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1일 향년 94세로 별세한 고(故) 송삼석 모나미 명예회장은 국내에서 잉크가 담긴 볼펜을 최초로 만들어 '필기구의 혁명'을 이끈 주인공이다. 늘 웃음기를 잃지 않고 온화한 인품으로 직원들과 소통한 경영인이다.
송 명예회장은 1928년 전라북도 완주에서 태어나 1945년 전주고등학교를 나와 1952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송 명예회장은 한국전쟁을 온몸으로 겪은 후 1960년 회화용품 제조업체인 광신화학공업을 설립했다. 최빈국을 벗어나지 못하던 때다. 처음에는 물감과 크레파스인 '왕자파스'를 생산해 판매했다. 당시 광신화학공업의 물감과 왕자파스는 품질이 좋아 학생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자체기술을 키우던 중 1962년 5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산업박람회에서 전자계산기를 전시하러 온 일본 회사 직원이 볼펜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볼펜 개발에 뛰어들었다.
결국 회사를 세운지 3년 만인 1963년 '모나미153' 개발에 성공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잉크가 담긴 펜을 생산한 것이다. 모나미153은 현재까지 40억 자루 이상 판매된 송 명예회장의 대표 작품이다.
모나미는 '내 친구'를 의미하는 프랑스어 'mon ami'에서 유래했다. 만년필이 주류였던 당시 문구 시장에 잉크가 필요 없고 가격 부담이 적은 볼펜의 등장은 필기구의 혁명으로 불릴 만큼 파급력이 강했다. 회사보다 제품명이 더 유명해진 덕에 1974년 사명을 모나미로 바꿨다. 같은해엔 모나미를 상장시켰다.
송 명예회장 70세가 되던 1997년 장남 송하경 회장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경영에서 물러났다.
모나미153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고인이 직접 쓴 회고록 '내가 걸어온 외길 50년'에 따르면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만큼 볼펜 이름에 풍요와 신뢰를 상징하는 성경 구절을 넣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송 명예회장 회고록에서 "(모나미153 이름은) 신약성서 요한복음 21장에 '베드로가 하나님이 지시한 곳에서 153마리의 고기를 잡았으나 그물이 찢어지지 않았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특별한 의미를 더하고 싶었다. 송 명예회장은 "'153'은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갑오' 즉, '아홉'을 만드는 숫자가 된다"며 '153'에서 앞의 '15'는 15원(1963년 출시 당시 서울 시내버스 요금과 신문 한 부 가격)이라는 뜻이고 '3'은 모나미가 만든 세 번째 제품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모나미 153 볼펜은 간결한 디자인과 뛰어난 가성비로 국민들로부터 오랜 시간 사랑받았다. 육각 형태의 바디(볼펜축), 헤드(선축), 노크, 스프링, 볼펜심 등 꼭 필요한 부품만으로 구성됐다. 가격은 아직까지도 300원이다.
송 명예회장의 아호는 '항소'(恒笑)로 알려져 있다. 수입 사무용품을 판매하는 모나미의 자회사 이름도 그의 아호인 '항소'다.
송 명예회장은 1989년 한국무역협회 이사와 한국경영자총협회 이사를 거치는 등 경영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97년에는 서울상공회의소 상임위원을 지냈다.
빈소는 연세대학교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이다. 장남 송하경 모나미 회장, 차남 송하철 모나미 부회장, 삼남 송하윤 모나미 사장 등이 빈소를 지킨다. 발인은 4일이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