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국내 물가에 미치는 글로벌 기름값 영향이 작년 말 유류세 인하 직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에 정부의 유류세 인하 효과가 상쇄된 것이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20%에서 30%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 법정 최대 폭이 37%라는 점을 고려하면 유가가 다시 뛸 경우 정부에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어진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석유류의 소비자물가지수 기여도는 1.32%포인트(p)로 같은 달 총지수(4.14%)의 약 32%를 차지했다.
이는 유류세 인하 직전인 지난해 11월(1.33%p)과 맞먹는 수준이다.
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지수에 대한 석유류의 기여도를 보면 우선 지난해 3월 0.05%p로, 이 때만 해도 석유류 가격은 총지수(1.90%)의 매우 작은 부분을 차지했다.
그런데 1년 만에 1.27%p 확대돼 전체 물가 상승률 3분의 1가량이 석유류 가격 영향으로 조사된 것이다.
석유류 가격이 전체 소비자 물가에 미친 기여도는 지난 한 해 국제 유가 상승에 따라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작년 3월 0.05%p에서 4월 0.52%p로 오른 뒤 5월에는 0.83%p, 6월 0.74%p, 7월 0.76%p, 8월 0.83%p, 9월 0.84% 등을 기록했다.
이후 국제유가가 7년 만에 배럴당 80달러를 넘긴 지난해 10월(1.03%p)에는 국내 물가에 대한 석유류 기여도가 1%p 선을 돌파했다. 이와 동시에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9년9개월 만에 최대인 3.16%를 나타냈다.
이어 11월에는 석유류 기여도가 1.33%p로, 총지수 상승률 3.78%의 3분의 1에 육박했다. 이는 전달에 정점을 찍은 고유가가 국내에 본격 상륙한 영향이었다.
정부는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급등이 문제시되면서 유류세를 기존보다 20% 인하하는 내용의 물가 안정 대책을 지난해 10월 말 발표했다. 실제 유류세 인하는 11월 중순부터 시작됐다.
그 여파로 작년 12월 국내 물가에 대한 석유류 기여도는 0.95%p로 한 달 만에 0.38%p 떨어졌다. 올 1월(0.66%p)과 2월(0.79%p)에도 작년 여름과 비슷한 기여도를 기록했다.
문제는 러시아가 2월24일 단행한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안 그래도 들썩이던 국제유가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전후로 치솟기 시작해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고 3월 한때는 배럴당 120달러를 웃돌기도 했다.
국내 휘발윳값이 12년여 만에 L당 2000원을 돌파한 것도 이때다. 글로벌 기름값 급등이 정부의 유류세 인하 효과를 상쇄한 것이다.
실제 소비자물가에 대한 석유류 기여도는 지난달(1.32%p)과 유류세 인하 직전인 지난해 11월(1.33%p)을 비교했을 때 별 차이가 없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확대하기로 했으나 국제유가가 다시 오를 경우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어지게 된다. 법으로 정해진 유류세 인하 폭이 최대 37%인 터라 이제는 7%p 추가 인하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는 5월10일 출범하는 새 정부의 물가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유가는 최근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100달러를 넘어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비축유 방출이 반짝 약효를 나타내다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제재 움직임으로 인해 수급 불균형 우려가 더욱 커진 탓이다. 잠시 주춤했던 국내 휘발유 가격도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게다가 국제유가는 이미 국내 생산자 물가를 크게 높여 소비자 물가에 상승 압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3월 수입물가지수(2015년=100)는 148.80로 1971년 1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국내 생산자 물가는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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