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호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 사진작가
내로라하는 스타들과 광고 촬영
화려한 곳에 주목하던 사진작가
16년전 아내 권유로 빈민가에 발길
20개국 넘나들며 아이들 찍어와
열악함속 밝은 모습에 새 희망
내로라하는 스타들과 광고 촬영
화려한 곳에 주목하던 사진작가
16년전 아내 권유로 빈민가에 발길
20개국 넘나들며 아이들 찍어와
열악함속 밝은 모습에 새 희망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의 허호 사진작가(63·사진)는 3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올해로 16년째 전 세계 어린이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그는 41년차 작가다.
허 작가는 대상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카메라 앵글을 들이댄다. 그래서인지 사진 속 아이들의 표정에는 사랑이 묻어난다. 엄마가 찍은 아이 사진이 사랑스러워 보이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허 작가는 "내 마음속 태도에 따라 사진도 달라진다"며 웃었다.
그는 한 언론사 사진기자로 업계에 첫발을 디뎠다. 1990년대는 스튜디오를 열고 당시 내로라하는 스타들과 현대자동차, SK 등의 광고 사진을 찍었다.
가장 화려한 곳을 비추던 그의 카메라가 개발도상국 빈민가 골목으로 향한 것은 2005년부터다. 캠패션 후원자인 아내의 권유를 받고 필리핀으로 촬영을 떠나면서 사진가로서 두번째 삶이 시작됐다. 현지의 뒷골목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다. 사진가로서 흥미로운 소재였다.
그러나 컴패션이 한국전쟁 고아를 돕기 위해 세워진 단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는 책임감과 무게감이 막중해졌다고 허 작가는 귀띔했다. 컴패션은 어려운 환경에 처한 25개국 어린이를 후원자와 일대일로 맺어 양육하는 기구다. 1952년 미국의 에버렛 스완슨 목사가 한국의 전쟁고아를 돕기 위해 시작했다. 이후 전 세계로 확대돼 현재 220만여명의 어린이를 양육하고 있다.
허 작가는 그동안 니카라과, 볼리비아, 아이티 등 20개국을 넘나들며 아이들을 만났다. 한 해에 열세번 비행기에 몸을 실은 적도 있다. 때로는 지구 반대편 고산지대에서 고산병과 싸우며 어린이들을 카메라 렌즈에 담았다.
그는 열악한 현지 상황과 빠듯한 일정에도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아이들이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피사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사랑은 그가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은 궁극적인 가치다.
허 작가는 "어려운 아이들이지만 사진을 찍을수록 불행해 보이지 않고 주변 환경을 이겨내고 있는 모습이 들어온다"며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오히려 스스로가 힘을 얻고 있다"고 했다. 아이와 후원자들의 눈빛과 행동에서 진정성을 느끼며 '나는 얼마나 진실한 삶을 살고 있는가'를 돌아본다는 것이다.
어린이들을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처음에 허 작가는 비참한 가난의 모습에 집중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사진 속 어린이들은 낡은 옷차림을 하고 있지만 가난의 참혹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표정은 그 누구보다 환하다. 현지에서 만난 어린이들의 웃음이 그를 변화시킨 것이다.
카메라를 든 지 40년이 넘었지만 '좋은 사진가'가 되기 위한 허 작가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허 작가는 "북한의 상황과 지역 환경을 촬영해 보고 싶다"며 "해외에서 헌신하는 선교사들의 삶도 조명해 보고 싶은 주제"라고 덧붙였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