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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책 총알받이
文정부 물가 대응 공공요금 압박
새 정부도 선거 표심에 동결 요구
원료값 급등 한전 20조 적자 예상
무리한 고용 확대에 인국공 사태
새 정부 인력감축땐 고령화 불가피
文정부 물가 대응 공공요금 압박
새 정부도 선거 표심에 동결 요구
원료값 급등 한전 20조 적자 예상
무리한 고용 확대에 인국공 사태
새 정부 인력감축땐 고령화 불가피
정부가 물가억제와 일자리 확대 등 정책 '총알받이'로 공공기관을 활용하면서 부채가 늘고 부실화가 심해지고 있다.
신구 정부 모두 '4%대 물가' 속 서민경제를 구하기 위해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에너지공기업이 만성적인 적자에 빠졌다. 원유·천연가스 등 발전원료 가격은 급등했지만 전기요금은 오르지 않아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 부실화로 미래세대 빚이 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물가를 잡기 위한 정부 정책에 제약이 많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것이다.
일자리 완충장치로 인력을 늘리다가 정권이 바뀌면 다시 줄이는 행태가 반복되는 점도 공공기관의 일관적 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일자리 창출 정책에 공공기관이 활용되면서 인력구조가 왜곡되고 있다. 2017년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부터 2021년 '건강보험공단 사태'까지 갈등이 반복되면서 임금상승, 세금증가 등 국민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그러나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새 정부가 공공기관 신입사원 채용을 축소하는 등 방법으로 인력감축에 나서면 인력부족, 신구인력 부조화 등 활력저하가 우려된다.
■물가 잡기 위해 공공요금 인상 억제
1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신구 정부가 4%대 물가시대 대응으로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을 누르면서 공기업이 '물가 잡는 총알받이'로 전락하고 있다.
정부가 전기·가스요금 동결에 목을 매는 것은 전 국민이 이용하는 데다 고물가에 영향이 커 표심에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과거와 달리 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가 활용할 정책적 수단이 거의 없어 정부가 손쉽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공요금에 손을 대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원유·가스 등 원자재 대란으로 전기·가스요금 인상요인이 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 '표심'을 위해 공공요금 인상을 지속적으로 억제하다 대선 후인 4월부터 인상키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예고한 대로 전기요금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을 2·4분기부터 kwh당 6.9원 인상했다. 반면 한전이 요구한 연료비 조정단가(분기당 최대 3원) 조정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물가 관리가 최우선 과제인 새 정부도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기·가스요금 동결이나 인상 최소화를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전기료 인상 백지화' 공약으로 당선됐고, 새 정부 주요 인사들도 공공요금 인상 억제논리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공공요금 한시적 동결 또는 인상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당면 최대과제인 물가안정을 위해 공공요금 가격 관리를 내세웠다.
추 후보자는 "정부가 직접 물가를 관리할 정책수단이 굉장히 제약돼 있다"며 "정부가 직접 결정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게 공공요금이기에 이 부분은 잘 살펴 서민물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원료 가격은 급등했는데, 공공요금 인상률이 이에 크게 못 미치면서 에너지공기업들 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5조8000억원 적자에 이어 올해 최대 20조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올해 1월부터 1조5751억원의 손실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가스공사도 2020년 당기순손실 1607억원으로 적자였다가 2021년 9645억원으로 흑자 전환한 바 있다.
■‘일자리 늘리기’에 공공기관 부채 증가
문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일자리 늘리기 정책에도 공공기관 등을 총알받이로 활용하면서 인국공, 건강보험공단 사태가 발생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틀 만인 2017년 5월 12일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를 선언하면서 1900여명의 보안검색요원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인국공 사태는 직원 간 '노노갈등'을 불러왔고, 취준생들은 불공정 채용이라고 반발했다.
2021년 10월에는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콜센터) 상담원을 사실상 정규직으로 채용키로 하자 취준생들이 "떼 쓰면 다 되느냐"며 분노를 쏟아냈다. 건보공단 직원들도 정규직이 늘어나는 만큼 기존 직원 임금상승이 어려워진다며 불만을 드러내면서 노노갈등을 불러왔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 7월~2020년 6월 말 기준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지방공기업·교육기관 등 공공부문 853개 기관 1단계 정규직 전환결정 인원은 19만7000여명이라고 집계했다. 기존 비정규직 근로자를 전환 방식으로 채용한 비율은 84.2%, 경쟁채용 방식은 15.8%였다.
정부 주도 일자리 정책으로 공공기관 임직원도 43만5700명(알리오 2020년 12월 말 기준)에 달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6년 말(32만8400명) 대비 32.6% 증가한 것이다. 공공기관 부채도 같은 기간 500조3000억원에서 544조8000억원으로 8.8% 늘어났다.
새 정부는 자유시장경제의 작은 정부를 추구하고 민간의 역할을 강조한 만큼 공공기관은 고통스러운 군살빼기 작업을 거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신규 직원 채용의 어려움이 커지면 직원의 고령화도 불가피해질 수 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진보정부는 직원을 확대하고, 보수정부는 신입직원을 채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인력 규모가 조절된다"며 "보수정부 몇 년간 신입직원을 뽑지 않으면 조직 내 막내 역할을 수년씩 하는 경우가 생기는 등 인력부족과 왜곡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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