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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제고가 출산율 높이는 지름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21 04:17

수정 2022.04.21 04:17

[파이낸셜뉴스]
여성 한 명당 출산 아동 수 붉은 원: 실제 출산율, 청색 원: 적정 아이 수 위에서부터 한국, 싱가포르, 스페인, 일본, 그리스, 러시아, 독일, 미국, 영국, 덴마크, 중국, 프랑스, 방글라데시, 터키, 멕시코, 인도, 파키스탄, 에티오피아, 세네갈, 나이지리아 자료: 세계은행, 라이먼 스톤, 세계적정출산율데이터베이스, 가족연구소(IFS), FT
여성 한 명당 출산 아동 수 붉은 원: 실제 출산율, 청색 원: 적정 아이 수 위에서부터 한국, 싱가포르, 스페인, 일본, 그리스, 러시아, 독일, 미국, 영국, 덴마크, 중국, 프랑스, 방글라데시, 터키, 멕시코, 인도, 파키스탄, 에티오피아, 세네갈, 나이지리아 자료: 세계은행, 라이먼 스톤, 세계적정출산율데이터베이스, 가족연구소(IFS), FT

국가와 사회, 가정 내에서 여성과 남성의 차별을 줄이는 것이 출산율을 높이는 지름길이라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일회성 지원금만으로는 심각한 육아부담으로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이들을 돌려세울 수 없다는 것이다.

엄마들이 아이를 낳아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사회적 공감대 형성, 가사 분담이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지름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이하 현지시간) 분석기사에서 한국을 비롯해 영국·싱가포르·스페인·일본 등 전세계 고소득 국가 곳곳의 출산율이 적정 수준을 밑돌고 있는 반면 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 등은 고소득과 고출산율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며 성평등이 차이를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저출산, 한국만의 문제 아냐
FT 분석기사는 출산율이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한국의 사례로 기사를 시작했다.


서울에 사는 한 40대 엄마의 예를 들어 지금은 1700달러 수준으로 높아졌지만 2020년에만 해도 500달러였던 출산장려금이 둘째 출산을 유도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엄마는 2021년 출산 이후 심각한 가사·사회·경제적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며 둘째 출산은 꿈도 못 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출산 뒤 일도 그만뒀고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심적 압박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세계 부자 나라들에서 출산율이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 사우스햄튼대 인구학자인 버니스 쾅은 "출산촉진 정책은 지속적인 출산율 변화를 실제로 이끌어내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아이 없는 이탈리아, 사라질 운명"
출산촉진 정책 선구자 가운데 한 곳은 프랑스다.

1980년대에 3자녀 이상 가구에 대한 경제적 지원 정책을 시작했다. 1994년부터는 이를 2자녀 이상 가구로 확대했다. 또 육아를 위해 일을 포기한 부모에게는 보조금도 지급했고, 양육비는 세금공제도 해줬다.

유럽 각국이 프랑스의 정책을 흉내내기 시작했고, 2020년에는 헝가리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헝가리는 출산전문병원을 '전략' 부문으로 육성했고, 여성들이 원할 경우 체외수정(IVF)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인구 감소를 역전시키기 위한 인센티브를 도입했다. 아빠 출산휴가 기간을 늘렸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아이들이 없는 이탈리아는...천천히 늙고, 사라지게 되는 운명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출산율은 하락하고 있다.

그나마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프랑스에서 조차 여성 1인당 자녀 수가 2010년 2명에서 지난해 1.83명으로 줄었다.

차별화된 정책 지원 필요
인구 컨설팅업체 데모그래픽인텔리전스의 컨설턴트 라이먼 스톤은 "저출산은 여성들이 아이를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너무도 어렵거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사우스햄턴대의 쾅은 소득계층별로 다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양육비 등이 부담인 저소득 계층에는 "재정적 지원과 아이 돌봄 서비스를" 그리고 고소득 계층에는 "맞벌이 부부가 양육, 아이 등하교와 자신의 직장 간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해주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성평등도 높여야
그는 한국의 상황을 또 다른 변수로 지목했다.

쾅은 여성과 남성을 가르는 '엄격한 성규범,' 엄마와 아빠간 '가사 노동 불균형' 등의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국 정부는 여성들이 일도 하면서 아이도 돌볼 수 있게 되기를 원하고 있지만 모든 여성들이, 또 모든 가정이 그토록 힘든 일을 하겠다고 자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쾅은 아빠들이 가사 부담을 더 늘리도록 하는 것이 해결방안이라면서 하루 종일 일하고 와서도 아이들을 돌 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빈인구연구소(VID)에서 유럽 비교인구학 그룹을 이끄는 토마스 소보트카는 성평등 확대가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북유럽 등의 사례에서 확실히 입증된다고 말했다.

그는 노르웨이·스웨덴·아이슬란드·프랑스·벨기에 등은 고소득과 고출산율이 공존하는 국가들이라면서 이들의 공통점은 성평등도가 높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보트카는 "높은 성평등도는, 특히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자신의 경력과 가사를 더 쉽게 병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서 "일부 아빠들이 2~3년 육아휴가로 아이들을 돌본 뒤 직장에 복귀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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