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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와 흐드러진 꽃… 화려하지 않아 더 아름답네 [손이천의 '머니&아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11 18:48

수정 2022.04.11 18:48

도상봉 '라일락'
도상봉 '라일락'(1971년) 케이옥션 제공
도상봉 '라일락'(1971년) 케이옥션 제공
1세대 서양화가이자 대표 구상화가인 도상봉(1902~1977)은 고전적 사실주의와 한국적 아카데미즘의 원형을 확립했다. '회화는 생활의 반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 작가는 주변의 풍경, 인물, 정물을 작품에 담았고, 특히 백자 항아리에 담긴 국화, 라일락 등을 즐겨 그렸다. 그의 호 '도천(陶泉)'은 '도자기의 샘'이라는 뜻인데, 도자기 상회를 직접 열었을 정도로 극진했던 도상봉의 도자기 사랑을 담고 있다.

부유한 상인의 맏아들로 태어난 도상봉은 부모의 뜻에 따라 일본 메이지대학 법학과에 들어갔으나, 곧 자신의 길이 아님을 깨닫고 미술로 전향해 1927년 도쿄미술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은둔자적 태도로 화업을 이어가던 도상봉은 광복 이후 미술행정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기도 했고, 생을 마감할 때까지 한국 고유의 정감과 조형미를 보여주는 많은 작품을 제작했다.


지난 2011년 6월 경매에 출품돼 1억9000만원에 낙찰된 1971년작 '라일락'은 전통적 모양의 백자 항아리에 풍성하게 흐드러져 있는 라일락이 작품의 균형을 잡고 있다.
차분한 붓 터치로 그린 라일락의 오묘하고 은은한 빛깔이 백자와 멋들어지게 어울리는 동시에, 소박하고 담백하며 격조 있는 아름다움은 보는 이로 하여금 평범함의 매력을 깨닫게 한다.

케이옥션 수석경매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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