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월드컵 결승전에선 전반과 후반에 다른 축구공 사용
1970년 멕시코월드컵부터 아디다스서 공인구 제작
1998년 프랑스월드컵서 처음 흑백 아닌 다른 색깔 들어가
2002년 한일월드컵 '피버노바'…양국 경제 원동력 불을 이미지화
'신기술의 역효과' 팀가이스트·자블라니는 선수들에게 혹평
2022 카타르월드컵 공인구는 '알 리흘라'…아랍어로 '여행'
한국의 '캡틴' 손흥민(토트넘)과 리오넬 메시(파리생제르맹)가 공식 모델로 나선 알 리흘라는 새로운 기술이 접목된 최신 축구공이다.
아디다스의 풍동 실험장에서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만든 알 리흘라는 기존 축구공보다 더 빠르게 정확하게 날아가는 게 특징이다.
특수 돌기가 들어간 20조각의 사각형 폴리우레탄 피스와 공을 구성하는 스피드셀 기술이 정확도와 비행 안전성을 높였다. 또 친환경적인 수성 잉크와 수성 접착제로 만든 최초의 월드컵 공인구이기도 하다.
공인구는 단순히 개최국 문화를 반영하고 신기술을 뽐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어떤 특징의 공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월드컵의 우승팀이 달라진다.
공인구의 특징을 정확히 이해하고 활용하면 세트피스 등 정지된 상태에서 훨씬 더 많은 이점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1930년 첫 월드컵 공인구는?
당시엔 나라마다 축구공의 크기나 재질이 조금씩 달랐다. 그래서 우루과이월드컵 결승전 당시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가 각각 전후반을 나눠 자신들의 축구공을 사용했다.
전반전은 아르헨티나의 티엔토가, 후반전엔 우루과이의 티-모델이 쓰였다. 흥미로운 건 전반에는 아르헨티나가 2-1로 앞서가다가 후반에는 우루과이가 3골을 몰아넣어 4-2로 역전승했다는 것이다. 익숙한 축구공이 경기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셈이다.
1962년 칠레월드컵 때는 유럽팀들이 칠레에서 만든 공인구 크랙 대신 다른 공을 쓰기도 했다.
◆최초의 월드컵 공인구 '텔스타'의 탄생
월드컵에 공인구가 처음 도입된 건 1970년 멕시코월드컵부터다.
이때부터 스포츠브랜드 아디다스가 지금까지 월드컵 공인구를 독점으로 제작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월드컵마다 최신 기술을 적용한 축구공을 선보였고, 공의 이름과 디자인에 개최국의 특징을 반영했다.
1974년 서독월드컵에선 텔스타의 후속인 텔스타 두를라스트가 쓰였다. 두를라스트는 최초의 폴리우레탄 코팅 축구공으로 방수와 마모 능력이 매우 뛰어났다.
1978년 아르헨티나월드컵에선 향후 축구공 디자인의 기본이 된 탱고가 탄생했다. 20개 패널로 이뤄져 있고, 패널 안에 삼각 무늬를 이으면 12개의 원이 되는 디자인이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개최국 아르헨티나의 특징이 담겼다.
아디다스의 신기술 적용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공인구 에트루스코에는 처음 폴리우레탄 폼안감을 사용해 방수 기능을 더욱 강화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공인구 퀘스트라는 특수 소재를 통해 공의 컨트롤과 속도가 향상됐다.
◆혁신적인 디자인의 2002 한일월드컵 '피버노바'
2002 한일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는 월드컵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꼽힌다.
익숙한 벌집 무늬를 벗어나 단색 바탕에 4개의 커다란 황금색 삼각형 4개가 새겨졌는데, 그 안의 붉은 불꽃이 매우 인상적인 공인구였다. 당시 아디다스는 한일 양국의 경제 성장 원동력인 불을 이미지화했다고 설명했다.
기술적으로도 신택틱 폼 기술을 적용해 축구공 표면의 반발력이 크게 향상됐고, 그로 인해 이전보다 더 정확하게 공을 컨트롤 할 수 있었다.
지나친 신기술의 적용은 오히려 선수들에게 독이 되기도 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 공인구 팀가이스트와 2010년 남아공월드컵 자블라니가 대표적이다. 14개 패널로 이뤄진 팀가이스트와 8개 패널이었던 자블라니는 최신 기술이 적용됐으나, 선수들이 적응에 애를 먹었다.
팀가이스트의 경우 공이 지나치게 가벼워 비가 올 경우 공의 속도가 엄청 빨라졌다. 자블라니는 남아공 고지대에서 공의 궤적을 예측하기 어려워 골키퍼들에게 악몽으로 불렸다. 실제로 자블라니는 야구의 너클볼처럼 공의 방향이 크게 휘곤 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공인구 브라주카는 패널이 6개로 줄면서 가장 원형에 가까운 모양이 됐다. 덕분에 기능적으론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때는 48년 만에 텔스타가 부활했다.
텔스타18로 불린 당시 공인구는 과거 특징인 흰색과 검은색 패널이 사용됐고, 기능적으로 훨씬 개선됐다. 6개의 대칭 패널을 바람개비 모양으로 합쳤던 브라주카와 달리 6개의 다각형 모양의 패널로 좀 더 원형에 가까운 형태를 구현했다.
당시 텔스타18은 러시아 우주인 올렉 아르테미예프가 소유즈 MS-08을 타고 우주정거장으로 가져갔다가 지구로 무사히 착륙 시켜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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