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스1) 최대호 기자 = 경기 수원시가 수원시의회에서 의결된 이른바 '아이파크 지우기' 조례에 대해 "기부자를 예우해야 한다"며 거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7일 수원시의회 등에 따르면 시는 이날 '수원시 미술관 관리 및 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은 김정렬 문화체육교육위원장(더불어민주당, 평·호매실동)이 지난달 대표발의했고 상임위원회 심사를 거쳐 같은달 18일 본회의에서 원안 가결됐다.
개정안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명칭에 사용된 특정 기업의 브랜드명을 삭제해 시민 중심의 공립 미술관이라는 시설의 정체성을 제고하고자 마련됐다.
시의회는 의결된 개정안을 지난달 18일 시 집행부에 송부했고, 검토에 나선 시는 재의요구 기한 마지막 날인 이날 오후 6시쯤 시의회에 재의요구안을 제출했다.
시가 시의회 의결 조례안에 대해 재의요구를 한 것은 민선 7기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재의요구 사유는 '기부자 예우' '소유권반환 소송 우려' 등이었다.
시는 재의요구서에 "기부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인 브랜드 삭제 조치는 신뢰를 무너트리는 일이며, 기업의 기부문화 확산과 사회공헌활동이 위축될 뿐만아니라 상생발전 할 수 있는 분야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부실공사 기업에 대해 우리시만의 제재로는 해당 기업이 받을 손실보다 시와 시민들에게 더 큰 부담이 되고 말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시는 "기부 건물에 대한 소유권반환 청구소송으로 인해 소유권이 반환된다면 시는 막대한 혈세를 부담해 건물을 다시 매입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시의 재의요구에 따라 해당 개정안은 오는 6월 열리는 임시회에서 투표에 부쳐진다.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 이상이 조례 개정에 찬성하면 개정안은 유지되고 그렇지 않을 경우 폐기된다.
한편 지난 2015년 문을 연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개관 이전부터 명칭 문제로 미술계와 시민들의 반발을 샀다.
당시 시가 511억원 혈세를 들여 매입한 땅에 지어진 미술관 이름에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아파트 브랜드인 '아이파크' 명칭을 사용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였다.
현산은 수원시 권선구에 대규모 아파트단지(수원아이파크시티) 개발사업권을 따냈고 시에 미술관을 지어 기부채납(300억원)하기로 했다. 당시 시와 현산은 미술관 명칭에 '아이파크'를 넣기로 협의했다.
이는 염태영 전 수원시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 간 '구두 약속'을 통해 협약(2012년 6월)으로 이어졌고, 미술계 등의 수많은 반대 목소리를 저버린 채 끝내 강행됐다.
이후 잠잠했던 미술관 명칭 논란은 지난 1월 6명의 사망자를 낸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가 발생하며 재점화했고, 시의회는 미술계·시민 등의 의견을 수렴해 명칭 변경 조례 개정을 추진했다.
김정렬 시의원은 "시가 얼토당토 않는 이유로 재의요구를 했는데, 정말 이해할 수 없다"며 "대체 현산과 어떤 관계이길래 이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산은 수원시에서만 21개 단지 약 13만세대(입주 예정 포함) 아파트를 지어 분양했다. 이는 전국 아이파크 아파트 분양 물량(약 40만세대)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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