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보수 텃밭' 대구에서 바쁜 하루를 보냈다. 윤 당선인은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과거 앙금을 풀며 보수지지층 결집을 도모했고, 서문시장과 동성로를 찾아 민생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2시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박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 50분간 진행된 만남에서 두 사람은 사과와 덕담을 주고받으며 속 깊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은 이날 긴 탁자에 마주보고 앉았다.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부위원장과 박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 유영하 변호사가 배석했다. 언론에 공개된 사진에서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은 밝은 표정으로 손을 맞잡았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윤 당선인을 위해 민트차와 한과를 준비했다. 유 변호사는 "당선인이 준비한 한과를 다 드셨다"고 전했다.
회동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윤 당선인의 국정농단 특검 수사로 옥고를 치러야 했던 만큼 윤 당선인과의 만남이 껄끄러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대화 도중 웃음을 보이거나 윤 당선인의 건강을 챙기며 "좋은 대통령으로 남아달라"고 덕담을 건넸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당시 청와대와 내각을 어떻게 운영했는지 자료를 보고 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을 모시고 근무했던 분들을 찾아뵙고 어떻게 국정을 이끌었는지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선되고 나니 걱정이 돼서 잠이 잘 안 온다"며 차기 대통령으로서 느끼는 부담감을 토로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자리가 무겁고 크다. 일단 건강을 많이 챙겨라. 건강해야 격무를 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의 통원 치료에 차질이 없도록 경호처에 각별히 당부를 하겠다며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약속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정책에 대한 계승 및 좋은 성과를 널리 알리고 박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에 나설 뜻도 밝혔다.
이날 한 번의 만남으로 10년간의 악연이 없던 일로 되기는 어렵겠지만, 박 전 대통령의 덕담 등은 윤 당선인의 사과를 받아들이는 모습이어서 보수층에 두 사람이 '화해'를 했다는 메시지로 전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윤 당선인은 대구 서문시장과 동성로를 찾아 지역 경제 회복을 약속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서문시장에서 가진 상인들과 간담회에서 "2년 전 코로나로 전통시장에 자영업하시는 분들이 직격탄을 맞아 전시와 다름없을 정도의 혹독한 세월을 겪었다"며 "자영업자를 중산층으로서 우리 경제, 사회의 허리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정부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일정으로 찾은 동성로에서는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께서 대구·경북을 우리나라 수출 산업 기지로 만들어 지역경제와 대한민국 경제를 도약시켰듯이 대구·경북의 제2의 새로운 도약을 일궈내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대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대구시민들에게 감사인사도 전했다. 그는 서문시장에서 지난 선거기간 세 번 방문했던 사실을 전하며 "서문시장만 오면 아픈 것도 다 낫고 엄청난 힘,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서문시장에서는 어퍼컷 세리머니와 함께 "대구 시민들의 열렬한 성원과 압도적 지지로 한 달 후면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됐다"면서 "대구에 오면 늘 따뜻하게 저를 품어주셨고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셨다"고 인사했다.
이날 윤 당선인이 방문하는 곳에는 많은 시민이 몰려 대구 방문을 환영했다. 박 전 대통령 사저 주변에는 경찰 추산 3000여 명의 인파가 몰렸고, 서문시장과 동성로에도 많은 시민이 모여 윤 당선인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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