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제주 해안가를 배회하며 불을 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숙자가 실형에 처해졌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14일 일반물건방화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월17일 밤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마라수산시장 앞에서 라이터로 휴지에 불을 붙인 뒤 플라스틱 컨테이너 적치장에 던져 컨테이너 200여 개와 인근 차량을 태운 혐의를 받았다.
A씨는 이어 이튿날인 2월18일 새벽 서귀포시 대정읍 서귀포해양경찰서 모슬포출장소 주변에서도 라이터로 폐어구에 불을 붙여 인근 식당과 연결된 취수관 등에 불을 지른 혐의도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거리를 배회하다 추워서 불을 쬐려고 했을 뿐 불을 번지게 할 고의는 없었고, 당시 제대로 불을 끄며 이동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첫 번째 범행 당시 행인의 제지를 무시하고 나무 판자 등을 갖고 와 불길을 더 키운 점, 방화 범행 후 재차 곧바로 현장을 이탈한 점, 불을 쬐는 모습을 확인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공소사실은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의 매우 태연한 태도는 음주나 흥분 또는 홧김에 우발적으로 저지르는 방화 범행과 비교하면 죄질이 훨씬 무겁다"며 "이 밖에도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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