의 할머니도 이때 확진 판정 2주 만에 생을 마감했다. 그 사이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한 김씨 가족이 강력하게 항의하자 병원 측은 ‘위급 환자가 속출해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김씨는 "돌아가시기 전 '위급하다' '아프다'라는 말이라도 들었으면 이렇게 마음이 안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코로나19 고위험군이 몰린 요양병원 등에서 사망자가 폭증하고 있다. 특히 위중증 환자 수가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어 향후 피해가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뒤늦게나마 먹는 치료제 신속 보급 등 요양병원 대책을 마련해 최대한 피해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요양병원發 사망자 32.7%
3월 31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달 코로나19 사망자 중 요양병원·시설 비중은 32.7%에 달한다. 사망자 3명 중 1명은 요양병원·시설에서 나오는 셈이다. 이번 달 코로나19 사망자가 이날 0시 기준 8060명인 점을 감안하면 요양병원·시설 내 사망자는 2600여명으로 추산된다.
요양병원·시설은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이 밀집한 특성상 적절한 치료를 제때 못 받으면 사망할 가능성이 일반 확진자 보다 훨씬 높다. 게다가 요양병원·시설은 일반 병원보다 치료역량도 떨어진다.
요양병원 관계자들은 시설 특성상 집단감염이 일상적이라고 호소했다. 경기도 일산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보통 코로나19에 감염되면 격리를 하는데 요양병원은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며 "통증을 호소하는 어르신을 검사해보면 이미 대다수가 확진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치료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아 잇따라 사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박씨는 "고위험군이다보니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가게 되는데 이 조차도 과정이 오래 걸린다"며 "그 사이에 어르신에게 손 쓸수 있는 골든타임이 지나간다"고 밝혔다.
위중증 인원을 실어나르는 구급대원도 고충이 크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구급대원 이모씨는 "위중증 환자를 태우더라도 전담병원 병상을 구하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라면서 "길 위에서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고 설명했다.
■"조기진단, 치료 이뤄져야"
온라인에서는 요양병원의 부족한 대응으로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사례가 나온다. 한 맘카페에는 "부모님이 요양병원에 입원했는데 확진 일주일 넘게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치료도 소홀하다 결국 이틀 후에 돌아가셨다"는 글이 올라왔다.
요양병원 등에서 전체 사망자 10명 중 3명 넘게 발생하자 정부는 요양병원·시설 관리 강화방안을 꺼내 들었다. 방역당국은 중증일 경우 병상 배정 핫라인을 통해 빠르게 이송할수 있도록 지원하고, 경증이라도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층은 적극 병상 배정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먹는 치료제를 적극 처방하고,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해 인력도 지원키로 했다. 이날부터 요양시설에서 확진된 요양보호사 등 돌봄 직원의 격리기간을 7일에서 3일로 단축했다.
전문가들은 요양병원의 감염과 위중증을 막기 위해서는 재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기평석 대한요양병원 협회장은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감염에 의한 사망을 줄이기 위해서는 신속항원검사가 자유롭게 요양병원에서 행해져야 한다"며 "먹는 치료제의 경우에도 요양병원에 비상으로 일정 부분 재고를 둬 신속한 투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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