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기업·종목분석

‘쌍용차’ 폭탄돌리기에 개미들 ‘피눈물’…정부 뒤늦게 조사착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09 12:42

수정 2022.04.09 12:42

‘쌍용차’ 폭탄돌리기에 개미들 ‘피눈물’…정부 뒤늦게 조사착수

[파이낸셜뉴스]“통상 쌍용차와 같은 기업을 인수합병(M&A) 한다고 하면 승자의 저주에 빠져서 주가가 빠지는데 지금은 기업들이 주가를 띄우기 위해 쌍용차를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한 IB업계 관계자)

최근 쌍용차 인수를 두고 기업들이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거나 급락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회사들이 기회를 틈타 인수 의향을 밝힌 후 계열사의 주가를 띄워 대량 매각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주가조작 의혹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이에 대해 문제를 인식하고 주가조작 문제를 조사해 관련 기업에 대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미 그 기간 동안 투자에 뛰어든 개미들은 커다란 손실에 눈물 흘리고 있다.

■쌍용차 인수전 뛰어든 기업, 주가 널뛰기
9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인수 의사를 밝힌 KG그룹 계열사 주가는 7일 일제히 급등했다. KG동부제철우는 가격제한폭(29.71%)까지 오른 17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KG동부제철(29.76%), KG ETS(4.11%), KG케미칼(3.78%), KG모빌리언스(3.03%) 등의 주가도 올랐다.

8일 KG동부제철은 3.67% 내린 1만5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10% 이상 급등했지만, 이내 힘이 빠지더니 결국 하락세로 마감했다. 이 밖에 KG케미칼(-10.68%), KG ETS(-9.12%), KG모빌리언스(-7.84%) 등 최근 급등세를 보였던 KG그룹 계열사 종목들이 하락세를 보였다. KG동부제철우만 6일부터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쌍용차 인수를 밝혔던 쌍방울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도 인수설이 나온 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3영업일 동안 쌍방울(108.26%), 광림(83.13%), 나노스(69.67%) 모두 급등했다.

하지만 자금 조달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인수전에 다른 기업이 뛰어들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5일부터 7일까지 주가는 3거래일 연속 급락했다. 쌍방울(-31.29%), 광림(-17.76%), 나노스(-40.98%) 모두 급락했다.

이후 8일 쌍방울그룹이 전일 매수자문사로 삼일PwC를 선정하고 매각 주관사인 EY한영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히자 주가가 꿈틀했다. 쌍방울은 10%이상 뛰더니, 상승폭을 반납하며 1.11% 상승 마감했다. 나노스도 3.08% 상승 마감했지만 광림(-7.20%), 미래산업(-6.38%), 아이오케이(-6.17%), 비비안(-2.16%) 등은 전날에 이어 하락 마감했다.

4일 이엔플러스도 인수 검토 소식이 전해지면서 당일 상한가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4거래일 연속 내리막을 걸으면서 이전 주가로 돌아갔다. 이엔플러스는 7일 공시를 통해 “쌍용차 인수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했으나 신규 사업 집중을 위해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쌍방울 그룹이 쌍용자동차 인수 추진에 나선것으로 알려진 1일 서울시 용산구 쌍방울 그룹 본사 사옥의 모습 /사진=뉴스1
쌍방울 그룹이 쌍용자동차 인수 추진에 나선것으로 알려진 1일 서울시 용산구 쌍방울 그룹 본사 사옥의 모습 /사진=뉴스1
■제2의 에디슨모터스 사태 터지나
다수의 기업이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들고 주가가 요동치자 증권가에서는 제2의 에디슨모터스 사태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특히 전문가들은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들이 인수에 과연 진심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실제 쌍용차 인수에는 1조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쌍방울그룹의 지난해 연결 기준 유동자산은 2713억원가량이다. 이엔플러스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50억원에 불과하다.
인수 자금 여력이 있더라고 하더라고 인수 후 들어가는 운영 자금을 감당하긴 어렵다.

KG그룹 컨소시엄의 경우도 계열사인 KG ETS가 최근 국내 한 사모펀드에 매각하기로 한 폐기물 사업부 등의 매각대금 5000억원이 하반기에 들어올 예정이지만 KG그룹 역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쌍용차를 인수해 실제 운영하려면 에디슨EV 측이 제시했던 인수금액 3000억원 외에도 매년 수천억 원의 운영자금이 추가로 필요하다. 오히려 인수 후 ‘승자의 저주’에 걸려서 회사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다들 쌍용차 평택부지를 이용해 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인 듯 보인다.

전문가들은 자칫 제2의 에디슨 EV 사태나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수 능력이 불확실한 회사들이 인수 의지를 밝히고 주가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차익을 챙기는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에디슨EV가 거래정지되면서 10만 소액 주주들의 피해를 본 만큼 추가적으로 개미들의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들 기업이 인수 의사를 밝히거나 매각 주관사로부터 투자설명서를 받아갔을 뿐 어떠한 구속력 있는 행동을 취한 게 아니다”면서 “언제든 인수 추진 의사를 접을 수 있고, 이 경우 기대감에 올라간 주가 급락의 희생양은 결국 개미들일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인수 의사 나타내는 기업 더 나올 수도
현재 쌍방울그룹 계열사인 미래산업의 경우 주가 상승을 틈타 계열사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했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미래산업은 보유 중이던 아이오케이 주식 647만6842주를 124억1479만원에 지난 4일자로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주당 매각가는 1917원 수준으로 쌍용차 인수전 참여 이슈로 주가가 급등하기 전날인 지난달 31일 종가 1235원과 비교하면 55%가량 높다.

다만 쌍방울그룹은 “미래산업은 2020년 9월 아이오케이 주식 239만 5210주를 주당 4356원에 인수했는데, 이번 매도한 647만 주에 대한 처분가액은 지난해 11월 주당 1720원, 이달 4일 주당 1978원이라 당연히 차익 실현은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지만 주가 급등을 틈타 지분을 매각했다는 점에서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쌍방울그룹 계열사 간 자금 거래, 전환사채(CB) 발행이 활발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광림·미래산업 등 쌍방울그룹 계열사들은 지난해 11월 총 850억 원어치의 CB를 발행했다고 밝혔지만 상호 간 CB를 주고받으면서 실제 회사에 유입된 자금은 350억 원에 불과하다. CB를 전환하면서 큰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서로의 지분을 추가로 보유하게 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이들 기업 이외에도 인수를 노리는 기업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 업계에서는 새로운 기업들이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루머를 퍼트리면서 주가를 띄우려는 움직임도 나올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철저한 조사 의지를 밝혔지만 이미 투자자들은 늦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임원회의에서 인수 참여 기업의 주가 변동폭이 커짐에 따른 불공정거래 개연성과 투자자 피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정 원장은 "특정 테마주에 대한 신속한 대응 차원에서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체계적 협력을 통해 조사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불공정거래 혐의가 발견되는 경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과 협의해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고 발견된 위법행위에 대해선 엄중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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