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비하 발언한 국회의원 대상 차별구제소송 '패소'

재판부, 판단 이유도 밝히지 않아
'외눈박이', '절름발이' 등 발언에 차별구제소송
국회의원 및 국회의장 앞선 변론 기일 모두 불참

15일 오전 10시 서울남부지법 건물 앞에서 조태흥 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이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한 국회의원 및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청구한 장애인차별구제소송에서 패소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장애인 비하발언을 한 곽상도 국회의원 등 현직 의원 6명과 이들을 징계하지 않은 박병석 국회의장을 상대로 한 장애인단체의 장애인 차별구제 청구소송이 각각 기각, 각하됐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3부(홍기찬 부장판사)는 15일 오전 10시 박 의장에 대한 소를 각하하고 곽상도, 이광재, 허은아, 조태용, 윤희숙, 김은혜 국회의원에 대한 각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단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또한 소송 비용도 원고인 장애인단체가 부담하도록 했다.

이에 소송을 건 조태흥 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국장은 "법원이 합리적인 판단을 해주리라 100% 믿고 있었는데 오늘의 결과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국회의원의 비하 발언과 더불어 법원의 판결하는 모습들이 또 한번 장애인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는 결과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주성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간사는 "대한민국이 나서서 권리 존중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보호해주고 권리를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오늘 그 부분이 잘 이뤄지지 않은 것 같아 당사자로서 좌절감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앞서 피고인 국회의원들은 지난 2020년 6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정치적 비판 발언을 하면서 '외눈박이', '절름발이', '집단적 조현병' 등 표현을 사용했다.

이에 조 국장 등 장애인 4명은 지난해 4월 21일 비하 발언을 한 의원들에게 1인당 1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또한 박 의장에게는 이들을 징계하고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에 장애인 모욕 발언 금지 규정을 새로 추가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네 차례 진행된 재판에 해당 국회의원과 박 의장은 의정활동 등의 이유로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이들은 서면도 제때 내지 않아 지난해 12월 열린 두 번째 변론기일에서 재판부가 "피고들에게 유불리한지를 떠나서 좀 더 성의있게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갑인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속 변호사는 "저희를 더 허탈하게 했던 것은 이 소송을 대하는 국회의원의 태도"라고 비판했다.

[e-mail]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