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법 개정 대신 훈령 개정?
민주당 법 개정 협력 여부 두고 인수위 고심
"수사지휘권 폐지 '야당'되는 민주당 손해 볼 거 없어"
민주당 법 개정 협력 여부 두고 인수위 고심
"수사지휘권 폐지 '야당'되는 민주당 손해 볼 거 없어"
[파이낸셜뉴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사법개혁을 실현하기 위한 우회로를 찾고 있다. 향후 '여소야대' 국면에서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가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 법률 개정 없이 공약을 이행할 방법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권이 바뀌고 나면 민주당의 입장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당선인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면 민주당에서도 손해 볼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4일 인수위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 1차 초안을 보고하고 최종안을 마련하기 위한 본격적인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윤 당선인의 임기가 시작되기 전에 국정과제를 발표하는 것이 목표인 만큼 오는 18일까지 윤곽이 나올 거라는 게 인수위의 설명이다.
윤 당선인의 사법개혁 공약을 담당하는 정무사법행정분과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청 독립 예산 편성, 공수처법 24조 폐지 등 핵심 쟁점의 이행 방안을 두고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해당 공약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법률 개정이 필수적인데 다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의 동의를 얻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수위는 '여소야대 국회'의 문턱을 넘기보다는 우회로를 찾는 분위기다. 앞서 이용호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관련해 "법 개정을 안 해도 본인이 앞으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거나, 훈령 개정을 통해 하는 방법도 있다"고 밝혔다.
법률 개정 대신 법무부 훈령 개정을 추진해 수사지휘권 발동에 제약을 두고, 현실적으로 발동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훈령 개정은 국회의 동의 없이 개정할 수 있으며, 하급기관 활동에도 구속력을 발휘할 수 있다.
검찰에 독자예산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법 개정을 피해 갈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중앙행정기관이기 때문에 대통령령인 직제규정을 변경하면 검찰에 독자적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향후 민주당이 법 개정을 두고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수 없게 되면 검찰 수사에 대한 윤 당선인의 개입 여지가 줄어 민주당이 '못 이기는 척' 동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민주당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주장한 바 있다. 1996년 15대 국회에선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검찰청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고, 해당 개정안에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삭제하자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지금이야 민주당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얘기가 나오지만 정권이 바뀌고 시간이 지날수록 검찰 개혁에 대한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그때쯤 크게 양보하는 척 수사지휘권 폐지에 동의하면 민주당도 나쁠 게 없다"고 분석했다.
한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면 수사 관련 대통령의 영향력이 조금이라도 감소하는 것"이라며 "야당이 되는 민주당에선 나쁘지 않은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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