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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면변경’ 주주가치 제고? 착시효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04 18:12

수정 2022.04.04 18:22

올해 19곳 공시했지만 효과 의문
지난해 주가 하락종목이 더 많아
‘액면변경’ 주주가치 제고? 착시효과?
[파이낸셜뉴스] 흔히 주가부양책으로 여겨지는 상장사들의 액면변경(분할·병합)이 장기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만 20건 가깝게 공시됐으나 이렇다 할 주가 상승세가 감지되지 않고 있는데다, 지난해 되레 주가 하락세를 보인 기업이 더 많았다. 특히 규모가 작은 코스닥 상장사들 실패가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실적 등 기초체력이 주가 상승에 보다 핵심적인 요소라고 판단했다.

올해 액면변경 공시 19곳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액면변경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상장사는 총 19곳(분할 9곳, 병합 10곳)이다.
이중 ‘마이더스AI’와 ‘에스맥’은 액면병합에 따른 신주권을 상장했고, 나머지는 공시만 낸 상태다. 지아이텍, 맘스터치 등은 주식 분할·병합에 따른 전자등록 변경, 말소 절차를 밟고 있다.

주식분할은 말 그대로 주식을 쪼갠다는 뜻이다. 대다수 상장사는 시중 유통 가격과 별도로 표면상 금액인 ‘액면가’를 가지고 있다. 기업이 최초 발행한 주식 1주당 가격이다. 분할 시 이 역시 나눠야하기 때문에 ‘액면분할’이라고도 부른다. 통상 주가가 과도하게 올라 유동성이 낮아졌을 때 실시한다. 주당 가액을 낮추고 거래량을 늘려 주가를 단기적으로 띄우는 게 목적이다.

주식병합은 대개 주당 가격이 1000원 미만인 ‘동전주’ 탈피를 위해 쓰인다. 동전주는 개인 투자자의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게 강점이지만, 기관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급등락이 잦다는 한계를 지닌다. 이에 기업이미지 제고와 동시에 유통주식수를 거둬들임으로써 주가 상승효과를 노릴 때 택한다. 두 방식 모두 주가에 호재로 인식되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신영와코루는 지난 1일 기준 액면분할 공시일인 2월 22일, 3월 10일 대비 각각 11.86%, 9.05% 뛰었고, 초록뱀미디어는 공시일인 지난달 15일을 포함해 5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지난해 성적도 ‘빨간불’
하지만 업계에선 이들 전략이 기업의 본질적 가치나 내용을 바꾸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액면가와 상장주식 수가 변경될 뿐이지 시가총액이나 주주 지분율, 미래 성장성에는 변동이 없다는 의미다. 액면변경이 늘 ‘주주친화 정책’으로 소개되지만, 장기적 주가 상승세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허울뿐인 마케팅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에스맥은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으로 분류돼 지난달 23일 거래가 정지됐고, 맘스터치는 ‘외부 개입 최소화’를 이유로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광무는 경영 부진에 따라 관리종목에 지정된 상태고, 세종텔레콤은 지난해 영업손실 10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성적표로 점치는 올해 주가 전망도 밝지 않다. 2021년 액면변경을 단행한 코스피 상장사 12곳 중 신주권상장일 종가 대비 한 달 후 주가가 오른 종목은 4곳(하이스틸, SK텔레콤, 현대중공업지주, 미래산업)에 불과했다. 기간을 신주권 상장 후 3개월로 넓혀도 주가 상승 종목 2개가 추가될 뿐이었다.

코스닥 상장사들 사정은 더 심각했다. 액면분할 10개사 중 7개사가, 액면병합(디와이디, 애머릿지 제외·각각 병합 후 분할, 거래정지) 11개사 중 6개사가 신주상장 후 하락했다.
각각 평균 주가 하락률은 18.12%, 18.86%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액면분할·병합이 투자 편의성과 유동성을 일부 개선하는 효과는 있겠으나, 회계상 변화일 뿐 주가를 유의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재료는 아니다”라며 “기업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결국 마케팅에 지나지 않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주식을 분할하고 병합하는 행위는 기업 가치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투자 접근성을 높이거나 유통 주식수를 줄여 단기적으로 주가를 띄우는 수단일 뿐”이라며 “탄탄한 실적과 악재 관리가 보다 주주가치 제고 방향에 부합하고, 액면변경 효과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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