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러軍 상징 ‘Z’ 뺀 갤럭시… 우크라 전쟁에 고민깊은 IT업계

김준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31 18:09

수정 2022.03.31 18:09

삼성 발트3국 폴드·플립 변경
스마트폰 러시아 수출도 중단
러와 협력해오던 KT도 부담감
삼성전자 에스토니아 홈페이지에 표기된 '갤럭시플립3'(왼쪽)와 삼성전자 러시아 홈페이지에 표기된 '갤럭시Z플립3'. 두 제품은 같은 기종이다. 삼성전자 해당국 홈페이지
삼성전자 에스토니아 홈페이지에 표기된 '갤럭시플립3'(왼쪽)와 삼성전자 러시아 홈페이지에 표기된 '갤럭시Z플립3'. 두 제품은 같은 기종이다. 삼성전자 해당국 홈페이지
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 등 발트3국 내 삼성전자 법인은 온라인 스토어상 Z시리즈 제품명에서 'Z'자를 임의로 삭제했다. 러시아 군대의 상징으로 떠오른 Z 표식에 대한 해당 국가 내 거부감 등 정서를 감안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전으로 이어질 기미를 보이면서 러시아 및 그 주변국에서 사업을 유지해 온 정보통신(IT) 업계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 차원의 경제적 제재 등 압박과 사업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다.

■삼성, 발트3국 'Z플립3'→'플립3'

3월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 등 발트3국 내 삼성전자 홈페이지에는 갤럭시Z폴드3·Z플립3 제품명이 갤럭시폴드3·플립3로 변경돼 있다.

Z 표식은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러시아 군이 군대에 표기하면서 부정적인 상징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독일은 Z를 표기한 정치적 의사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기도 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국이기도 한 해당 발트3국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주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현재 전쟁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국가들로 분류된다.

제품명에도 의미가 부여되면서 해당 국가를 비롯해 러시아에서도 사업을 유지해 온 삼성전자 셈법도 복잡해지게 됐다.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현재 러시아에 스마트폰 수출을 중단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영역에 국제 정세가 영향을 끼치면서 삼성 입장에서도 곤란할 것 같다"며 "이에 더해 루블화 폭락 등으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우크라이나 홈페이지에서는 Z시리즈 제품명이 바뀌지 않은 상태다.

■러와 소통해온 KT도 "예의주시"

지난 2017년부터 러시아 기관 및 기업과 협력을 이어온 KT도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러시아 침공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 진출을 적극 추진해 온 KT 입장에서 현 국제정세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러시아 극동개발공사와 헬스케어·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 △블라디보스톡 시정부와 '인공지능(AI) 스마트 주차장 관제 시스템' 시범 사업을 진행했다.


올해는 △러 IT 기업 얀덱스(Yandex)와 AI·로봇·자율주행 분야 사업 협력 △동유럽 통신사 모바일텔레시스템즈(MTS) 협력 등 러시아 침공 전까지 러시아 시장 공략에 공을 들였다.

대부분 기업간(B2B) 협약이라는 점, 실질적 파트너십 전 단계인 MOU라는 점 등을 이유로 실질적 타격을 예상하긴 어렵지만, 러시아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인 KT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KT 측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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