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서울 을지로의 대표적인 노포 '을지OB베어'가 결국 6번의 강제집행 끝에 철거됐다.
21일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등에 따르면 법원 등이 고용한 용역 등 100여 명은 이날 오전 4시 20분께 을지OB베어 강제집행에 나섰다. 용역 직원들은 1시간여에 걸쳐 을지OB베어 간판을 끌어 내리고 내부 집기류도 모두 빼냈다. 철거 과정에서 가게를 지키려던 창업주 가족 1명이 다치기도 했다.
시민단체 회원과 주변 상인 등 30여 명은 이날 오후까지 을지OB베어 입구 앞 바닥에 줄지어 앉아 항의했으며, 용역 10여명도 활동가들이 가게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가게 앞을 지켰다.
을지OB베어는 지난 1980년 을지로3가 골목에서 개업해 처음으로 ‘노맥(노가리+맥주)’을 선보인 노가리 골목의 시초다.
이후 OB베어는 노가리 골목에 기여한 역할을 인정받아 지난 2015년 서울시는 이곳의 보전가치를 인정하면서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뿐만 아니라 호프집으로는 최초로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뽑은 ‘백년가게’로 선정된 바 있다.
하지만 세입자 을지OB베어와 건물주 간 갈등은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됐다. 임대계약 연장을 놓고 건물주와 명도소송을 벌였지만 을지OB베어가 1심과 2심에서 패소하고 지난해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면서 가게를 비워줘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그러던 중 올해 1월 노가리 골목의 만선호프 측이 을지OB베어가 입점한 건물 일부를 매입하면서 건물주가 됐다.
만선호프와 을지OB베어 측은 보증금과 임대료를 인상하고, 을지OB베어가 그간 강제집행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계속 장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상호 합의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돌연 만선호프 측에서 건물에 화장실을 새로 지을 공간을 요구하면서 퇴거를 요청했다는 게 을지OB베어 측 주장이다.
시민단체와 주변 상인들은 을지OB베어 정상화 등을 촉구하며 이날부터 가게 앞에서 기자회견과 문화제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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