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자녀 의대 편입 문제 등에 있어서 단 한번도 도덕적으로 부당하거나, 불법 행위를 한 적이 없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7일 기자간담회를 가진 후 연일 같은 해명을 내놓고 있다. 정 후보자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정 후보자는 자녀의 의대편입학 전형, 아들의 병역 신체검사 판정과 관련해 압력을 행사한 적이 없고 관계자가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데, 의심스러운 의혹들이 우연히 제공됐다는 것이다.
정 후보자의 자녀는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부원장(진료처장), 원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경북대의대에 편입했다. 정 후보자의 자녀는 아버지가 경북대병원에서 근무하던 2015년 1월, 2016년 1월과 7월 경북대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이후 2017년 경북대 의대 편입시험을 치룬 딸은 정 후보자와 논문을 쓴 심사위원에게 구술평가 만점을 받고 의대생이 되었다.
또 정 후보자의 아들은 학부생 시절 아이디어를 펼쳐내 경북대 석·박사 과정생들과 함께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급 논문 두 편에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정 후보자는 연구를 담당한 교수와 친분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정 후보자의 아들이 쓴 논문은 짜깁기 수준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정 후보자의 아들은 이 스펙을 의대편입학 과정에 사용하기도 했다.
정 후보자는 아들의 학사성적과 영어성적의 합산점수가 높아 합격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정 후보자 아들은 특별전형으로 경북대의대에 입학했는데, '대구·경북 지역 소재 고등학교 또는 대학 출신'만을 뽑는 이 전형은 2018년에 새롭게 신설됐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정 후보자는 지난 17일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하겠다며 기습적으로 기자회견을 통보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전 후보자에게 무제한으로 해명기회를 제공한 사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후로는 처음인 셈이다.
정 후보자는 이날 자녀가 경북대의대 전형 중 제출한 서류, 척추협착증을 진단 받은 후 병무청 4급 진단 전까지 아들이 병원치료를 받은 영수증 등을 제출하는 것이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인 행위나 부당한 사실이 없었다' '관련자들을 알지 못한다'는 말만 강조했다.
정 후보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녀의 봉사활동, 병역, 논문작성, 의대편입 등 이 모든 것들이 우연히 우호적으로 작용했다는 가설만 남는다.
정 후보자의 해명만으로는 진실을 알 길이 없다. 물론 정 후보자를 둘러싼 경북 구미시 도개면 땅 대리경작 의혹(농지법위반), 새마을금고 무단겸직 의혹, 병원장 시절 외유성 출장 의혹 등도 검찰 수사가 아니면 정확한 사실 조차 파악하기 힘든 경우에 해당한다.
기자회견 후에는 의사 출신 보건복지부 장관의 탄생에 기대를 걸었던 의료계마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조 전 장관 딸의 퇴교를 주장했던 의사단체는 정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자격논란도 연일 커지고 있다.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장으로 재직했던 2017년~2020년 종합청렴도는 최하 등급을 기록했으며, 쌓인 적자만 865억원, 채용비리만 3건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는 기자회견 당시에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서 보건, 정책 분야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정 후보자를 둘러싼 10여개의 의혹들은 법과 규범, 윤리적인 수준을 넘어 여전히 국민적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정 후보자가 지명된 날부터 벌써 열흘이 지났다. 정 후보자에 대한 논란만 매일 한 건씩 터지는 셈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법언이 있다. 연일 터지는 '부정'(不淨)의 팩트들을 마냥 바라보는 것도 '공정과 상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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