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메타버스(가상세계)'를 기반으로 한 국내 가상 부동산 투자 플랫폼 업체들의 진출이 잇따르면서 가상 부동산 투자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높은 수익률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실제 부동산 구매가 아닌 가상 세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2020년 말 가상 부동산 플랫폼인 어스2(Earth2)에서 가상의 서울 부동산을 구매한 이용자들은 현재 수 백배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플랫폼에서 청와대는 같은해 11월 57달러(7만원)에 거래됐는데 현재 1만9990달러(2430만원)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 서초구 잠원한강공원 일부는 지난해 1월 1095달러(133만원)에 첫 소유자가 결정됐다. 같은 해 6월에는 2990달러(363만원)에 손바뀜 됐다. 현재 1만1812달러(1435만원)의 가치로 추정된다.
어스2는 2020년 11월 호주 출신의 프로그래머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글맵을 이용해 전 세계의 부동산을 가상으로 사고팔 수 있다. 매달 60만명 정도의 이용자가 활동 중이며, 이 중 한국인(9.55%)이 전 세계에서 2번째로 많다.
가상 부동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 국산 플랫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어스2와 유사한 메타렉스, 트윈코리아, 세컨서울이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오픈했다.
경쟁업체가 등장하는 등 가상 부동산 시장 크기는 커지고 있지만, 투자에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어스2의 경우 회사로부터 이용자가 땅을 구매하는 것 외에 이용자 간 거래는 활발하지 않다.
투자자로서는 자금 회수 및 수익 창출이 쉽지 않은 점도 부담이다. 실제, 어스2에서는 회사가 제공하는 추정 가치에 한참 못 미치게 가상 부동산을 내놓은 이용자도 있다.
세컨드라이프의 경험도 주목해야 한다. 세컨드라이프는 2003년 미국 개발자가 출시한 가상세계다. 2006년 5월 부동산을 바탕으로 백만장자가 된 안시 청(Anshe Chung)이라는 아바타가 미국의 유력 경제 주간지 커버에 실리는 등 화제가 됐다.
이후 페이스북 등에 밀리며 쇠락을 계속했다. 1달러당 게임화폐 환율은 2006년 1린든달러(세컨드라이프 내 화폐단위)에서 현재 320린든달러로 상승했다. 달러로 린든달러에 투자했을 시 16년 동안 1억원이 300만원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가상 부동산은 실물 부동산과 달리 실질적인 효용이 없다"며 "희소성 가치로 관심을 모으고 있으나, 아직은 기대감이라는 막연한 희망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도권 밖이어서 투자자 보호수단이 미흡하고 검증까지 시간이 오래 남은만큼 사려깊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규정 한투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가상 부동산을 비롯해 기술을 활용한 여러 부동산 투자 모델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투자하더라도 소액으로 한번 참여하는 정도에 그치길 추천하다"고 말했다.
heath@fnnews.com 김희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