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탐구 영역 '일타 강사' 이지영(39)씨의 말이다. 이씨는 대치동에서 가장 유명한 강사 중 하나가 됐고 수백 억대 연봉을 기록 중이다. 이씨는 한 강연에서 죽음의 고비를 맞았던 2018년 봄을 기억하며 이 같이 말했다.
이씨는 5일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세상을 바꾸는 시간' 강연을 통해 그 이유를 밝혔다. 이씨는 2017년 7월 당시 그는 급성충수염으로 맹장이 터져 병원에 실려 갔다. 배가 아팠지만 바쁜 일이 많았고 통증을 3일 넘게 방치했다. 이씨는 매해 7월은 매출 피크 시기라며, 여름방학 특강을 앞두고 일주일 내에 최신 유형을 반영한 특강 교재를 만드는 등 긴박한 작업이 이뤄지는 때라고 설명했다.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 도착했다. 이씨에게 의사는 "살다 살다 이런 환자는 처음 봤다"면서 "도대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길래 몸을 이렇게 가혹하게 다루냐"고 물었다.
이씨는 일주일을 입원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을 듣지 않고 조기 퇴원을 감행했다. 머릿속엔 마감을 앞둔 강의 교재 원고가 아른댔고 기한 내 끝내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에 안절부절 못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퇴원해 여름방학 특강을 진행했다.
매일 24시간이 모자란 하루를 보냈고 업계에서도 훌륭한 평가를 받았다. 쉬는 시간은 없었다.
이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정말 어리석고 한심하죠?"라고 자문한 뒤 "얼마의 보상이 있다면 그런 생살을 깎아 먹고, 건강에 치명적인 어리석고 무식한 선택을 하겠나"라고 했다.
이씨는 강연 중 화면에 '59억원' '219억원' '39억원'이라는 숫자를 나란히 띄웠다. 2017년 기록한 매출이다. 그는 "여러분은 저 돈이라면 몸을 갈아서라도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나. 지금의 저라면 억만금을 준다 해도 절대로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때까지만 해도 저의 독함이 모두의 표본이 되고 성공의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가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무리한 퇴원 강행과 그후 피로 누적의 결과로 2018년 4월 죽음의 고비를 만났다"며 "모든 강의를 진행할 수 없을 만큼 건강이 악화했다"고 말했다.
당시 이씨는 숟가락을 들 수 없었고 턱에 힘이 없어 음식을 씹을 수도 없었다. 턱 끝까지 죽음의 공포가 차올랐고 신체의 모든 수치는 죽음을 향하고 있었다. 강사로 복귀도 불투명했다.
이씨는 "계약서상 강의 중단으로 인해 배상해야 하는 금액은 계약금, 지급받은 주식 가치, 매출액, 홍보비, 이미지 실추 비용, 앞으로 기대하는 수익을 합산해 도합 3배까지 위약금으로 물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해서 이토록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됐을까. 성공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는데 어째서 이렇게 됐을까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생각해보니 저는 정말 최악의 실수를 했다"며 "피곤에 지친 고3 수험생들에게 하루에 3시간 자도 죽지는 않는다고 죽을 각오로 공부하라고 다그쳤다. 큰 후회가 밀려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좀 쉬어가며 공부하라고 할걸, 자신을 학대하면 안 된다고 얘기할걸, 제가 어떤 실수를 했는지 다 늦어버린 그때야 알게 됐다"고 했다.
이씨는 휴대전화를 끄고 세상과 단절한 채 가족들과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제주도로 떠났다.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한두 달의 휴식과 깊은 잠, 인생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건강한 여유는 제게 기적적인 회복을 가져다줬다"며 "지난 삶에서 이렇게 단 한두 달 만이라도 휴식을 줬다면 죽음의 고비까지는 가지 않았을 텐데 생각하니 제가 더 어리석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씨는 강의를 마무리하며 "세상에는 아직도 독함을 강요하고 성공의 중요한 키워드를 '부단한 노력'이라고 주장하는 동기부여식 강의가 존재한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자책한다"며 "하지만 자신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큰 선물이 주어지지 않는다. 자신을 아껴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 어떤 성취도 자기 혹사를 위한 변명이 될 뿐"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채찍질하는 동안 저는 진짜 중요한 걸 잊었더라. 가장 중요한 나를 잃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원하는 어떤 것도 자신이 존재하지 않으면 의미 없다"며 "자신을 아껴 달라. 자신에게 좋은 것을 베풀어 달라. 나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만이 진짜 귀한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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