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지난 연말 예산안 심사로 갈등을 겪었던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추가경정예산안을 놓고 다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시의회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약사업 예산은 일부 삭감한 반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의원들의 지역예산은 늘리면서 갈등이 깊어질 전망이다.
◇시의회, 자치구 지하철역·거리 정비 예산 등 증액
3일 서울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교통위원회는 도시교통실 추경안 예비심사에서 일부 자치구의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설치와 도로 개선 등 182억원을 증액했다. 서울시가 편성한 시내버스 지원 예산은 절반인 500억원을 삭감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도 문화본부 예산 심사에서 자치구 거리 조성, 사찰 정비 지원, 축제 육성 등 168억원을 늘렸다. 관광체육국 예산도 경기장 시설비 등 123억원을 증액했다.
시의원들의 지역예산 확보는 지역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지나치면 논란이 되기도 한다.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경우도 있다.
앞서 한 서울시의원은 민간업체 청탁을 받아 관련 사업을 지원하는 예산안을 발의했다가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해당 의원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협회 청탁을 받아 예산안을 발의하고, 관련 업체가 공모사업에 선정될 수 있도록 사업 내용 변경까지 요구했다.
시의원들의 지역예산 확보에 대해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작년 연말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상황이라 시급한 지역 현안사업도 다 뒤로 미뤘기 때문에, (이번에 시의원들의) 요구가 많다"며 "어떻게 보면 집행부는 시장 한 사람만 선출직이지만 시의원은 110명이 다 선출직이라 대의기관으로는 더 명분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시의원들의 증액 예산이 시급한 사업인지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결산 전인데도 조기추경을 하는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해소하고 방역과 안전에 투자하기 위한 것"이라며 "의원 증액요청 사업도 이런 기조에 부합하는지 살피면서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세훈 '공약' 영테크·청년 대중교통 요금 등은 삭감
시의회는 오 시장의 공약사업인 청년 대중교통 요금 지원 78억원, 영테크 7억원, 서울런 구축 32억원 등은 모두 삭감했다. 이대로 예산안이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오 시장의 공약사업 추진에도 빨간 불이 켜질 전망이다.
만 19~39세 청년에게 재무상담을 제공하는 영테크의 경우 현재 상담대기 인원이 3000명이 넘는다. 오 시장이 지난달 23일 청년층을 겨냥해 발표한 '2025 서울청년 종합계획'에도 대중교통 요금 지원과 영테크가 포함돼있다.
채유미 시의회 행자위원장은 "시급한 것들은 추경에 통과시킨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만 삭감했다"며 "(삭감한 사업들은) 급하게 추경으로 담을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 서울시 관계자는 "삭감 사업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 등 미래세대 지원을 위한 것"이라며 "조례상 지원근거 등 미흡했던 점을 보완해 추경안으로 제출했는데 시장 공약이라는 이유로 다시 삭감한 것은 시의회 다수당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청년 대중교통 요금 지원은 시의회가 지난해 청년기본조례 개정안 심사를 보류하면서 벽에 부딪혔지만, 올해 조례가 통과되면서 지원 근거가 마련됐다.
한편 서울시는 예결위 종합심사에서 사업 필요성과 시급성을 설명하고 예산을 복원시킬 계획이다. 추경안은 5~7일 예결위 심사를 거친 뒤, 8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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