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종합=뉴스1) 윤왕근 기자,박채오 기자,조민주 기자,강승남 기자,박영래 기자,박진규 기자,장인수 기자 = 오는 6·1 지방선거에 나설 각 당의 17개 광역·기초단체장 경선 후보 심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전국 곳곳에서 거물급 정치인들이 컷오프(공천배제)의 고배를 마셨다.
공천 칼날을 피하지 못한 후보들은 이의신청은 물론,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나서 후폭풍이 상당한 모양새다.
◇국민의힘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공천농단"…경선 파열음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14일 강원도지사 후보로 KBS 앵커 출신의 황상무 예비후보를 단수추천했다.
앞서 국민의힘에서는 이날 공천이 확정된 황상무 전 앵커와 김진태 전 의원 등 2명이 공천을 신청해 경쟁했다. 공관위는 김 전 의원의 강성 이미지가 중도 확장 등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태 전 의원은 공관위의 강원지사 후보가 확정 발표된 직후 입장문을 내고 "공관위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이것이 과연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는가"라며 "이의신청을 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짧지만 의미심장한 입장을 냈다.
울산에서는 3선 시장·재선 의원 출신의 박맹우 전 의원이 공천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다자구도 경쟁으로 무려 7명의 후보가 출마 선언을 한 울산시장 최종 경선 후보는 김두겸 전 남구청장, 서범수·이채익 의원,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 등 4명으로 결정됐다.
컷오프된 박맹우 전 의원은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박 전 의원은 14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의 울산시장 후보 결정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국민의힘을 떠나 무소속으로 울산시장에 출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결정은 신권력에 가까운 울산의 일부 정치인들과 중앙의 신권력층 일부가 합세해 철저히 박맹우 죽이기에 나선 것"이라며 "이런 공천농단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대전시장 공천에서는 박성효 전 시장과 장동혁 전 시당 위원장이 탈락했다.
이로써 이장우·정용기 전 국회의원과 정상철 전 충남대 총장 등 3자 간 경선이 이뤄지게 됐다.
제주에서도 컷오프 결과에 불복한 일부 후보가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시사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주지사 공천을 신청했다 컷오프된 부임춘 전 대표는 14일 입장문을 내고 "제주도지사직 도전은 제주미래를 위해 준비한 계획을 실천하는 것이 목적이기에 정치적 좌우논리가 아닌 실용적 정치에 방점이 있다"며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부 전 대표는 이르면 15일 탈당계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제주도지사 경선 후보는 문성유 전 한국자산공사 사장, 장성철 전 국민의힘 도당위원장, 허향진 전 제주대학교총장 등 3명으로 추려졌다.
국민의힘 이태영 보은군수 선거 예비후보도 컷오프 직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 예비후보는 이날 보은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충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군수 예비후보 면접의 부실한 공천심사에 수긍할 수 없다"며 무소속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의힘 윤해명 증평군수 예비후보 역시 "컷오프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불합리한 조치를 중앙당에 설명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탈당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무소속 출마에 피켓시위까지' 공천 잡음
지방선거 예비후보를 대상으로 공천 심사 중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공정 경선을 요구하는 피켓시위까지 등장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산에서는 시당 공관위가 지역 16개 기초단체장 중 13곳에 대해 단수 추천을 하자 일부 탈락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수영구청장 공천 경쟁에서 탈락한 곽동혁 전 부산시의회 의원은 14일 오후 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곽 전 의원은 "수영구 공천은 지역의 일꾼을 찾는 공천이 아니라 원천 배제시키는 공천이었다"며 "지역의 문제와 민생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계파의 논리, 기회주의적 처신만이 정치적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탈당 이유에 대해서는 "토론 없고 성찰하지 않는 민주당 내부에서 변화와 혁신을 기대할 수 없었다"며 "재심신청 등 절차 역시 또 다른 계파주의에 편승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천 결과에 반발한 후보들은 피켓을 들고 시당 앞에 나타나기도 했다.
영도구 공천과정에서 탈락한 박성윤 전 부산시의원은 12일 공관위의 단수추천 결과 통보 이후 중앙당에 재심을 신청했다.
또 이날부터 중앙당의 재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민주당 부산시당에서 '공정 경선'을 요구하는 피켓시위에 돌입했다.
박 전 의원은 "밀실에서 행한 단수 공천에 항의하고 경선 수용을 강력하게 요구하기 위해 투쟁에 돌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남 장성에서는 현역 유두석 군수가 컷오프된 가운데 탈당 후 무소속 출마여부에 시선이 집중된다.
전남도당 공관위는 지난 12일 유두석 군수를 포함한 4명의 기초단체장 후보 등 총 16명의 공천을 배제하기로 했다.
유 군수는 앞선 세번의 장성군수 선거에서 모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될 정도로 지역에서 탄탄한 조직력을 확보하고 있어, 민주당 중앙당에 재심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무소속 출마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역정가의 분석이다.
역시 전남권 현역 기초단체장인 김산 무안군수도 공천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김산 군수는 "터무니없는 주장들이 받아들여져 당혹스럽다"면서 "일단 중앙당에 재심청구를 한 뒤 향후 행보는 주변 인사들과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중앙당으로부터 '전략선거구'로 지정된 지역의 예비후보들도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비대위는 지난 13일 광역권에서는 서울, 기초자치단체에서는 강릉과 춘천, 대전 서구를 전략선거구로 지정했다.
춘천에서는 현역 이재수 시장을 비롯한 당내 주자들이 중앙당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고 보수세가 강한 강릉에서 시장 선거전에 나선 김중남·이재안·위호진 예비후보가 중앙당의 결정에 기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대전 서구에서는 김인식 전 시의회 의장, 김창관 전 구의회 의장, 송석근 전 부구청장, 유지곤 시당 청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이선용 구의회 의장 등 5명의 예비후보가 중앙당의 이 같은 결정에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전략선거구 지정이 '전략공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공천을 신청한 기존 후보들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예비후보들은 "당으로부터 팽 당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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