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유승민 가세…판 커진 선거 최대 이슈
경선룰, 지역 연고 등 후보 간 신경전 치열
[수원=뉴시스]박상욱 기자 = 제8회 6·1지방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선급 주자들이 경기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이번 지방선거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표와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며 공정 경선과 지역 연고도 없는 인물이 후보로 나서는 게 적절한지 등에 대해 후보들 간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김동연·유승민 출마선언…요동치는 여야 후보 구도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대선에서 저는 정치교체와 국민통합이라는 공동 가치로 이재명 후보와 손을 맞잡았다"면서 경기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제 인생의 절반을 광주, 성남, 과천, 안양, 의왕에서 살았다. 공직과 대학총장을 하며 20년을 경기도에서 일했다"면서 "누구보다 경기도를 잘 알고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경기도는 제게 기회를 열어준 곳, 이제는 제가 헌신해야 할 곳"이라고 경기도와의 인연도 강조했다.
일찌감치 출마를 예고했던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경기도의회에 기자회견을 열고 "이순신 장군의 결기로 윤석열 정권과 맞서겠다. 저 안민석, 민주당 이름으로 승리하고 민주당과 함께 경기도청으로 들어갈 것이다"라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앞서 조정식 의원과 염태영 전 수원시장도 출마를 선언하고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서울 송파을 지역위원장을 반납한 최재성 전 의원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최 전 의원은 지난 30일 한 라디오에 출연, 경기지사 출마 의사 관련 질문에 "경기지사에 출사표를 던지는 것은 명분과 개인의 지향이 같이 있어야 한다"며 "경선인지 다른 방식인지 확인하고 판단할 작정"이라고 뜻을 내비쳤다.
민주당 일각에선 희박한 상황이지만 수도권 핵심지역인 경기도 수성을 위해선 이재명 전 지사가 등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부 있다고 전해진다.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어 선거판을 뒤흔들었다.
유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깊이 생각했고 이제 저의 마음을 확고히 정했음을 보고한다"며 "경기도는 인구 1400만명으로 대한민국 경제와 산업의 중심이고 국가안보의 보루다. 경제와 안보에서 평생 고민하고 해법 찾아온 제 인생을 경기도 발전을 위해 바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 국민의힘에선 함진규·심재철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고 지역을 돌며 기반을 견고히 다지고 있다. 앞서 출마를 선언했던 김영환 전 의원은 충북지사로 선회했다.
인수위 대변인을 맡은 김은혜 의원도 당의 세대교체 인재로 꼽히며 출마가 거론되고, 5선 출신의 정병국 전 의원도 꾸준히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여기에 보수성향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강용석 변호사도 다음 주 초에 출마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선룰, 지역 연고 놓고 신경전 치열
인구 1350만 여 명에 달하는 경기도는 전국 최대 광역자치단체로, 여야 모두 놓쳐서는 안되는 수도권 핵심지역이다.
민주당 입장에선 이재명 전 지사가 도정을 책임졌던 곳이고 이번 대선에서도 5%포인트 가량 격차로 우위를 점했던 터라 반드시 수성해야 하는 지역이다. 민주당 후보들도 '이재명 마케팅'에 주력하며 후광을 얻고자 안간힘이다.
국민의힘은 대선 결과를 발판삼아 경기도지사직을 탈환해 새 정권의 초기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같은 사정으로 여야 모두 대선주자급 인사들의 '차출'을 불러온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본선 후보를 선정할 경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 사이에서 경선룰 등과 관련해 벌써부터 신경전이 뜨겁다. 지역 연고도 없는 인사들이 '이름값' 하나로 명함을 내미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후보들은 당내 경선룰을 거론하며 김동연 대표를 견제하고 있다.
안 의원은 "경선 룰은 후보자에 따라 유·불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경기를 앞두고 룰을 바꾸는 것 후보자들간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기존 룰이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염 전 시장은 "양당구조를 비판하며 새로운물결을 창당한 기존의 행보와는 다소 상반된 길을 택한 것"이라고 김 대표를 저격했다. 또 공보단 명의의 논평을 통해 "김동연 대표의 경선룰 언급은 정치개혁이 아니다"라며 "당원이라면 당연히 준수해야 할 당헌·당규에 따른 경선룰이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며 오해의 소지를 남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소속 후보들도 유 전 의원에 대해 날을 세우고 있다.
국회 부의장 출신의 심재철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에 "당 일각에서 유 전 의원을 거물급 정치인이라며 경기도지사 후보에 꽃가마 태워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며 "경기도지사 후보 이전에 과연 유승민 전 의원을 거물급 정치인이라고 칭하는 것이 타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승민 전 대표는 원내대표 당시 자신을 정치적으로 후원하고 이끌어준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자당이 배출한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다. 이후 새누리당을 탄핵에 오염된 당이라며 박차고 나와 바른정당을 창당하여 보수의 극심한 분열을 초래했다"며 "보수 분열은 보수 궤멸로 이어졌으며 아직도 분열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고, 유승민 전 의원은 분열 행위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역대 우리당 경기도지사 후보들은 그야말로 정치 거물들이었지만 몰염치하게 전략공천을 달라고 한 적이 없다"며 "유승민 전 의원이 떳떳하게 공정한 경선에 참여하여 당원과 도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재선 국회의원 출신의 함진규 예비후보는 지난달 30일 유 전 의원을 향해 "올테면 와라. TV토론서 두고 보자. 당당하고 치열한 경선을 통한 후보 선출만이 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함 후보 측 관계자도 "아침부터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지역 사정을 전혀 모르는 인사를 전략공천한다면 선거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고 당원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유 전 의원은 지난 1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경기도와 접점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히딩크 감독이 대한민국 국적과 연고가 있어서 한국 축구 월드컵 4강을 만든 게 아니지 않나. 많은 경기도민이 원하는 건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일축했다.
도민들도 이같은 분위기에 상반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수원에 40년 이상을 살고 있는 한 시민은 "경기도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나.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들이 대중적인 인지도가 좀 높다고 해서 너도나도 경기지사를 해보겠다는 것은 경기도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당원들이나 예비후보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성남시 수정구의 한 유권자는 "경기도 출신만이 경기지사를 하라는 법은 없다. 대한민국의 축소판인 경기도의 미래를 위해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관계 없다"며 "공정한 경선의 기회를 보장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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