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핵심협약 3개 비준안 국회 통과 이후
정부, 비준안 제출 앞서 노조법 등 국내법 개정도
핵심협약 발효 놓고 노사, 다른 방향서 우려·불만
勞 "노조법 기준 못 미쳐" vs 使 "노조 권한 강화"
국내법적 효력을 갖는 협약과의 상충을 막기 위해 정부가 노조법을 개정했지만 노동계는 온전한 노동권 보장을 위한 추가 개정을, 경영계는 노조 권한 강화에 따른 보완 입법을 요구하고 있어 노사 충돌과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와 노사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국회를 통과한 ILO 핵심협약 3개 비준동의안이 1년 뒤인 이날부터 발효돼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갖게 된다.
ILO 핵심협약은 ILO가 채택한 190개 협약 중 가장 기본적인 노동권에 관한 8개 협약을 말한다.
이 중 우리나라는 그간 4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가 지난해 2월 국회에서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 ▲단결권에 관한 제98호 ▲강제노동 금지(군 복무는 예외)에 관한 제29호 등 3개 비준안을 의결했다.
국내 노동법을 국제 수준으로 상향하는 것이 핵심으로, 정부는 비준안 제출에 앞서 2020년 12월 ILO 핵심협약과 국내법이 상충하지 않도록 노조법 등 국내법을 개정했다.
해고자나 실업자에 대한 기업별 노조 가입 허용,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 사업장 내 주요 시설에 한해 쟁의행위 금지 등이 대표적이다.
노동계의 경우 국내법적 효력 발생에도 노조법이 여전히 핵심협약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리기사 등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는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용자의 교섭 거부가 계속되고 있고, 노동 조건과 직결된 노동법 개정을 요구하는 파업을 불법으로 보는 등의 실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노동계는 핵심협약 발효 전까지 노조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해왔으나, 정부는 국내법이 핵심협약에 충분히 부합한다고 강조해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에 이 같은 내용을 재차 촉구할 예정이다.
반면 경영계는 핵심협약 발효 이후 노조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화돼 노사 관계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한다.
예컨대 노동계가 노조법상 근로자 정의를 확대 해석해 특고의 근로자성, 하청 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 등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산업현장 및 교섭질서 혼란은 물론 노사 간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영계는 주장하고 있다.
이에 경영계는 핵심협약 발효에 따른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노조법 추가 개정 요구를 지양하고, 노사 간 힘의 균형을 위한 보완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핵심협약이 발효되면서 국내 개별 노사관계 문제가 국제 이슈화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 노동위원회나 법원이 아닌 ILO 등을 통한 제소나 진정이 잇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노동계는 '신법 우선 원칙'에 따라 핵심협약이 노조법에 우선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협약 내용이 추상적이어서 노조법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국내법 적용 원칙을 강조했다.
한편 우리나라가 아직 비준하지 않은 나머지 1개 협약은 정치적 견해 표명에 따른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제105호다. 국가보안법 등과의 상충이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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