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올해 주주총회의 화두 중 하나는 여성 사외이사 선임이었다.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이사회를 특정 성비로만 구성하지 못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오는 8월에 시행되기 때문이다.
새 경영 조류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도 여풍(女風)의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사외이사가 아닌 사내이사로 선임된 여성의 비율이 아직 저조한 부분은 과제로 남았다. 사외이사 여풍도 법 강제에 따른 생색내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 169개 중 주총 소집결의서를 제출한 12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새 사외이사 104명 가운데 여성이 45명(43%)으로 집계됐다.
기아는 지난달 2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현정 카이스트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지난해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에 이어 두번째 여성 사외이사다. 현대차그룹에서 여성 사외이사가 2명 이상인 계열사는 기아가 유일하다.
주요 기업들은 여성 사외이사 모시기에 열을 올렸다. LG디스플레이는 강정혜 서울시립대 교수를, LG이노텍은 이희정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첫번째 여성 사외이사이자 감사위원으로 뽑았다.
현대위아(이규진 명지대 기계공학과 교수), 현대로템(윤지원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한라그룹 계열사인 만도(박선영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동국제강(박진우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등도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남성 조직문화가 강한 중공업계 중 대우조선해양은 최경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를, 현대중공업은 박현정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현대미포조선(김성은 경희대 회계학과 교수), 현대중공업지주(이지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한국조선해양(조영희 법무법인 엘에이비파트너스 변호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올해 주총에서 사외이사 여풍이 불게 된 이유는 오는 8월 시행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때문이다. 이 개정안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 이사회를 한 쪽 성으로만 채우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ESG 경영 강화 추세를 반영해 다양성을 확보하고 남성 위주의 지배구조에서 탈피하려는 경향도 여성 사외이사 모시기 경쟁에 불을 붙였다"고 했다.
그러나 여성들의 사외이사 진출이 법 강제에 따른 기업들의 생색내기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리더스인덱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규 사내이사 73명 중 여성은 불과 2명에 그쳤다. 전체 등기 임원 중 여성 비중은 지난해 3분기 8.2%(102명)에서 올해 1분기 11.2%(145명)로 3%p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기업들의 성별 임원 현황 변화 추이 분석 결과에 따르더라도 상장법인 2246곳 전체 임원 3만2005명 중 여성은 5.2%(1668명)다. 지난해 발표된 이코노미스트 유리천장지수 내 '여성 이사회(임원) 비율'(OECD 평균 25.6%)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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