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권역별 '성장잠재력' 비교 결과, 호남권 여전히 '하위권'
【파이낸셜뉴스 광주=황태종 기자】호남권의 성장잠재력이 과거에 비해 다소 개선됐지만, 다른 지역과 비교해 여전히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7일 광주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주관으로 지역별 경제현안을 점검하고 대응과제를 논의하는 '제2차 지역경제포럼'이 광주·전남·전북지역을 대상으로 열렸다.
이날 포럼에서 발표된 전국 6개 권역의 성장잠재력지수(RGPI, Regional Growth Potential Index)를 보면, 호남권의 경우 지난 2015년 0.86으로 최하위인 6위에서 2020년 0.95로 개선돼 4위로 올라섰지만 전국 평균에는 여전히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잠재력지수는 지역 내 인적자본, 산업구조 등을 토대로 성장역량을 수치화한 것으로, 지수가 1을 넘으면 전국 평균 이상의 성장역량을 가진 것을 의미한다.
대한상의와 공동으로 권역별 성장잠재력지수를 산출한 김영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포럼에서 "호남권의 경우 그간 자동차·석유화학·철강 등 대한민국 주력산업의 생산거점으로서 국가경제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면서 "최근 주력산업이 성장 정체를 겪고 있고, 호남권을 대표할 신산업 육성에도 아직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지역의 성장잠재력이 위축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한상의가 분석한 지역내총생산(GRDP) 자료에 따르면 전체 GRDP에서 호남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9.6%에서 2020년에는 8.9%로 떨어졌다. 지난 10년간 GRDP에 대한 기여도가 떨어진 지역은 호남권을 포함해 동남권과 대구·경북권 3곳이다. 남부지역 전체와 수도권·중부지역간의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정부 지원도 부족하다는 게 지역 경제계 지적이다. 지난해 정부가 지출한 연구개발 투자액을 살펴보면 광주·전남·전북지역에 투자한 금액은 18조원으로 전체 227조원의 8.0%에 불과하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지만 호남권에 투자된 금액은 지역경제 규모(GRDP 비중 8.9%)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렀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호남권의 성장잠재력 정체는 4차 산업혁명 등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이 미흡한 탓도 있지만,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정부 대책이 부족한 면도 작용했다"면서 "지역의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지역 경제주체들의 노력과 함께 정부의 지원과 협업이 반드시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선 산업구조 전환기를 맞아 호남권 지역의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논의됐다.
'중후장대형' 산업이 주를 이루는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호남권 또한 자동차·조선·철강·석유화학 등에 집중된 기존 지역산업이 구조적인 침체를 겪고 있다. 이에 대응하고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AI), 신재생에너지, 바이오헬스 등의 신산업을 육성하고자 노력중이다.
이날 포럼에서 '지역산업 발전을 위한 호남권 전략'을 발표한 오병기 광주전남연구원 박사는 초광역 단위 협업을 통한 지역 산업생태계 구축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실제 호남권에서는 광주광역시와 인근의 5개 시·군이 참여하는 '빛고을 메가시티' 구상을 비롯해 광주·전남·전북간 협업을 모색하는 '초광역 에너지 공동체'나 부산과 울산까지 아우르는 '남해안경제권 초광역협업' 등이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다.
오 박사는 "지난 60여년간 수도권과 경부축으로 기울어진 국토 성장축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광주·전남·전북간 협업을 통해 지역과 산업을 넘어서는 다양한 사업이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면서 "이 같은 지역의 구상과 노력을 성공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지역 기업들의 힘만으로는 어려운 만큼 국가적 차원의 지역 연구개발과 인프라 투자가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선 지역 불균형 문제에 대한 지역 경제계와 전문가의 우려와 조언도 있었다.
광주지역 경제계를 대표해 참석한 최종만 광주상의 상근부회장은 "호남권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광역단위의 협업생태계를 구축해 신산업을 육성하려 하지만 지역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특히 정부의 대규모 지원이 절실함에도 지역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예비타당성 평가방식으로 인해 지역 인프라 개선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비되고 있는 만큼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장석인 한국공학대 교수는 기업 유치를 위한 인프라 개선과 규제완화를 당부했다. 장 교수는 "그간 광주 광산업, 전북 탄소밸리, 새만금사업 등 호남권 경제발전과 지역특화산업 육성을 위한 여러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기업 유치, 리쇼어링, FDI 모두 미흡한 상황"이라며 "지역 특성 및 기존 사업 분석에 기반한 과감한 인프라 투자와 획기적인 규제개선으로 기업이 지역 내에 자생할 수 있는 혁신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도 "호남권의 경우 산업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지역경제도 위축돼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면서 "다행히 새롭게 들어설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힌 만큼 지역과 기업의 의견을 수렴해 지역을 실질적으로 살릴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바랐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황수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혁신성장실장, 조인철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 최종만 광주상의 상근부회장, 김운섭 광주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유경민 한국탄소산업진흥원 산업활성화본부장, 황상현 한국산업단지공단 광주전남지역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광주·전남·전북을 대상으로 한 이번 2차 지역경제포럼에 이어 3차 포럼은 대전·충청 지역에서 진행되며 5월 초에 개최될 예정이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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