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서 화우공익재단 변호사
정부, 난민 ‘특별기여자’로 구분
이유 없이 법적지위 공백 만들어
정책도 보호보다 나누기에 급급
동등한 구성원이란 전제 깔아야
정부, 난민 ‘특별기여자’로 구분
이유 없이 법적지위 공백 만들어
정책도 보호보다 나누기에 급급
동등한 구성원이란 전제 깔아야
화우공익재단에서 이주민, 난민 등 공익사건을 전담하는 이현서 변호사(32·사진)가 정부의 아프간 특별기여자(난민) 정착 지원정책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부의 정착 지원이 난민 보호 의무국가로서 정책이 아닌 시혜를 베푸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정부가 난민협약상 명백히 '난민'에 해당하는 분들을 '특별기여자'라는 법적 근거가 없는 말로 구분 지어 법적 지위에 공백을 만든 것이 문제"라며 "부처 및 지자체와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고, 난민아동들의 등교에 대한 일부 혐오시위가 있었을 때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당사자들이 겪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어릴 적 배우 성룡을 좋아했던 이 변호사는 중국어로 팬레터를 쓰기 위해 다닌 화교학교에서 이주민의 어려움을 처음 마주했다. 이 변호사는 "화교 출신이던 선생님이 영주권 취득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며 나에겐 당연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힘들게 허락받아야 하는 일인 것에 대해 어린 마음에 이상하다고 느꼈다"고 회상했다.
이 변호사는 최근 참여한 난민 분쟁조정에서 뜻밖의 감사의 인사도 받았다. 이 변호사는 집주인과 의사소통 문제로 임대차 분쟁을 겪고 있던 난민의 문제를 해결한 이후 집주인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집주인 측은 "변호사님이 아니었다면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오해할 뻔했다"며 "이들의 사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편견을 없애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인사를 전했다. 이 변호사는 "단순히 분쟁 조정뿐만 아니라 무의식 중에 쌓여 있는 오해와 편견을 해소할 수 있었다니 더욱 뿌듯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법률 상담 및 소송을 비롯해 난민영화제 등 이주민, 난민에 대한 제도 및 인식 개선 캠페인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변호사가 속해 있는 난민인권네트워크 등은 지난해 6월 '외국인보호소에 부당 구금된 난민신청자가 정부로부터 보상받지 못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청구했지만 현재 관련 헌법소원은 모두 전원재판부에 계류 중인 상태다.
난민법은 올해로 제정 10주년을 맞았지만 이 변호사는 지금의 국내 난민정책이 '난민 필터링'에 가깝게 운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변호사는 "예산도, 난민심사관 수도 턱없이 부족해 사건은 적체되고 심도 있는 심사가 이뤄지기 어려워 난민 불인정 비율만 올라가게 된다"며 "결국 난민 보호보다 '난민이 아닌 것 같은 사람'을 어떻게 이 땅에서 내보낼지에만 집중하게 돼 시민들의 오해와 편견은 쌓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산과 심사 인원을 충분히 채우고 난민 인식교육도 더욱 내실 있게 이뤄져야 한다"며 "이제는 정부가 난민 존재 자체에 대한 찬반 문제에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곁에 있는 난민들과 어떻게 연대하며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고 제언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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