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평택 화재 소방관 순직, 순간적 가스연소 원인"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17 12:00

수정 2022.04.17 12:00

소방청, 평택 물류창고 화재 민관합동 조사 결과
"급격한 연소 확산, 다량 연기로 탈출로 잃은 것"
소방청, 지휘관자격인증제 등 재발 방지대책 마련
소방청은 소방관 3명이 순직한 평택 물류창고 화재 사고와 관련 민관합동중앙조사단을 구성해 지난달 15일까지 2개월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사진은 지난 1월 6일 경기도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현장에서 진화작업을 벌이다 숨진 소방관의 시신이 119 구급차량에 이송되는 모습. 뉴시스
소방청은 소방관 3명이 순직한 평택 물류창고 화재 사고와 관련 민관합동중앙조사단을 구성해 지난달 15일까지 2개월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사진은 지난 1월 6일 경기도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현장에서 진화작업을 벌이다 숨진 소방관의 시신이 119 구급차량에 이송되는 모습.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1월 평택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사고로 목숨을 잃은 소방관들은 급격한 연소 확산과 다량의 연기로 고립돼 탈출 방향을 잃은 것이 원인으로 확인됐다. 많은 양의 가연성가스가 축적된 상태에서 순간적인 화재가스가 발화됐다는 것이다. 소방청은 현장지휘관 자격 인증제도를 도입하고, 화재위험이 높은 냉동창고·물류센터 등의 건설현장 화재안전기준을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 1월 5일 새벽에 발생한 경기도 평택시의 대형물류창고 신축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해 진입한 송탄소방서 구조대원 3명이 순직했다.

■평택 화재 가연성가스 순간 발화
17일 소방청이 발표한 민관 합동조사 결과, 평택 대형물류창고 화재 사고 당일인 5일 오전 내부 잔불정리에 들어갔으나, 바닥으로부터 10미터가 넘는 상층부에서 발생한 갑작스런 연소현상을 예측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청은 소방관 3명이 사망한 평택 물류창고 화재 사고와 관련, 민관합동중앙조사단을 구성해 지난달 15일까지 2개월간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는 외부기관 전문조사관, 변호사, 소방노조 관계자도 참여했다.

조사단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순직대원 3명 모두 의학적 사인은'화재사(火災死)'라고 발표했다.

조사단은 구체적으로 화재현장 2층 벽체 등의 내장재인 우레탄폼 등이 약 10시간 정도의 긴 시간 동안 연소하면서 발생한 다량의 가연성가스가 축적된 상태에서 순간적인 화재가스 발화가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순직대원과 함께 작업하다가 긴급히 탈출해 목숨을 구한 2명의 구조대원이 진술한 사고 당시의 상황과도 유사했다는 것이다.

조사단은 3명의 순직대원들이 급격한 연소확산과 다량의 농연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패닉이 발생, 탈출 방향을 잃고 고립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때 출입구 가까이 있던 2명의 생존대원은 소방호스를 따라 엎드려 탈출하여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당시 송탄소방서 지휘부는 화세가 잔불정리에 들어갈 수 있는 단계로 소강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내부진입 활동을 개시했다. 하지만 오전 9시6분경 2층의 바닥으로부터 10미터가 넘는 상층부에서 발생한 갑작스런 연소현상까지 예측하지는 못했다.

이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조사단은 국립소방연구원과 함께 대형 물류창고의 화재 상황을 모사한 재현실험을 실시했다.

실험 결과, 1층 부분이 소화작업으로 화세가 소강상태가 되었어도 2층에서는 순차적으로 최성기에 도달하는 양상이 관찰됐다. 일부 구획실에서는 다량의 연소되지 않은 가스가 축적되면서 산소농도가 낮아져 훈소상태로 되었다. 이것이 어느 순간에 폭발적으로 연소하며 화세가 급격하게 커질 수 있다는 개연성도 확인했다.

지난 1월 10일 경찰과 소방,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기 위해 경기도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현장에 들어가는 모습. 뉴스1
지난 1월 10일 경찰과 소방,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기 위해 경기도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현장에 들어가는 모습. 뉴스1


특히 다량의 우레탄폼 내장재를 사용하는 물류창고는 한번 불이 붙으면 연소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고, 300℃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는 가연성 분해가스를 다량으로 방출한다. 이것이 일정 조건에 맞으면 폭발처럼 순간적인 연소가 가능하다.

다만 이번에 실시한 실험은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기존 연구사례가 희소하다. 조사단은 "이것을 일반화된 연소이론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조건과 상황을 부여한 실험을 반복 실시하고 과학적인 검증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화재 현장지휘관 자격 강화
소방청은 평택 소방관 순직 사고를 계기로 현장 소방·구조대원 안전대책을 강화한다.

우선 현장지휘관이 다양한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위험예지능력과 판단력을 기를 수 있도록 지휘관자격 인증 과정을 신설한다.

또 전문훈련을 실시하기 위해 현재 전국에 3개소인 지휘역량강화센터를 9개소로 확대한다. 자격인증을 받은 자를 우선적으로 지휘대장과 소방서장으로 임명한다.

또 현장안전점검관은 다른 업무와의 겸임하지 못하도록 했다. 화재위험성평가 결과를 반영해 지정하는 최소인원 기준도 개선한다.

모든 소방공무원에 대한 현장대응 안전교육도 강화한다.

소방청은 교육프로그램을 일괄적으로 개발해 전국에 보급하고 이를 단계별로 반복 교육토록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재 100종의 교육매뉴얼을 개발했으며, 새로운 유형이나 외국의 특수화재 사례 등에 대한 교육자료도 계속 개발 보급할 방침이다.

개인별로 교육실적을 관리하는 정보시스템(소방보건e)도 운영한다.

역량을 갖춘 경우만 승진 대상자가 되도록 하는 경력개발프로그램을 도입, 교육과 인사관리의 연계성을 강화한다.

첨단기술을 이용한 생명구출 장비도 고도화한다.

소방대원의 호흡, 맥박, 움직임 등 생체신호를 실시간 추적 관리할 수 있는 장비를 보급한다. 위험현장에는 가연성가스 탐지로봇이나 장갑차형 소방차 등 특수방호형 장비를 우선 투입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도 확대한다.

소방시설이 설치되지 않고 화기취급 작업이 많아 안전도가 낮은 건설현장의 경우 별도의 화재안전기준을 제정한다.

냉동창고 등 대형화재 위험이 높은 건물은 착공일부터 사용승인일까지 소방안전관리자의 배치를 의무화한다. 또 건물의 특성별로 안전대책을 수립하는 성능위주 설계대상 범위도 확대한다.


이흥교 소방청장은 "동료들이 안타깝게 순직한 것에 대해 깊이 성찰하며 더 이상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응기법 개발과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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