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1) 최일 기자 = 6·1지방선거가 정확히 5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전지역 곳곳에서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일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이 이미 후보를 내정해 놓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와 ‘공천(公薦)이 아닌 사천(私薦)’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공천 신청도 하기 전에 사실상 ‘공천 탈락’을 통보받았다는 출마예정자들은 ‘변화와 혁신’이란 기치 아래 공천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고 항변한다.
대전 동구 제2선거구 광역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종호 시의원은 11일 <뉴스1>과 통화에서 동구 지역위원장인 장철민 국회의원의 공천 행태와 관련,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들로 이미 시의원 후보와 구의원 가번·나번 후보를 낙점해놓고 물갈이 대상이 된 시·구의원에게 ‘출마하지 말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자신은 출마 포기를 ‘권유’한다고 하는데 공천권을 가진 사람의 말이 어떻게 권유하는 것으로 들리겠는가, 강요지. 지난 금요일 공천을 신청했는데 하나마나한 심사가 이뤄진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어떻게 공당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겠는가. 공천 신청을 철회하려 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동구 제3선거구의 윤종명 시의회 운영위원장도 “현역 의원에게 경선 기회도 주지 않고 나눠먹기식 공천을 하고 있다. 당헌·당규도 무시한 채 지역위원장이 마음대로 자리를 나눠주고 있다”며 “경쟁력 있는 사람을 후보로 내세워야 하는데 ‘내 사람으로 갈아서 내 멋대로 하겠다’는 식의 공천이 이뤄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5월 당 대표 선거 당시 홍영표 의원(장철민 의원은 홍 의원의 보좌관 출신)을 지지하지 않은 시·구의원들을 솎아내는 공천이기도 하다. 이대로 민주당에서 나를 버린다면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밖에 없다”며 탈당을 시사했다.
윤 위원장은 “지역위원장이 낙점한 시·구의원 후보들끼리 공약 선정을 위한 회의를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2020년 4월 21대 총선 후) 2년 밖에 안 된 지역위원장이 동구를 ‘내 편, 네 편’으로 갈라놓았다. 시·구의원들을 우습게 여기고 함부로 대하는 것 같다”고 반발했다.
자신을 향한 성토에 장철민 국회의원은 “변화와 혁신 과정에 여러 이야기들, 여러 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으로 원래 공천이 그렇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우리 당의 과제”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장 의원은 “대전 5개 구 중에 가장 큰 변화가 필요한 곳이 동구라고 말씀하는 분들이 많다. 현 상태를 그대로 두고 유권자들께 또다시 표를 달라는 건 적절치 않다. 미래지향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당의 공천 방향에 부합하지 않은 시·구의원 물갈이의 불가피성을 드러냈다.
젊은 정치인(1983년생)으로, 대전시당 지방선거획단장을 맡고 있는 장 의원은 “비수도권의 유일한 청년 국회의원으로서 청년·여성 후보 30% 공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당 대표 선거와 이번 지방선거 공천이 관련돼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동구뿐 아니라 중구에서도 민주당 지역위원장인 황운하 국회의원으로부터 공천 신청 전에 ‘공천 탈락’을 통보받았다는 전·현직 시·구의원들이 있다.
중구 제2선거구에서 시의원에 도전하려던 이운우 전 구의회 의장은 “8일이 공천 신청 마감일이었는데 서류를 넣지 않았다”며 “지역위원장이 낙점한 후보(황 의원의 비서관)가 있다는데 뭐하러 들러리 서나. 한마디로 공정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공천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황 의원은 “‘공천 탈락 통보’라기보다는 공천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희박한 분들에게 미리 알려준 것이다. 괜히 돈과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지 않나”라고 반문하고 “혁신공천에 부합하지 않는 분, 탈락이 예상되는 분에게 제 의중을 전해준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