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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명칭, ‘유산’으로 바뀐다 “국가유산 체제 전면 전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11 13:42

수정 2022.04.11 14:02

부여 정림사지 /사진=문화재청
부여 정림사지 /사진=문화재청

[파이낸셜뉴스] ‘문화재’라는 명칭이 ‘유산’ 개념으로 변경되는 등 국가유산 체제가 전면 전환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1962년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 명칭 및 분류체계(유형문화재(국보·보물), 무형문화재, 사적·명승·천연기념물 등 기념물, 민속문화재)를 60년 동안 고수했다.

이번 문화재 명칭과 분류체계 개선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현재 대내외적으로 사용 중인 ‘문화재’ 용어가 가진 의미상 한계를 극복하고 유네스코 등 국제기준과의 정합성을 맞추는 등 문화재 정책범위의 확장과 시대변화.미래가치를 반영한 체계 수정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른 것이다.

이에 문화재위원회·무형문화재위원회는 11일 합동 분과위원장단 회의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개최하여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래 60년 만에 문화재 명칭 및 분류체계 전면 개선안을 확정하고, ‘미래지향적 국가유산 보호와 가치 증진’ 촉구 결의문을 채택하여 문화재청에 전달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일본의 문화재보호법(1950년 제정)을 대부분 원용하여 제정되었으며, ‘문화재’라는 통칭 명칭을 사용하는 국가는 일본과 우리뿐이며, 분류체계가 비체계적이라는 점, △문화‘재(財)’라는 용어가 ‘과거 유물의 재화적 성격이 강한 점, △ 자연물(천연기념물(동식물·지질)·명승(경관))과 사람(무형문화재)을 문화재로 지칭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지적, △1990년대 후반부터 ’문화유산‘ 용어 보편화에 따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명칭 개선 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1972년 제정된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 에 따른 국제사회의 유산 분류체계와 국내 문화재보호법 상 분류체계가 상이하여 정합성과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어 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별도의 협약으로 무형유산을 정의하고 있어 국제적으로 문화재 개념보다 유산 개념을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는 2005년부터 ‘문화재 명칭 및 분류체계’ 개선을 위해 수차례 진행되었던 연구와 논의를 바탕으로 올해 1월부터 개선안을 마련한 후, 각계의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개선 필요성과 방향에 대해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를 추진해 왔다.

특히, 지난 3월에 실시한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 ‘문화재’ 명칭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국민 76.5%, 전문가 91.8%이었고, ‘유산’ 개념으로 변경하는 데에는 국민 90.3%, 전문가 95.8%가 찬성했다. 통칭 용어로서 ‘국가유산’이 적절한가에 대한 질문에도 국민 87.2%, 전문가 52.5%가 동의했다.

‘지정·등록 체계’ 개선 전·후 비교
‘지정·등록 체계’ 개선 전·후 비교

이번 명칭 및 분류체계 개선의 주요 내용은 우선 문화재(財)라는 명칭을 유산(遺産)으로 변경하고, 통칭은 ‘국가유산’으로 한다.

재화 개념의 ‘문화재’ 명칭에서 탈피해 역사와 정신까지 포함한 유산 개념으로 변경 확장을 통해, 계승과 전승 의미 확대, 공동체·지역발전의 원천자산화, 국민친화적·포괄적 미래유산 보호 등 정책기능 대전환의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아울러, 국보·보물 등의 지정기준도 기존 오래된 것, 귀한 것, 유일한 것에서 누가, 어떻게, 왜 만들어졌는지 등 풍부한 역사와 정신적 가치까지 포함하게 된다.

또 각 유산을 포괄하는 통칭 개념으로 ‘국가유산’ 체제를 도입하게 된다. 국가유산은 세계유산과의 상응 개념으로 한 국가의 총체적 유산을 뜻하며, 무엇보다도 헌법상 문화국가 원리 실현(전통문화의 계승·발전 및 민족문화 창달)에 이바지한다.

국가유산 분류체계는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으로 대별한다.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협약(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과 무형문화유산 협약(무형유산)의 체계를 원용하고 개별유산의 속성·형태와 법률·행정 체계와의 연계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국제사회의 기준과 정합성을 높여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확대, 세계유산 국제기구와의 협력 강화, 주변국의 역사왜곡에도 적극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정·등록명도 ‘문화재’에서 ‘유산’으로 변경하고, 목록유산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그동안 관리사각지대에 있었던 비지정문화재에 대해 목록유산이라는 개념을 신설해 지정문화재 중심의 중점보호주의에서 비지정문화재를 포함한 역사문화자원을 목록으로 관리하는 포괄적 보호체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로써 비지정문화재 중 보호가치 있는 향토유산의 법적 개념과 지원근거가 처음으로 마련된다.
또한, 등록유산과 목록유산의 대상을 문화유산에서 무형유산과 자연유산으로 확대한다.

이에 문화재위원회와 무형문화재위원회 위원 일동은 미래지향적인 국가유산 체제 도입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에는 △국가의 품격을 결정하는 핵심요소이자 문화국가 실현에 이바지하는 국가유산 체제의 도입, △지정문화재 중심에서 비지정문화재와 역사문화자원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보호체계로 정책 전환, △‘문화재’ 명칭을 역사적.정신적 가치를 포함하는 ‘유산’으로 변경,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으로 분류체계를 개선하여 국제기준인 유네스코 유산 체계와의 정합성 확보, △국가유산기본법 제정, 전문 인력 및 재원의 확보 등 국가유산 체제에 걸맞은 법적.행정적 기반 마련 등 국가유산의 총체적인 보호와 가치 증진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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