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직거래 대신 안전결제 하시죠" 믿었다간 발등 찍힌다

뉴스1

입력 2022.04.17 11:30

수정 2022.04.17 11:30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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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어머니 병간호 때문에 친정에 와 있어요. 직거래는 어렵고 안전결제는 어떨까요?"

경기도에 거주하는 A씨는 이달 초 지역을 기반으로 한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평소 관심이 있던 휴대전화를 4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확인했다. 비교적 고가품이다 보니 직접 만나 구매하려 했지만 판매자는 네이버페이를 통한 안전결제를 제안했다. 어머니 병간호로 인해 다른 지역에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판매자가 보내온 안전결제 링크에서도 수상한 점은 발견하기 어려웠다.

안심한 A씨는 40만원을 넣었지만 판매자는 수수료(800원)가 별도 입금되지 않았으니 다시 한번 수수료를 포함한 금액을 입금하라고 설명했다.
추가 금액이 들어오면 기존 금액은 본인 계좌로 환불된다고 안심을 시키기도 했다.

수상하다고 여긴 A씨가 입금을 주저하자 판매자는 관련 글을 지우고 응답하지 않았다. A씨는 경찰청 사이버안전지킴이 사이트에서 전화번호를 조회한 후 사기 행각임을 인지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는 네이버페이 결제창을 모방한 안전결제 링크였다. 가짜 결제창으로 유도하는 전형적인 사기 수법에 걸려든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중고 거래 급증에 따라 이를 악용한 사기 수법이 등장하며 피해를 키우고 있다. A씨의 경우처럼 피해액이 큰 경우도 있으나 대다수 소액 사기다. 소액 사건의 경우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다. 경찰 역시 사건 처리에 소극적이다.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플랫폼 업체의 법적 책임이 어디까지인가를 놓고 여러 말도 나온다.

◇ 온라인 중고 거래 분쟁 지난해만 4100여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사기 행각도 기승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플랫폼 중고 거래 분쟁은 총 4100여건으로 전년도 대비 4배가량 증가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고 거래 사기 피해는 2014년 총 4만5877건에서 2020년 12만3168건으로 급증했다. 피해액만 900억원에 달했다.

A씨가 당한 가짜 안전결제 사기가 대표적이다. '사기를 막기 위해 안전거래를 하자'고 구매자를 설득한 뒤 가짜 안전거래 사이트의 링크를 보내 입금을 유도하는 것이다. 인지도가 높은 대형 플랫폼의 안전결제 사이트와 유사하다 보니 피해가 속출한다.

특히 문자메시지나 별도 메신저 등을 통해 대화를 주고받으면 피해를 입기 십상이다. 중고 거래 플랫폼 내 채팅창에서 외부 링크가 공유되면 경고문이 뜨지만, 문자나 카카오톡에 이런 기능은 없다. 실제 해당 유형의 사기는 문자나 외부 메신저 대화를 유도한다.

안전결제 페이지도 언뜻 봐서는 구별이 어렵다. 이 같은 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는 대학생 B씨는 "판매자가 보낸 링크를 보면 네이버페이의 모습과 비슷해 속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네이버페이의 경우 가맹점이나 개인에게 결제 링크를 제공하지 않는다.

피해를 막고자 당근마켓은 최근 자체 송금 기능을 내놓았다. 하지만 허점을 노린 범행도 이뤄진다. 판매자에게 바로 송금되는 시스템을 악용, 돈만 받고 잠적하는 이들도 있다.

구매자가 물건을 받은 후 구매를 확정해야만 판매자에게 돈이 송금되는 안전결제(에스크로) 방식이 아니어서다. 당근페이는 수수료를 받지 않고 이뤄지는 간편 결제 방식이다. 에스크로 방식이 도입되면 구매자는 대금 수령이 늦어지는 불편도 겪는다.

◇ 소액 결제는 수사도 어려워…플랫폼 피해구제 방안 필요

특히 소액 사기라면 돈을 돌려받기도 쉽지 않다.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피해액이 큰 사건에 비해 수사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안전결제 시스템 도입과 같은 플랫폼 차원의 적극적인 소비자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우선 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직거래가 어렵다면 거래 당사자의 전화번호와 계좌번호를 사기 피해 예방 사이트에서 조회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경찰은 조언했다.

일선서 사이버범죄수사팀 관계자는 "기존 플랫폼이 아닌 문자메시지 등으로 대화를 유도하거나 별도 결제 링크를 보내 입금을 유도하는 것은 사기 유형에 해당된다"며 "고가품일수록 직거래를 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시대 온라인 소비 생활 증대에 따라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데 기업을 상대로 한 피해 입증이 쉽지 않다"며 "소비자 보호나 피해 구제를 위한 플랫폼의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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