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출산 예정일을 닷새 앞두고 코로나19에 확진된 베트남 이주여성이 가천대 길병원에서 무사히 아들을 출산했다.
갑작스러운 격리 과정에서 발생한 치료비는 가천대 길병원이 인도주의적 봉사를 위해 운영하고 있는 ‘가천메디컬라이온스클럽’ 후원금으로 지원했다.
7일 가천대 길병원 등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에 거주하는 베트남 이주여성 A(30)씨는 지난 3월23일 기침 등 증상을 느껴 남편 B(35)씨와 함께 검사를 받은 결과 코로나19 양성으로 확인됐다.
3월28일이 출산 예정일인 A씨 부부는 확진 다음날인 24일 갑자기 진통이 시작되면서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A씨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집근처에 다니던 병원을 방문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 산모의 출산을 도울 수 없는 이 병원은, 출산이 가능한 가천대 길병원에 산모를 의뢰했다.
가천대 길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A씨는 다음날인 25일 3.07㎏의 건강한 아들을 자연분만으로 출산할 수 있었다.
이후 아기의 격리 비용이 문제였다. A씨 부부는 코로나19 확산과 임신으로 자국으로 돌아가지 못해 미등록 외국인 신분으로 국내에 체류하는 상황이어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이주민노동자지원단체의 도움으로 거주지 인근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으면서 출산에 필요한 기본적인 비용은 마련해 두었지만, 산모의 확진으로 상급 종합병원을 이용하게 되면서 아기도 격리해야 하는 등 비용이 늘었다.
확진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기 또한 감염 여부 확인을 위해 집중치료실에서 치료와 검사를 받게 되면서 외국인 기준의 치료비 700만원을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가천대 길병원은 A씨 부부를 가천메디컬라이온스클럽 치료비 지원대상으로 결정했다.
가천메디컬라이온스클럽은 2020년 가천대 이길여 총장이 국제라이온스협회가 수여하는 인도주의상 상금 3억원을 가천대 길병원에 봉사기금으로 기탁한 것을 계기로 창단한 봉사조직이다.
흉부외과 박국양 교수를 단장으로 의사와 간호사 등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가를 초월한 인도주의적 활약에 대한 수상인 만큼 국내외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및 국내 외국인 근로자 가정, 그들의 이른둥이 자녀들을 대상으로 치료비를 지원하는 등 봉사하고 있다.
아들의 정기검진을 위해 병원을 방문한 A씨는 가천대 길병원에 정성을 담은 편지를 남겼다. “다니던 병원에서 출산이 안된다고 해 길병원에 실려올 때는 아기에게 이상이 생길까봐 두려움에 떨었다”면서 “치료비를 전액 지원해준 병원 관계자들, 건강하게 낳을 수 있도록 해준 의료진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은혜 잊지 않고 살겠다”고 적었다.
박국양 가천메디컬라이온스클럽 단장은 “언어, 치료비 등 여러 어려움을 겪는 코로나19 산모가 무사히 출산을 하게 돼 다행이고, 이길여 총장이 박애, 봉사, 애국의 설립 이념 실천으로 받은 상금이 이렇게 또다른 사랑을 실천하는 원천이 되었다는 점이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한편 가천대 길병원은 코로나19 중증거점전담병원으로서 확진 산모의 치료와 출산에도 책임을 다하고 있다. 2021년 7월 이후 올해 3월까지 총 180명의 확진 산모를 치료했다.
이 중 90명(제왕절개 80명, 자연분만 10명)은 격리 치료 중 가천대 길병원에서 건강하게 출산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2018년 인천지역 고위험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를 개소한 바 있다. 센터의 분만실 및 수술실은 음압시설, 수술 전 처치실(2중 차단시설) 등 국내 최고의 감염 관리 시스템을 자랑하고 있다.
김석영(산부인과) 센터장은 “확진 산모의 출산을 위해서는 최고 수준의 방호구인 PAPR 착용 및 3중 장갑 등을 착용해야 하고 일반 산모에 비해 시간도 3배 이상 소요되는 등 어려움이 있지만 의료진이 책임감을 가지고 산모들의 건강한 출산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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