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학살 러에 고강도 제재
JP모간, 2022년·2042년 만기 러 달러채 이자 지급승인 못 받아
러, 한달 지불유예기간 있지만 외화소진·디폴트 선택지 남아
400억弗 규모 15개 국제채권 보유
미국 재무부가 JP모간체이스, 씨티은행 등 자국 은행들이 러시아의 달러빚 이자에 대해 결제 처리하는 것을 불허하는 고강도 규제를 내렸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학살을 벌였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에 이뤄진 조치다. 러시아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JP모간, 2022년·2042년 만기 러 달러채 이자 지급승인 못 받아
러, 한달 지불유예기간 있지만 외화소진·디폴트 선택지 남아
400억弗 규모 15개 국제채권 보유
4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이날부터 러시아 정부의 미 금융기관 계좌를 통한 달러 이자 결제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지불한 달러 표시 국채의 쿠폰(약정이자)이 JP모간의 결제 승인을 미 재무부로부터 받지 못했다.
해당 쿠폰은 2022년과 2042년 만기의 달러 표시 러시아 국채에 대한 것이다. 이전까지 러시아의 달러 표시 국채이자는 결제처리가 됐지만 4일부터 불허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에 있는 6300억 달러 규모의 외환보유고에 대한 접근이 불가해짐에 따라 달러화 채권 이자를 지급하려면 미국 측의 허가가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지난달 16일 만기였던 달러 표시 국채 이자 1억2000만 달러는 미국 측의 허가로 이자 지급을 마쳐 다행히 디폴트를 면한 바 있다.
이번에 지불해야 하는 이자는 올해와 2042년 만기가 도래하는 달러화 채권에 관한 것이었다. 러시아는 4일까지 21억3000만 달러의 달러화 부채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소식통은 그러나 JP모간이 미 재무부로부터 이자 지급에 대한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통상 해외에 있는 은행은 러시아에서 발행된 이자 지급을 처리해 결제 대행업체에 보내 해외 채권 보유자에게 나눠준다.
러시아의 환거래은행인 JP모간은 러시아 정부가 국채 이자 지급을 위해 보낸 돈을 처리해 지급대리인인 씨티그룹에 입금한 바 있다. 씨티그룹 영국 런던지점은 이 자금을 확인한 뒤 채권자들에게 분배했다.
이처럼 국채에 대한 이자 지급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미 재무부 대변인은 더 이상 이자 지급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러시아는 자국에 남은 달러화를 소진할 지, 새로운 세입을 만들어 처리할 지, 아니면 디폴트를 선택해야 한다.
다만 달러화 채권은 최초 이자 지급 만기일에서 30일 간의 지불 유예기간을 갖는다.
러시아는 액면가 약 400억 달러에 총 15개의 국제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때까지는 전례 없는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가까스로 디폴트를 면해왔다.
앞서 러시아는 자금은 있으나 외환보유고 접근이 불가한 제재로 인해 채무 지급을 하지 못한다며 루블화로 갚겠다고도 했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예정된 기간 내에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않거나 달러, 유로 또는 다른 통화가 지정된 채무를 루블화로 지급하면 디폴트로 간주된다.
러시아 정부가 이번에 디폴트를 선언하게 되면 이는 외화 채권에 있어선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처음 겪는 일이 된다. 앞서 러시아는 1998년 국내 부채에 대한 디폴트를 선언한 바 있다.
한편, 러시아 경제에 균열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으며 올해 경제규모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날 경제전문방송 CNBC은 글로벌 은행과 경제기관들의 전망 보고서를 인용해 러시아 경제가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 가파른 물가상승(인플레이션)과 큰 폭의 경제성장률 하락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보고서에서 올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이 10%, 국제금융연구소(IIF)는 15%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영국 런던 소재 경제연구소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서방국가의 제재로 올해 러시아 GDP가 12% 감소하고 물가는 23%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또한 러시아 경제성장률이 10% 감소하는 등 지난 30년 중 가장 깊은 침체에 빠지고 장기간 마이너스 성장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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