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황소'(1953년) /사진=서울미술관
"서른 한 분 작가들의 작품을 모시고, 제 수집의 시간 40년을 담아서 여는 전시입니다. 작가 선생님들은 그림을 그렸고 저는 수집가로서 대가를 지불하며 그림에 스토리와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미술을 사랑하는 한 사람이 만들어낸 미술의 신전 '서울미술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이했다. 이를 기념해 13일부터 열리는 '두려움일까 사랑일까'는 안병광 서울미술관 회장이 그간 애지중지 모아온 작품들을 총망라하는 전시다. 서울미술관 2층과 3층 공간 약 800여평에는 이중섭을 비롯해 김환기, 박수근, 이우환, 정상화, 유영국, 천경자, 김기창, 도상봉 등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걸작이 내걸렸다.
이번 전시 제목의 두 가지 키워드 '두려움'과 '사랑'은 생계의 어려움 속에서도 미술을 향한 열정으로 작업을 해나간 수 많은 작가들의 마음과 이들의 작품을 알아보고 세간의 시선 속에서도 작품을 수집하고 작가의 가치를 높여가는 수집가의 마음이라는 두 관점을 의미한다.
전시는 크게 1부 '그리다'와 2부 '바라보다' 섹션으로 구성됐는데 굳이 이를 의식하지 않아도 안 회장이 그간 수집해온 작품들을 작가별로 나눠 각각 독립된 작가전을 여는 갤러리처럼 구성했다. 전시는 박생광의 '범과 소년'으로부터 시작된다. 걸린 작품의 이름과 작가, 제작년도, 소재 등을 설명하는 라벨 밑에는 '수집가의 문장'이라는 글이 따로 적혀있는데 이는 안 회장이 작품을 수집하며 가졌던 감정과 수집 과정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겨 있다. 이 글을 통해 안 회장은 "인왕산에 자리한 서울미술관에게 수호신과 같은 작품"이라고 소개한다. 수집가의 문장은 미술 작품을 자주 접하지 못한 초심자들이 전시를 더욱 즐길 수 있도록 친절한 가이드 역할을 한다.
서울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 '두려움일까 사랑일까'전 말미에 걸린 김환기의 '아침의 메아리'(1965년) /사진=서울미술관
한편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은 1부 전시 말미에 있다.
이중섭의 '황소'를 비롯해 김환기의 '십만 개의 점'이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수많은 걸작의 숲을 지나 전시의 끝에도 김환기의 작품 '아침의 메아리'가 마지막 안부를 전한다.
안 회장은 "작년에 소장하게 된 작품으로 지난 10년 너머 앞으로 묵묵히 나아갈 서울미술관의 10년을 다짐하게끔 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9월 18일까지.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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