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 울산서 조선하청노동자 권리선언 대회
수주량 회복세에도 국내 조선업 일손 부족현상
울산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기본권 요구
노동계, 고용불안 요소 해소 기업과 정부가 책임져야
수주량 회복세에도 국내 조선업 일손 부족현상
울산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기본권 요구
노동계, 고용불안 요소 해소 기업과 정부가 책임져야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수주량 증가로 국내 조선산업이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 호황기에 접어들고 있지만 정작 생산현장은 일손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노동계는 만연한 저임금, 임금체불, 복지 차별 등이 하청노동자의 유입을 가로막는다는 주장이다.
■ 배는 누가 만드나... 7만명→ 3만명
18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지부와 사내하청지회 등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는 최근 수주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한국조선해양의 경우 2021년 12월 기준 224척을 수주, 수주액이 225억 달러, 한화로 약 22조 2000억 원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업황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선박을 만들어야 할 현대중공업의 노동자의 수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일감은 쌓였는데 일할 사람은 왜 없는 것일까?
현대중공업에서 노동자들이 줄어든 것은 수주량 감소 등에 따른 불황의 여파로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지난 2015년 부터이다. 지난 2014년 현대중공업 원하청 인원은 정규직 노동자 2만6812명, 하청노동자 4만1230명으로 7만 명에 육박했다. 하지만 2022년 2월 기준 현재는 정규직 1만5487명, 하청 1만3418명으로 둘을 다합쳐도 3만 명도 안 된다.
■ 4대 보험 체불만 남기고 하청업체 폐업
이에 대해 노동계는 저임금과 임금체불, 높은 노동 강도, 복지차별, 안전문제 등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하청노동자들이 조선소로 되돌아오지 않고 청년층도 찾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특히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들은 조선소 직접생산의 상당수를 담당하고 있지만 단지 하청이라는 이유로 모든 면에서 노동자로서의 기본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고 철저하게 배제돼 있다는 생각이다. 하청업체 폐업과 임금체불, 4대 보험 체납이 대표적인 피해사례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울산동부지사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2월 기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하청업체 300곳이 체납한 4대 보험료는 500억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하청업체 190곳은 150억 원의 체납액만을 남겨 놓은 채 폐업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하청노동자에게 돌아갔고 심각한 고용불안 요소로 작용했다.
하청노동자의 임금 사정도 좋지 않다. 지난 2017년 선체 도장 작업의 경우 일당 15만 원이었지만 13만원이 삭감됐고 최근에서야 조금 회복되는 기미다. 하지만 여성, 이주노동자의 경우 여전히 최저임금에 머물고 있다.
복지 부분도 열악해졌다. 지난해부터 사내식당에서 제공되는 조식과 석식의 경우 공제대상으로 변경됐다. 전체 후생복지를 금액으로 따지면 2019년 175만 원에 이르던 것이 2년 뒤인 2021년부터는 80만 원으로 줄었다.
■ 젊은 층은 외면..불법 프리랜서 등 부작용
사정이 이렇다보니 고용불안을 느낀 젊은 층의 이탈과 고령화, 여기에다 불법 프리랜서 등의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20~39대 노동자 비중은 지난 2013년 56.4%에서 약 10년이 지난 현재는 25.2%에 그치고 있다. 하청업체는 오히려 10년 전 평균연령이 38.8세였지만 지금은 48.8세로 많아져 고령화 추세다.
60세 이상 정규직 퇴직자가 하청업체로 유입되는 양상인데, 이 경우 국민연금 가입이 되지 않고 65세 이상은 실업금여 수급도 불가능하다.
하청업체가 폐업한 자리에는 단기업체나 물량팀 등으로 불리는 불법 프리랜서가 차지하고 있다.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신고하거나 물량팀의 경우 직원을 1개월 미안 일용직으로 신고함으로써 4대 보험도 납부하지 않는 꼼수를 쓰고 있다.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는 기본금과 각종 수당 등을 합친 ‘포괄임금제’로 계약서를 작성한다.
이에 대해 조선업 하청노동자들은 최소한의 기본권은 기업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오는 24일 오후 2시 울산 동구 명덕호수공원 야외무대에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지부와 사내하청지회, 노동당, 정의당, 진보당이 주최하는 ‘하청노동자 권리선언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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