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fn스트리트

[fn스트리트] 부차 제노사이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05 18:15

수정 2022.04.05 18:15

[부차=AP/뉴시스]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소도시 부차에서 민간인 410명이 러시아군에 학살된 것으로 드러나 국제사회가 분노하고 있다.
[부차=AP/뉴시스]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소도시 부차에서 민간인 410명이 러시아군에 학살된 것으로 드러나 국제사회가 분노하고 있다.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은 극악한 전쟁범죄다. 근래 보스니아 내전과 캄보디아 킬링필드에서 목격됐듯 이따금 일어났던 인류의 흑역사다. 규모에선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홀로코스트가 압도적이다. 600만명 넘는 유태인을 학살했으니….

우크라이나 정부는 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으로부터 탈환한 수도 키이우 근방 부차에서 시신 410구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어린이도 포함돼 두 손이 꽁꽁 묶인 채 뒤통수에 총탄을 맞은 민간인들이었다. 위성사진엔 교회 앞마당에 집단매장지로 보이는 직경 14m가량의 구덩이도 포착됐다.
유사한 제노사이드의 흔적은 키이우 서쪽 모티진과 우크라이나 동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도 나타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분리독립을 바라는 우크라이나 내 소수 러시아계 주민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침공했다. 다수 우크라이나인들을 신나치로 규정하면서다. 하지만 러시아계가 많은 돈바스 지역에서도 러시아군은 환영받지 못했다. 애초 푸틴이 일종의 망상장애에 빠져 전쟁을 택한 꼴이다. 러시아군이 생포하거나 사살한 우크라이나인의 옷을 벗겨 나치 문신을 찾는 헛수고를 일삼았다니 말이다.

이처럼 실체 없는 허깨비와 싸우듯 전쟁을 시작한 러시아였다. 그러나 부차의 참극은 실제 나치의 홀로코스트와 닮았다. 이런 역설을 접한 전 세계 여론이 분노했다. 할 수만 있다면 러시아군을 격퇴하고 전범재판에 회부하는 게 최선이다. 국제형사재판소(ICC)와 유엔은 이미 러시아군의 만행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둘 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다.
차선책은 뭘까. 우선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증거를 낱낱이 기록해 추후 역사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 홀로코스트의 상징 아우슈비츠가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는 '다크 투어리즘'의 명소로 남아 있음을 참고할 필요도 있다.
부차의 학살현장도 잘 보존해서 후세에 남겨야 한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