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지난해 11월15일 인천 남동구의 빌라 3층에서 일어난 층간소음 살인 사건의 피해자 측이 당시 출동한 여자 경찰관이 현장 모습이 담긴 바디캠 영상을 삭제했다고 주장하면서 경찰에 책임있는 해명을 요구했다.
당시 이 빌라에서는 4층에 사는 40대 남성이 층간소음을 이유로 3층에 거주하는 40대 여성과 60대 남편, 자녀인 20대 여성 등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40대 여성이 뇌사상태에 빠지게 했다.
피해자 측은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발생 이후인 지난해 11월19일 여자 경찰관 A순경이 자체감찰을 받는 과정에서 바디캠이 현장을 촬영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으며 감찰조사 후 해당 바디캠 영상이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은 이 자리에서 "증거인멸의 비난을 감수하고까지 바디캠을 삭제한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피해자 측은 정부를 상대로 한 국가배상청구 소송 과정에서 A순경이 바디캠 영상을 삭제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A순경은 "바디캠 용량이 꽉 차 있어서 삭제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사건이 일어난 건물의 2층과 3층에 폐쇄회로(CC)TV가 따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 바디캠 영상은 출동한 경찰이 건물에 재진입해 범인을 곧바로 제압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다.
피해자 측은 출동한 A순경, B경위 두 사람이 건물 재진입 후 곧바로 3층으로 올라가지 않고 2층과 3층 사이에 머물며 진압을 망설였다고 주장했다. 당시 두 경찰관은 공동 현관문이 잠긴 탓에 재진입하지 못해 다른 주민의 도움을 받고 뒤늦게 올라가 범인을 검거했는데 재진입하고서도 범행 장소인 3층까지 바로 올라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CCTV를 보면 지난해 11월15일 오후 5시7분50초에 두 경찰관이 건물 안으로 재진입한 뒤 오후 5시11분33초에 범인을 데리고 내려왔다. 재진입 후 3분40초가 흐른 뒤였다.
피해자 측은 "3층으로 올라와 범인을 연행해 내려가기까지 넉넉 잡아도 1분30초 정도가 소요된다"며 "중간에 빈 시간 동안 경찰들이 무엇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피해자 측은 "당시 장면을 촬영한 유일한 증거는 A순경이 삭제한 바디캠 영상"이라며 "영상을 삭제하는 바람에 진실을 확인할 수 없는 어이없는 처지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측은 "(약 3분40초 사이의) CCTV를 보면 비상계단의 불이 꺼졌다, 다시 켜지고 다른 주민이 계단을 올라오다 경찰을 보고 다시 내려가는 것도 있는 것 같다"며 "칼부림이 나니 2층과 3층 사이에서 대기하고 있다 종료될 때 올라온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측 대리인인 김민호 변호사는 경찰들이 1층 현관 앞에서 대기하는 CCTV 장면을 제시하며 살인미수 현장의 긴박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점, 범행 후 B경위가 A순경의 안위를 확인한 뒤 태연하게 내려가 피해자 구조의 다급함이 보이지 않는 점 등이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재진입 전 출입문이 닫히기까지 성인 남성이라면 출입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경찰이 상당히 주저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김 변호사는 "경찰들이 바로 가서 (범인을) 제압하기 무서웠다고 판단한다"며 "B경위는 삼단봉을 가지고 있어 (닫힌) 공동 현관문을 가격해 진입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측은 당시 경찰의 소극적 대응과 관련해 "경찰의 무성의한 태도에 힘들고 괴로웠다"며 "무술과 훈련으로 단련된 경찰을 선발해 국민의 안전을 지켜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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