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22일만에 지하철 탑승 시위 재개
시민들 "회사·학교 지각…시위 방식 잘못돼"
"이렇게 해야 주목받아 안타까워" 의견도
[서울=뉴시스]최영서 기자 = 장애인단체가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하면서 출근길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혼잡시간대에 굳이 타인을 방해해야 하냐는 불만이 나오지만, 그렇게 해야만 주목받는 장애인 인권의 현실을 이해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에 따르면 단체는 차기 정부가 장애인 관련 예산을 보장하지 않으면 서울 지하철에서 출퇴근길 지하철 시위를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단체가 시위에 나서면 열차 운행이 짧게는 5분에서 한 시간 가까이 지연되자, 출근길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시민들은 현장에서 단체 회원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으며 과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장애인 시위를 맞닥뜨린 일부 시민들은 "다 알겠는데 출근은 좀 하자", "당신들만 급한 게 아니라 나도 급하다" 등 고성을 지르며 전장연을 비난했다.
지난 21일 지하철 3호선을 이용했던 직장인 이모(26)씨는 "회사에 30분이나 지각했다"며 "급하게 나오느라 (단체가) 무슨 내용을 말하는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지하철을 이용했던 박모(52)씨도 회사에 10분 정도 늦었다. 박씨는 "많이 늦은 건 아니지만 (경찰과 단체 사이에서) 몸싸움이 크게 나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전장연 시위로 택시를 이용했다는 윤모(27)씨는 "일반적인 시위 방식이 아니다"며 "온갖 피해를 다 입히는데도 이틀 째 아무런 개선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여론을 대표하듯 장애인 단체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SNS에 "장애인의 일상적인 생활을 위한 이동권 투쟁이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적었다. 또 "매우 비문명적"이라고 시위를 격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발언이 전형적인 혐오 정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달 초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55.9%가 "장애인 비하의 잘못된 주장"이라고 답했다.
현장에서도 이 단체의 외침을 응원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지난 22일 전장연 회원들이 3호선 경복궁역에서 탑승하자, 출근하던 한 시민이 "힘내라. 늘 응원한다"며 간식거리를 쥐어주기도 했다.
장모(27)씨는 "휠체어에서 내리는 게 굉장히 위험하고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일텐데, '오체투지' 하는 걸 보고 울컥했다"며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는 의견을 냈다.
해외에서 유학했던 김모(27)씨는 "프랑스에는 어딜 가나 장애인을 쉽게 볼 수 있고, 매장에 직원으로 있는 경우도 많다"며 "우리나라는 거리에 장애인이 많이 없는데 이번에야 주목을 받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면 어느정도의 불편을 감수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모(22)씨는 "뉴스를 보고 시위하는 걸 미리 알았고, 평소보다 일찍 출발해서 지각을 면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버스와 택시를 이용해 직장에 무리없이 출근했다고 한다.
전장연은 지난 해 12월부터 혼잡 시간대 열차 승강장에 휠체어를 끼우는 방식으로 열차 운행을 지연시켰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가 지난 달 전장연 측과 면담을 하면서 시위는 22일 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인수위의 장애인 정책이 미흡하다며 지난 21일 시위를 재개했다.
전장연은 정치권이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예산을 추가로 편성하고 관련 법안(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장애인평생교육법·특수교육법)을 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예산 편성 권한을 갖고 있는 기획재정부를 연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추경호 기재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인 5월2일을 장애인 권리 예산에 대한 '답변 시한'으로 못박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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