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술에 취해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고 밀치는 등 폭행하고 당시 블랙박스 녹화영상 삭제를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당시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지워달라고 요구했다는 택시기사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조승우·방윤섭·김현순 부장판사)는 1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 폭행)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차관의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당시 이 전 차관으로부터 폭행당한 택시기사 A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는 이날 이 전 차관이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지워달라고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A씨는 "혹시 영상을 지워줄 수 있느냐'고 이야기해서 제가 '왜 지우느냐. 다른 사람 안 보여주면 된다. 지우지 않는다'라고 완강히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그와 같이 이야기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A씨는 "지워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검찰이 "'영상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된다'라고 이야기한 것은 이 전 차관이 영상을 지워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에 경찰에게 제출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였나"라고 묻자, A씨는 "그건 아니다. 영상을 지워서 죄가 되고 안되고 그런 건 생각하지 않고 지우지 않는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A씨는 이 전 차관이 "운전석에서 내려 깨우는 과정에서 폭행당한 것으로 수사기관에 진술해달라"고 부탁했다고도 증언했다.
검찰이 "이 전 차관이 운전석에 앉아있는 상태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운전자 폭행죄가 될 수 있으니, 내려서 깨우는 과정에서 폭행당했다는 취지로 말해줄 수 있냐고 한 것이 맞는가"라고 물었고, A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 전 차관은 2020년 11월 서울 서초구 아파트 단지 앞에서 술에 취해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 목적지를 묻는 택시기사에게 욕설을 하고 멱살을 움켜잡고 밀치는 등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택시기사와 합의한 뒤 택시기사에게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요구해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도 있다.
당시 최초로 신고를 접수한 서초경찰서는 택시기사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며 단순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인 점 등을 들어 이 차관을 입건하지 않고 내사종결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서초경찰서 A경사는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확인하고도 보고서에 '영상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적고 단순 폭행죄를 적용해 내사종결한 혐의(특수직무유기 및 허위공문서 작성)를 받는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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