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조소영 기자,김일창 기자,심언기 기자 =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골자로 한 '검수완박' 법안이 정국의 핵(核)으로 부상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3일 "헌법 파괴 행위"라며 반발한 가운데, 김오수 검찰총장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공개 요청하면서 초유의 '검수완박 정국'이 펼쳐졌다.
설상가상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지명, 사실상 문재인 정권의 검찰 개혁에 명확한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인사 테러'로 규정하고 검수완박 법안 처리에 고삐를 죄면서 '신구(新舊) 권력 갈등'으로 전선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尹, 법무부 장관에 한동훈 지명…국민의힘 "필리버스터 불사"
국민의힘 인수위는 이날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4월 임시국회에서 강행 처리를 예고한 것을 두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만약에 하게 되면 저는 당대표로서 우리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독려할 것"이라며 "저는 원내가 아니라서 밖에서 응원만 하겠지만 제가 만약에 했으면 제가 한 100시간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위원들도 이날 국회에서 긴급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수완박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퇴보시키고 이른바 '문재명(문재인+이재명) 비리'를 대못 박아 묻어버리겠다는 것"이라며 "설령 검수완박법이 처리되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우선 대국민 여론전을 통해 검수완박 법안의 국회 통과를 저지하고, 민주당이 강행 처리를 시도할 경우에는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권 원내대표는 "절대 다수당인 민주당이 국민의 편이 아닌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이런 악법을 강행 처리하겠다고 나서는 부분에 대해서는 당분간 대국민 여론전을 펼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정말 강행 처리하는 모습을 보이면 필리버스터를 포함해 총력으로 저지할 것"이라고 했다.
유상범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위원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기자회견장에서 "헌법 파괴 행위와 다름없다"며 "대통령선거로 확인된 민의에 불복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한동훈 후보자는 "검찰 수사권 박탈은 우리나라의 모든 상식적인 법조인, 언론인, 학계, 시민단체들이 전례없이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이 크게 고통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법안 처리 시도는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강행 처리' 고삐 죄는 민주당…"지금 아니면 실현 못 한다"
반면 민주당은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명분 쌓기를 위한 여론 설득에 나섰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이날 대전에서 비대위 회의를 열고 "검찰은 해방 이후 70년 동안 그 어떤 견제도 없는 특권을 누려왔다"며 "수사권, 기소권을 한 손에 틀어쥐고 선택적 수사와 정치 개입으로 법치를 교란하고 사법 정의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검찰 권력은 민주주의와 삼권 분립의 토대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검찰 정상화를 더는 미룰 수 없다"며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우선적으로 분리하고, 경찰 수사권에 대한 견제장치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여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나오는 많은 반론은 '경찰은 수사를 잘 못 하고 검찰은 수사를 잘한다'는 전제가 깔렸다"며 "경찰의 조직적인 충원, 수사능력의 강화를 해나가면서 (검찰의 수사권 분리)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민 의원은 TBS라디오에서 "지지자들이 계속 민주당사 앞에서 집회를 하고 의원들을 찾아다니면서 설득도 했다"며 "실제로 당내에서 확인했던 여론조사는 검찰개혁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이고 높게 나오고 있다고 내부적으로도 평가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거기에 최근 검찰의 집단 반발이 기름을 끼얹은 게 아닐까 싶다"며 "(검사들의) 단체행동은 원래 처벌받아야 한다. 그런데 그 처벌을 또 검사들이 한다. 검사들은 항상 치외법권"이라고 비판했다.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도 KBS라디오에서 "선거는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다. 하지만 검찰개혁, 수사·기소 분리를 통한 민주주의 실현, 국민의 인권 보장 원칙은 지금이 아니면 실현할 수 없다"며 "민주당 지지자들에 대한 마지막 숙제를 이번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오수, 대통령에 면담 요청…文 대통령, 일단 거리두며 '침묵'
검찰도 집단 반발하며 전선에 동참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필사즉생'의 각오로 검수완박 법안을 저지하겠다며 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검찰 내 검수완박 저지 운동을 주도한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는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김오수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수완박' 기자간담회를 갖고 "오늘 정식으로 대통령님께 현안인 여당이 확정한 법안과 관련해 면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속한 민주당에서 검찰의 수사기능을 전면 폐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대통령을 모시고 2019년도 1차 검찰개혁과 현재 우리가 운용하는 제도를 한 바 있는데 또 1년만에 전면적으로 뜯어고치는 개혁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받아들이시는지 (여쭤보고) 문제점도 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복현 부장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대통령께서는 검수완박 정책에 대해 국가 수반이 입장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윤 당선인께서도 제도개선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줬으면 한다"며 사직을 올렸다. 검수완박을 이유로 사직한 첫 번째 사례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뇌부의 공식대응과 별개로 이 부장검사를 신호탄으로 검사장과 차장·부장급 사퇴 표명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총장 역시 검수완박 입법이 가시권에 들어오면 사퇴 시점을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일단 검수완박 갈등 국면과 거리를 두며 침묵하고 있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청와대는 검수완박에 대해 입장이 없다"고 강하게 선을 그었다.
청와대는 현 상황은 '국회의 시간'이라고 보고 이에 개입하는 게 옳지 않다는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이날로 퇴임까지 27일만을 남겨둔 가운데 청와대가 나설 단계가 아닌 상황에서 굳이 '참전'을 해 청와대 안팎으로 혼란을 가중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에서 "찬성이든 반대든 지금의 청와대가 책임질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그렇지 않은 만큼 어떤 입장을 밝히기가 좀 더 조심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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