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리안" 미국물 완전히 뺀 히어로
히어로는 이제 한국의 개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스타벅스의 주소도 생각나지 않고 누나의 LA 아파트도 전혀 기억이 없다.
오늘도 나는 혼자서 부엌에서 자면서 쉬하고 응가를 했다. 그래도 아빠가 부엌의 창문을 열어 두어서 냄새는 덜 하지만 새벽에는 영 추워서 이불이 그립다. 거기다가 털까지 다 깎아 버렸으니 정말 새벽이 싫다. 노란 셔츠는 어제 아빠가 빨아서 널어 두었는데 왜 입혀주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거라도 입으면 좀 추위가 덜 할 텐데…
이제는 음식도 아무거나 다 잘 먹을 수 있는데, 아빠는 늘 주시는 것만 주신다. 밥은 새로 사온 것으로 주시는데 양식보다 영 영양가와 위생이 맘에 걸린다. 냄새도 좀 이상하고 먹고 나면 목이 너무 많이 마른 것을 보면 뭔가가 확실히 차이가 있는 거 같다. 그래도 간식으로 주시는 닭고기랑 햄이랑 그리고 비스킷은 참으로 맛이 일품이다. 아빠가 하루에 한 5번 정도만 들어왔다 나갔다 하면 히어로는 정말 행복할거 같다.
어째 이번 토요일은 아빠가 골프를 일찍 마치고 들어오셨다. 역시 청소를 열심히 하시고, 그런데 청소를 하면서 왜 자꾸 여기 저기 냄새를 킁킁 맡아보는지 알 수가 없다. 히어로의 흉내를 너무 내는 것인가? 그러다가 갑자기 인상을 팍! 쓰시면서 "히어로~ 이리왓! 왜 또 여기 쉬를 했어" 하고 화를 내는 통에 히어로가 질겁하겠다. 요번에 보니 아빠가 신문을 모으는 파란색 박스에 쉬를 한 몇 번 했는데 그간 아빠가 몰랐다가 이번에 알아버렸다. 나는 그 박스에 담겨있는 헌 신문에서 나의 쉬 냄새가 났기에 쉬를 하는 자리인줄 알고 쉬를 했는데 아빠는 그것도 모르고 신경질이야. 쳇! 기어코 그 박스를 갖다 버리시고 이상한 과일 박스를 다시 갖다 두셨다. 그 박스가 정말 색깔이 좋았는데. 그리고 그 자리에 페브리즈를 뿌려 버렸으니 이제는 그 옆에 가기도 싫다.
■대참사, 다리미에 수염을 그을리다
아빠가 셔츠를 다리고 계셨다. 가만 보니 참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곁으로 살금살금 다가갔더니 아빠가 가만히 계신다. 그 다리미가 참 생기기도 요상하고 또 지나만 가면 구겨졌던 옷이 다 펴져서 코를 갖다 대고 냄새를 맡다가... 에구구! 히어로 살려!
그만 조금 자란 수염을 다 태우게 되었다. 갖다 대지도 않았는데 그리도 뜨거운지… 아빠는 조금도 걱정을 하지 않고 킥킥거리고 웃기만 하고… 아고고 뜨거워라…
김이 팍 새서 아빠가 다림질을 하는 동안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며 졸고 있는데 아빠가 가만히 얼굴을 내 얼굴에 갖다 대는 거였다. 음! 아빠가 예뻐서 그러나 보다 하고 혓바닥을 내밀었더니 갑자기 아빠의 입에 물뿜이가 되어 물이 팍하고 터지는데…
히어로는 또 한번 경기를 하고 말았다. 지난번에는 물 뿜기로 내 얼굴에 물을 뿜어서 코로 물이 들어가서 재채기를 수도 없이 했는데… 암튼 아빠는 히어로를 뭐로 보는지… 정말 물을 먹이는 통에 히어로만 힘들다.
■아빠와 함께하는 '한 밤의 공놀이'
저녁에 아빠가 TV를 보시고 나는 피곤해서 소파 밑에서 아빠 몰래 잠을 청하고 있었는데… 응? 아빠가 갑자기 내 간식이 들어있는 냉장고를 여시는 거야. 옳다!! 얌전히 있으니 간식을 주시는구나 하고 몸을 비틀고 일어나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지만, 과자는 주지도 않고, 아빠 혼자 과자를 드시는 거야. 그러더니 심심했던지 저기 선반장 위에 있던 나보다 큰 축구공을 내리시는 거야. 내가 갖고 놀던 공과는 규모나 색깔이 비교가 되지 않는 어마어마하게 큰 공이었다.
어쩌나? 하고 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 공을 이 불쌍한 히어로의 머리 위에다 던져 버리시는 거야. 아니 히어로보다 더 큰 공을 가만히 방심을 하고 있는 히어로의 머리에 던졌으니 히어로의 목이 부러지는 줄 알았다. 다행히 공이 바람이 다 빠진 공이라 큰 상처는 없었지만 놀란 히어로는 정말 아빠가 싫다 싫어.. !
탁자 밑에 숨으면 공을 굴리고 소파 위로 도망을 가면 소파 옆에 던지고… 공이 떨어질 때는 마치 수소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난다. 나는 정말 소파에 오줌을 싸고 베란다에 응가를 할 지경이다. 그 이후로는 아빠가 없을 때 그 공과 한번 친해 보려고 노력을 했으나 워낙 커서 도저히 내가 굴릴 수도 없는 공이니 난 참으로 그 공이 없는 조용한 집이 그립다. 미국 집이 정말 그립다.
■"한국 음식 중 최고는 역시 갈비!"
그래도 아빠가 요즘은 한국음식을 자주 주시니 살만하다. 어제 밤에도 키위라고 하는 과일을 드시면서 속의 것은 다 파서 아빠만 먹고 나는 껍질에 남아있는 국물만 먹으라고 주셨는데, 맛이 영 장난이 아니더라. 황홀하더라. 그리고 아침에 응가가 영 부드럽게 나와서 힘이 덜 들었다. 누나가 먹으면 참 좋겠더라. 변비는 책임지니깐..
지난주 아빠가 식당에서 먹다가 남긴 매운 갈비를 조금 싸가지고 오셨다. 저녁에 아빠가 혼자서 데워 드시는데 정말 냄새가 히어로를 기절시킬 정도로 끝내주었다. 자꾸 아빠 겨드랑이 아래서 킁킁 했더니 아빠가 고기는 다 먹고 뼈다귀를 한 개 주셨는데... 양념이 배어 있는 것이 맵고 짜고 그리고 구수하고.. 참으로 한국의 갈비는 일품이었다. 그런데 몇 번을 빨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고 목이 따갑고 재채기가 나기 시작을 하는데.. 에구구 히어로 살려!
이렇게 나는 나날이 한국 음식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 멸치는 정말 포기할 수가 없는 좋은 영양식이 되었고, 콘프로스트와 우유의 앙상불은 먹어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다. 식빵 껍데기의 구수하고 달짝지근한 맛은 히어로의 아침 메뉴로 최고이고, 거기다가 계란 흰자위 부스러기라도 한 조각 먹으면 그날은 정말 우아하게 시작하는 날이다.
아아~ 졸리다. 누나야! 아빠로부터 누나의 안부는 잘 들었다. 형아는 독수리에 미쳐서 영 히어로를 잊었다고 하니.. 엄마가 와야 또 목욕을 한번 할 텐데.. 다들 안녕~
알리사(alisa)
◎반려동물과의 '아름다운 동행' 수기 공모합니다
‘반려인구 1000만 시대’를 맞아 파이낸셜뉴스와 네슬레 퓨리나가 반려동물 수기를 공모합니다. 반려동물과의 특별한 인연이나 감동적인 스토리,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반려인의 일상, 기타 반려동물과 관련한 각종 사연을 에세이 형식으로 보내주시면 심사를 통해 최우수상 1명, 우수상 2명, 장려상 5명에게 푸짐한 상품과 함께 수기 발표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애독자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공모주제 : 반려동물과의 '아름다운 동행'
-반려동물과의 인연 및 감동적 스토리
-반려동물 키우기 등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일상
-기타 반려동물과 관련한 각종 사연 등
■공모기간 : 2022년 5월 2일~6월 10일
■접수방법 : 이메일(petopia@fnnews.com) 접수
■원고형식 : 자유(글+사진+그림), 200자 원고지 15매 이내 ※숏폼 동영상 첨부시 가산점 부여
■시상계획
-최우수상(1명, 200만원 상당 애견용품)
-우수상(2명, 100만원 상당 애견용품)
-장려상(5명, 20만원 상당 애견용품)
■결과발표 : 2022년 6월 23일 창간 22주년 기념호 신문지상 및 본사 홈페이지 공지 후 수상작 온라인 게재
■협찬 : 네슬레 퓨리나
■유의사항
-1인 1작품까지 공모가 가능합니다.
-수상작에 대한 소유권 및 상표권을 포함한 저작 재산권은 주최측에 귀속됩니다.
-당선작으로 결정된 이후라도 추후 민원 발생 및 표절작이 밝혀지는 등 결격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수상 취소 및 상금 회수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응모작의 저작권으로 발생한 민형사상 책임은 제출자에게 있습니다.
-시상금은 제세공과금을 제외한 후 지급됩니다.
-공모전 일정과 내용은 사정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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