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여야 원내사령탑 선출 완료, 시험대 오른 협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08 16:16

수정 2022.04.08 16:27


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된 권성동 의원이 꽃다발을 들고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사진=뉴시스
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된 권성동 의원이 꽃다발을 들고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이 8일 4선 권성동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신임 권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권 원내대표는 인사말에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순항할 수 있도록 야당과의 협치에 더욱 정력을 쏟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축하 전화를 걸어 "'당내 화합과 여야 협치의 과제를 원만히 풀어달라'고 당부했다"고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이 전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4일 이재명계 박홍근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뽑았다.
권성동·박홍근 라인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협치 실천이라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았다.

 
대선을 전후해 정치인들은 틈만 나면 통합과 협치를 말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는 그만큼 한국 정치에서 협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집권초 협치에 공을 들였다. 2018년 11월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를 만나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가동에 합의했다. 이때 12개항 합의문도 나왔다. 그러나 상설협의체는 몇차례 실무협의를 갖는 듯 하더니 곧바로 흐지부지됐다. 결국 문 정부 5년 내내 정치판은 갈등과 대립으로 들끓었다.

 
지난 3·9 대선은 아슬아슬하게 승패가 갈렸다. 유권자들은 정치권을 향해 협치를 강하게 주문했다. 그러나 협치로 가는 길은 말처럼 쉽지 않다. 대통령직은 국힘이 차지했지만 의회 권력은 여전히 민주당이 쥐고 있다. 언제든 충돌할 소지가 크다. 당장 한덕수 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이어 장관 후보자들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윤 당선인이 공약한 5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정부조직 개편, 탈원전 정책 수정, 부동산 정책 개편 등도 만만찮은 과제들이다.

 
신임 권 원내대표에 당부한다. 적어도 2024년 4월 총선 전까지 국회 다수당은 172석을 가진 민주당이다. 국힘은 110석에 불과하다. 민주당 협조 없이는 어떤 법안도 처리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을 늘 명심해야 한다.

 
민주당 박 원내대표에도 당부한다. 민주당은 2년 전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으나 작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완패했고, 이어 3월 대선에서도 졌다. 여러 원인이 있으나 의석수를 앞세워 힘자랑을 한 것도 패인 중 하나다. 짧게는 6월 지방선거, 길게는 2024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전세를 역전시키려면 겸손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새 정부를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건 또다른 힘자랑으로 비칠 공산이 크다.

 
마침 박 원내대표는 3월29일 윤 당선인과 국힘에 대선공약추진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공통 공약을 추려서 우선 합의 처리하자는 것이다. 괜찮은 아이디어다. 권 원내대표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기 바란다. 협치는 구동존이(求同存異) 원칙이 출발점이다. 먼저 공통점을 구하고 차이는 놔둔다는 뜻이다. 자기 주장만 고집해선 협치를 이룰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인수위가 논란이 큰 여가부 폐지를 보류한 것은 올바른 선택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당시 이완구 새누리당(현 국힘) 원내대표는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원내대표와 이례적인 팀워크를 선보였다. 후임자인 유승민 원내대표도 우 원내대표와 주례회동을 정례화하는 등 협치 선례를 남겼다.
윤석열 정부 초반 권성동·박홍근 파트너십이 멋진 장면을 연출하기 바란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