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인트호번·헤이그=뉴스1) 차현정 통신원 = #. 수천 명의 네덜란드 초등학생들은 일주일간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수학여행을 떠났다. 흥분을 감추지 못한 아이들은 경기장 안을 환호와 함성으로 채우고 국적에 상관없이 선수들을 응원을 하고 있다. 경기장 밖에서는 어린이들이 휠체어를 직접 타보고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과 재미있는 농구 경기를 하고 있다. 이곳은 놀이공원도 유명 프로 선수들이 출전한 스포츠 게임은 아니지만 그 어떤 수학여행 보다 감동과 환희로 가득하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인빅터스 게임(세계 상이군인체육대회)은 라틴어로 ‘정복당하지 않는’ ‘불패의’란 의미인 ‘인빅터스’에서 이름을 딴 세계상이군인 체육대회다. 상이군인에 대한 전 세계적인 예우 분위기와 도전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2014년 영국 왕자 해리 윈저가 창설한 뒤로 2년 주기로 열리고 있다.
해리왕자는 2020년 이후 코로나 감염증으로 2년간 열리지 못했던 경기가 열리는 네덜란드 헤이그를 직접 찾았고 인빅터스 게임을 축하하기 위해 네덜란드어를 연습해서 여러 인터뷰에 응하는 진솔한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장을 찾은 수 많은 네덜란드 초등학생들은 해리 왕자와 함께 경기를 관람하고 인빅터스 게임이 시사하는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해리 왕자는 이번 헤이그 인빅터스 게임에 참가한 상이 군인들의 애환을 기록하는 다큐 시리즈를 제작하고 이 프로그램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될 예정이다.
장애, 비장애의 구분 없이 전 세계인의 즐거운 축제로 자리매김하는 인빅터스 게임은 오는 22일까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다. 한국 선수단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민국 상이군경은 상이군경 체육회라는 전문적인 재활 체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단체를 설립하고, 재활 체육 시설 및 인력을 투입하여 신체적 정신적 중증 상이군경들의 재활을 돕고 있다. 이번 인빅터스 게임에는 상이군경 체육회 소속의 우리나라 선수들 총 11명이 출전하여 매일 감동적인 경기를 펼치며 네덜란드 현지 언론에서도 연일 보도되고 있다.
뉴스 1은 헤이그 현지에서 우리 선수들과 인터뷰를 통해 인빅터스 게임의 의미도 함께 짚어봤다.
◇"부상한 상이군경들, 밖으로 당당하게 나오세요"
"그 누구도 원해서 장애를 갖지 않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상이군경이 밖으로 당당히 나오길 바랍니다."
양궁 경기에서 첫 금메달을 획득한 김강훈( 37살, 경남 창원, 상이군경 체육회 소속) 선수는 2006년 강원도 고성에서 군복무 중 불의의 총기 오발 사고로 휠체어를 타게 됐다.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가족의 지지와 사랑 그리고 운동 재활을 통해 좌절을 극복했다고 김 선수는 말했다. 그는 재활보훈병원과 재활체육센터를 통해 운동 재활을 시작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했다.
김 선수는 “군 복무 중 장애를 입는 많은 수의 젊은 상이군경은 장애를 받아들이는 것을 무척 힘들어 합니다. 어느 누구도 군대에서 장애를 입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입대하지는 않지 않습니까? 다만 국가의 부름을 받아 당연한 의무를 할 뿐이지요. 하지만 이제는 진정으로 그들이 집 밖으로 자유롭게 나올 수 있도록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라며 육체적인 재활 뿐 아니라 정신적인 재활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젊은 상이군경은 살아가야 할 날이 더 많습니다. 아직 전쟁의 상처가 남아 있는 분단 국가의 현실 속에서 많은 상이군경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운동으로 치유하며 멋진 삶을 함께 살아나갑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자리가 너무 영광스럽고 전 세계의 상이군경을 직접 만나니 모두 장애를 넘어 진심으로 즐기면서 경기가 아닌 축제를 하고 있는 모습에 감동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상이군경들이 이렇게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 열리기를 기대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변함없는 불굴의 군인 정신 보여주고 싶어"
"한번 군인은 영원한 군인! 변함없는 군인 정신으로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육상 100m 경기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서원배(46, 경기도 성남, 상이군경 체육회 소속) 선수는 1997년 비무장지대(DMZ)에서 M16A1 대인지뢰 폭발로 인해 양손과 한쪽 발을 잃었다.
서 선수는 상이군경 체육회 보훈재활센터에서 재활 체육을 접하게 되었고 재활 운동을 통해 트라우마 극복과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네덜란드에 와보니 참 따듯한 사람들이 많은 나라 같습니다.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것보다는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전 세계 상이군경들과 특히 전폭적인 관심과 응원을 해준 네덜란드 국민들에게도 고맙습니다. 인빅터스 게임은 상이군경들에게는 꿈같은 대회입니다. 코로나를 이겨내고 전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이 곳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출전하여 자랑스럽습니다.”라며 감회에 젖었다.
서 선수는 사랑하는 아내와 2명의 아이들이 있지만 불편한 몸 상태로 제대로 함께 여행을 해 본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 점이 가족에게 참 미안하고 가슴 아프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많은 상이군경들이 아픔을 딛고 밖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대도시에만 집중되어 있는 재활 체육 시설을 전국적으로 확대시켜야 합니다.”라고 제안했다.
이어 “저는 여러분과 똑같습니다. 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나라의 부름에 따라 군 복무를 했습니다. 한번 군인은 영원합니다. 비록 군 복무 중에 몸을 다쳐서 힘들지만 제 군인 정신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상이군경들이 사회로 나오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차별은 없다'…아이들도 즐기는 '축제의 한 장면'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봄 날씨에 상이군경 체육대회로 수학 여행을 떠난 수천 명의 네덜란드 어린이들은 현지 언론 보도를 통해 경기 관람 소감을 전하고, 네덜란드 초등학생들에게 인빅터스 게임의 즐거운 경기장면은 멋진 축제의 한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가족 중에 상이군경이 있는 어린이들은 자랑스럽게 언론 인터뷰에 응하며 얼마나 자랑스러운 상이군경 아버지를 가졌는지 알리기도 했다.
불굴의 의지로 네덜란드까지 와서 혼신의 경기를 펼친 우리 상이군경 선수들은 22일 경기를 마치고 곧 한국으로 돌아간다.
한국에서 장애인의 이동권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숙제다. 휠체어 챌린지를 해야 하고 노숙 투쟁을 벌여도 답이 없는 한국의 정치권은 장애를 딛고 전세계인의 축제로 만든 인빅터스 게임 정신을 한번이라도 생각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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