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논란이 결국 인사청문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 후보자 임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명을 철회하려면) 부정의 팩트가 있어야 한다"라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정 후보자 역시 각종 의혹과 사퇴 요구에도 인사청문회에서 해명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한덕수 "청문회 끝나야 임명권자 결정"…공은 국회로
더불어민주당 등 정 후보자 임명을 반대하는 그룹에서는 인사청문회 이전에 자신사퇴를 거듭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불거진 의혹만으로도 장관 임명이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무총리, 감사원장 등과 달리 국무위원인 부처 장관은 국회 동의를 얻지 못하더라도 임명권자가 인사를 강행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런 사례가 많았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20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인사청문회가 끝나야 임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 추천자인 자신이 종합적으로 결정할 단계"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 거취는 인사청문회 이후라는 점을 못 박은 것이다.
정 후보자도 인사청문회에서 의혹을 해명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그는 20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들 병역 문제에 대해 "근거 없는 의혹"이라며 "수일 내로 공신력 있는 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이어 "병무청 착오로 6년제로 기재된 게 제 아들이 허위로 기입했다는 것, '요추 6번'이라는 엄연히 사용하는 의학 용어를 없는 용어로 만들어 허위 진단서라는 의혹이 양산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아들 의대 편입 당시 심사위원장과 1년 선후배 관계라는 의혹에 대해 정 후보자는 "학교 병원이 115년째가 됐고, 학교는 내년(2023년)이 아마 100주년이다. 거의 70%는 학교 동문일 것"이라며 "몇 년 선배일 수도 후배일 수도 있다. 당시 심사위원장이 누군지 몰랐다"고 일축했다.
◇칼럼→자녀 의대 편입학→아들 병역→자질 및 도덕성
정 후보자 논란은 신문사 칼럼에서 시작해 두 자녀 의과대학 편입학, 아들 병역, 후보자 자질 및 도덕성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정 후보자는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대구·경북 지역 일간지 '매일신문'에 '의창'이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이 칼럼에서 정 후보자는 '암 치료 특효약은 결혼' '3m 청진기' '여성 구직자의 포토샵' 등을 언급해 논란이 됐다.
이후 딸과 아들이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고위직에 있을 때 잇따라 편입학하자 논란이 벌어졌다. 정 후보자는 '자녀 편입학 과정에서 어떠한 영향력 행사도 없었다'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이후 정 후보자 아들 병역 논란이 불거졌다. 1991년생인 정 후보자 아들 A씨는 2010년 11월 처음으로 받은 병역 신체검사에서 '현역 대상'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2015년 11월 다시 받은 신체검사에선 4급인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으로 바뀌었다. 이후 A씨는 2019년 2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대구지방법원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했다.
노인성 질환인 척추협착 진단서를 발급한 의료기관이 정 후보자가 있는 경북대병원이라는 점에서 공정성 시비가 붙었다. 척추협착은 척추 신경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누르는 질환인데, 주로 노인에게서 발생한다.
현재 정 후보자 논란은 자질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정 후보자가 미국 출장 때 동창회에 참석한 게 사적 모임 아니냐는 반응,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1%대에 머문 상황, 경북대병원이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하위 등급을 받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일부 의대 교수 "이해상충 여지"…김용태 "거취 결단해달라"
정 후보자 지명을 환영한 의료계 일각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 것도 인사청문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립대 의대 소속인 A 교수는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종종 비교되는 모 교수(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처럼 아직 부정이 밝혀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입시부정이라고 하기에는 어렵겠고, 현재까지는 이해상충 문제라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A 교수는 경북대의대 편입학 심사위원들이 아들이 정 후보자 자녀임을 알게 된 후 입시에 무의식적인 영향을 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대 교수 B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나라에 아들 병역 문제만큼 예민한 게 있을까"라면서 "추간판탈출증은 흔히 디스크라고 부르는 것이고 젊은 사람들 병역 이슈에 잘 나오는 거다. 그런데 왜 진단명은 척추협착이라고 되어 있을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도 정 후보자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윤석열 정부의 공정이 훼손되지 않고 많은 국민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거취를 직접 결단해달라"고 요구했다.
인사청문회가 어렵게 열려도 국힘이 민주당과 함께 '부적격' 판단을 내릴 경우 정 후보자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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