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마약 섞은 술을 현장에서 바로 찾아낸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04 12:00

수정 2022.04.04 12:00

생명공학연구원, 마약범죄 예방위한 검출 기술 개발
마약 탄 술에 시약 떨어뜨리면 붉은색으로 바로 변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 권오석 박사팀이 개발한 젤(gel)을 다양한 주류 및 음료 속의 마약(GBH)과 해 빨간색으로 변했다. 생명공학연구원 제공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 권오석 박사팀이 개발한 젤(gel)을 다양한 주류 및 음료 속의 마약(GBH)과 해 빨간색으로 변했다. 생명공학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마약 범죄 현장에서 특수장비 없이도 즉각적으로 마약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일명 '물뽕'이라 불리는 감마 하이드록시낙산(GHB, Gamma-Hydroxy butyric acid)에 연구진이 개발한 노란 시약을 떨어뜨리면 10초만에 붉은색으로 변한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향후 마약을 악용하는 성범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약물 검출 기기 시장을 새롭게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 권오석 박사팀과 안전성평가연구소 예측독성연구본부 김우근 박사팀은 GHB에 반응하면 색이 변하는 젤(gel)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4일 "이번에 개발한 젤은 인체나 화장품과 여성용품 등과 같은 다양한 제품에 코팅해 사용할 수 있어 확장성과 시장성을 갖췄으며, 화장품 기능성 소재 개발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고 제품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GHB는 무색, 무취, 무미의 중추신경 억제제로 주로 물이나 술 등에 타서 액체 상태로 마신다. 마신 뒤 15분만에 몸이 이완되고 환각 증세나 강한 흥분 작용을 동반해 성범죄 현장에서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6시간 후면 대부분 신체를 빠져나가는 특성으로 인해 성범죄 사건 직후 소변이나 혈액 시료를 채취하지 않는 이상 검출에 어려움이 있다.

연구진은 별도 절차나 장비 없이 마약 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헤미시아닌(hemicyanine)이라는 염료를 기반으로 GHB와 반응하면 색이 바뀌는 신규 발색 화합물을 만들고 이를 하이드로젤(hydrogel) 형태로 만들었다.

평소 노란색을 띠는 젤이 GHB와 만나면 약 10초 이내에 빨간색으로 변해 육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실제 GHB를 섞은 맥주나 양주, 쥬스 등 다양한 술과 음료수를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결과, 모든 음료 속의 GHB가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1㎍/㎖ 농도에까지 반응했다.

또한, 미량의 GHB로 육안 확인이 어려운 범위의 색 변화의 경우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그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번 연구에서 김우근 박사팀은 제브라피시 동물모델을 활용해 인체에 미치는 유해한 영향이 없는 것을 검증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 권오석 박사(왼쪽)와 김진영 연구원이 마약 성분을 즉시 찾아낼 수 있는 젤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생명공학연구원 제공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 권오석 박사(왼쪽)와 김진영 연구원이 마약 성분을 즉시 찾아낼 수 있는 젤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생명공학연구원 제공
권오석 박사는 "마약 검출 기술은 GHB와 같은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개발하게 된 기술"이라며, "현재 약물 검출 시장에서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약물 검출 기술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해당 기술이 성범죄 예방과 약물 검출을 위한 새로운 진단시장 개척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바이오센서 분야의 세계적인 저널인 '바이오센서스 앤 바이오일렉트로닉스(Biosensors and Bioelectronics)' 3월 18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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