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방호복 무장하고 치매할머니와 화투도…코로나 영웅들 빛났다

뉴스1

입력 2022.04.15 12:43

수정 2022.04.15 12:43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3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청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정례 브리핑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2.4.13/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3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청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정례 브리핑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2.4.13/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ㅇ©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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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지 2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 등 각종 방역수칙이 해제되면서, 코로나19 엔데믹에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됐다. 세계적인 대유행 상황에서도 우리나라의 방역은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수장을 맡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2년간 차분한 모습과 목소리로 '차분한 바이러스 헌터'로 불리며 신뢰를 쌓아왔다. 흰 머리가 늘어나고, 초췌한 모습으로 코로나 상황을 전달하는 한편, 깁스를 한 채 의료현장을 다니기도 했다. 지난 2020년 BBC가 뽑은 '올해의 여성 100명'에 포함되기도 했다.


물론 'K-방역'은 방역당국, 시민 뿐 아니라 의료진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현장에서 직접 환자들을 치료한 의사, 간호사, 역학조사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한 '숨은 영웅'들이 숱하게 많았다. 대구 집단감염 사태로 인해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의료현장으로 달려간 의료진들도 적지 않았다.

현장에 파견된 간호사들은 확진 판정을 받고, 일선 의료현장에 나왔다가 재감염되는 사례도 허다했다. 전파자가 되지 않기 위해 수개월씩 가족,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기도 했으며, 충분히 쉬지 못한 채 의료현장에 투입되기도 했다. 환자에 대한 돌봄 영역을 책임지는 간호사들은 간병인 부족으로 체위변경, 욕창 치료, 식사보조 등의 업무를 떠맡아야 했고, 의사들의 파업기간에도 쉴 수 없었다.

방역수칙을 위반해 집단감염이 발생한 일부 확진자들은 당국의 역학조사 뿐 아니라 의료진에게도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병원에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는 일부 환자들은 간호사들에게 '밥이 맛이 없다' '집에서 온 택배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등 의료진을 닥달하기도 했다. PCR(유전자증폭),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하는 의료진들에게 '왜 음성이 나오지 않았느냐'며 폭언을 하는 사례가 일어나기도 했다.

2020년 8월 수도권에서 대형 집회가 열리면서, 코로나19 2차 유행기로 접어들었다. 이 때 의료진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뿐 아니라 더위와도 싸워야 했다. 간호사 1인당 20명이 넘는 환자를 돌봐야하는 일반 병동에서는 식사시간이 몇 시간 지난 후 밥을 먹는 경우가 허다했으며, 물 한모금 조차 마시지 못한 채 병동을 뛰어다녔다.

환자에 대한 따뜻한 돌봄으로 감동을 준 사례도 있었다. 방호복을 입은 채 할머니와 화투 놀이를 한 이수련 삼육서울병원 간호사(30)이 그 주인공이다. 당시 이씨는 "격리 병상에서 환자가 이야기를 나눌 사람은 간호사밖에 없다"며 "계속 졸기만 하는 할머니를 깨우고 달래 기운을 차리게 하는 방법이 없을 지 궁리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감염돼 목숨을 잃은 의료진들도 있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1월까지 코로나19로 숨진 의료진은 15명으로, 이 중 10명은 의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위중증 환자 수는 누적 71명으로, 의사가 40명,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15명 등으로 집계됐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씨는 "코로나19 감염 관리는 한 사람이 잘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며 "간호사 중 한 명에게 코로나19 의심증상이 나타났지만, 자가격리를 할 수 없어 숙소에서 단체로 마스크를 쓰고 잔 적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코로나19 유행은 방역당국과 정부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었다. 정부는 확진자가 늘면 병상도 늘려야 한다며 목표치를 제시하곤 했지만, 그 병상을 뒷받침해야 할 의료인력과 의료자원 충원 대책은 보이지 않았다는 게 보건의료노조 측의 입장이다.

윤태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장은 "의료진은 확진 판정을 받아도 3일~5일만 격리시키고 바로 출근을 하게 하는 곳도 있다"며 "간호사가 한 듀티(근무)에 일반 환자와 코로나19 환자를 번갈아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때 의료진을 응원하자는 취지로 정부가 주도한 '덕분에 챌린지'가 유행했는데, 정작 의료진은 청와대 앞에서 '현장 인력 확충' '처우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립중앙의료원 등 공공의료원의 매출은 절반 가량 줄어들기도 했다.
의료진들은 코로나19 이후에도 몇 년 주기로 감염병이 유행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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