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찬스, 위장전입, 편법증여 의혹…'윤석열표 공정' 흠집
기업 사외이사, 자문위원 경력 수두룩…청문정국 뇌관될 수도
국힘, 정호영 후보자에 곱지 않은 시선…1~2명 낙마 가능성도
尹, 청문정국 장기화시 추경·정부조직 개정 등 '빅딜' 나설 수도
윤 당선인은 지역, 성별 등의 인위적 안배보다는 철저하게 후보자 개인의 실력, 전문성에 초점을 둔 인선을 했지만, 이번 청문회는 국무위원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인사청문회가 난관에 부딪히는 모양새다.
한덕수, 정호영, 김인철, 이상민, 한동훈 등 국무위원 후보자들은 새로운 의혹이 계속 터져나와 청문 정국에서 집중 공격 대상이 될 공산이 커보인다. 정치권에선 대다수 후보자들이 재산 문제나 자녀 입시·취업·병역 등 국민의 '역린'으로 여겨지는 의혹들이 잇달아 불거지면서 도덕성에 흠집이 간 만큼 "1~2명 정도는 낙마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국정 기조가 공정·상식인 만큼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는 '불공정' 논란이 주전선을 형성하면서 여야 간 물러설 수 없는 치열한 공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특히 조국사태 당시 국민의힘이 문제 삼았던 '부모 찬스'와 동일한 검증 잣대로 공세를 벼르고 있는 분위기다.
공정 논란과 관련해선 한덕수 후보자의 대형 로펌 거액 고문료 논란, 한 후보 배우자의 미술품을 재벌가에서 구입한 사실 외에도 처가가 보유했던 청계천 일대 토지를 한 시행사에 시세보다 비싸게 매각해 5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이 논란이다. 한 후보자가 한국무역협회장으로 취임하며 받은 특급호텔 피트니스 회원권을 퇴임 후에도 무상으로 이용해온 것과 주미대사 시절 대사관저에서 서울대 동문회 모임을 가진 사실도 특혜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정호영 복지부 후보자의 딸·아들이 응시했던 2017·2018년 경북대 의대 편입학 전형의 특혜 의혹이 '아빠 찬스' 시비를 일으키며 청문회 쟁점으로 불거질 소지가 있다. 정 후보자 아들의 재검진에도 불구하고 2015년 당시 병역 4급 판정 의혹도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채 청문회로 공방이 옮겨질 것으로 보인다.
이상민 행안부 후보자는 딸이 고교생·대학생 시절 로펌·국회의원실에서 한 '현장체험'이 인턴활동이 아니라고 강력 부인했지만 '아빠 찬스' 논란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강남 8학군에 자녀를 진학시키기 위한 목적의 위장전입도 사실로 드러나 청문회에서 질타가 예상된다.
김인철 교육부 후보자의 경우 한국풀브라이트 동문회장 재임 때 딸이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고 미국 유학을 간 사실이 '아빠 찬스'를 의심받고 있다. 김 후보자가 장교로 군복무하던 시절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해 첫 학기까지 마친 사실도 특혜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소위 '엄마 찬스'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후보자는 모친이 돈을 빌려주고 근저당권을 설정한 상대의 아파트를 매입한 사실로 편법 증여 의혹, 이상민 행안부 후보자는 모친이 실거주하는 아파트에 가액보다 높은 근저당권 설정으로 상속·증여세 절감 목적 아니냐는 의혹을 각각 받고 있다.
과거 행적도 청문회에서 쟁점이 될 개연성이 높다. 기업 사외이사나 자문위원을 겸직한 후보자가 상당수라는 점에서 관직에 오를 경우 이해충돌 의혹이 공정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덕수(에쓰오일) 총리 후보자 뿐만 아니라 산자부 이창양(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티씨케이), 교육부 김인철(롯데케미칼, 롯데GRS), 환경부 한화진(삼성전자), 행안부 이상민(AK홀딩스, ENF테크놀로지), 문체부 박보균(신세계인터내셔날), 농림부 정황근(농협경제지주) 장관후보자는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국방부 이종섭(국방과학연구소), 산자부 이창양(SK하이닉스, LG경영개발원 등) 후보자는 자문위원 경력이 있다.
이상민 후보자는 한국알콜그룹 계열의 ENF테크놀로지 사외이사 시절 아들이 한국알콜그룹의 다른 계열사인 KC&A에 취업했고, 김인철 후보자의 경우, 외대 총장 재직 당시 롯데케미칼 사외이사를 맡으면서 겸직 허가를 셀프로 내줬다는 의혹이 있다. 이창양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요청안에 자문위원 경력을 누락했다.
정치권에서는 사외이사나 자문위원 경력만 놓고 볼 때 문제삼을 수 없지만 이해상충 논란과 맞물려 청문회에서 뇌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거수기 사외이사", "지뢰 장관 후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밖에 한동훈(법무), 정호영(복지) 후보자 등은 각각 농지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한덕수·한동훈·정호영 후보자를 정조준하고 있고, 정의당은 한동훈·정호영·김인철·김현숙 후보자를 '데스노트'에 올려놓고 까다로운 검증을 예고한 상태다.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마치면 대통령이 얼마든지 임명 가능하지만, 총리 후보자는 국회 인준을 필요로 하는 만큼 민주당이 거대 의석수를 앞세워 총리 인준 조건으로 일부 장관후보자의 낙마를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우선 민주당과 정의당은 한동훈 후보자의 지명철회나 사퇴를 요구할 개연성이 크지만, 윤석열 당선인이 한동훈 장관 후보자는 어떻게든 지키려 할 것이고, 한덕수 총리 인준을 거부할 경우 다시 인선부터 청문회까지 한달 정도 기간이 걸리는 만큼 민주당이 마냥 한덕수 총리 후보를 비토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 때문에 총리 인준과 장관 낙마 문제를 연계시켜서 지명철회든 자진사퇴든 어떤 형식으로든 일부 논란이 있는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쪽으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청문 정국에서 물밑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윤 당선인으로서도 압도적 의석수를 가진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새 정부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 민주당의 낙마 카드를 일부분 수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할 때 '정호영+α'로 최소 1~2명은 낙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정 후보자는 국민의힘 하태경 등 일부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있어 윤 당선인이 청문회까지 지켜본 뒤 여론이 여의치 않으면 지명철회할 것이란 얘기도 있다. 연장선상에서 윤 당선인이 최측근인 한동훈 후보자에게 쏠리는 공세의 집중도를 분산시키기 위해 정 후보자를 조기 낙마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일각에선 일부 장관후보자의 경우 인사청문회 일정이 확정되지 않고 있고 새 정부 출범 후에도 총리·장관 임명 진통이 장기화 될 경우, 윤 당선인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이나 코로나 추경 예산안 등과 같은 굵직한 현안과 장관 낙마를 두고 야당과 '빅딜'에 나설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과 정의당이 3명 정도는 낙마를 요구할 수 있다고 본다"며 "윤석열 당선인은 한동훈 장관 후보자와 '운명 공동체'라 한동훈은 어떻게든 지키려 할 것이고, 민주당도 의석수를 앞세워 총리 인준을 기피하면 나중에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한덕수, 한동훈 후보자를 제외한 다른 장관 후보자들이 낙마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대선 패배 이후로 당을 끌고 갈 사람이 없고 이번 '검수완박'을 계기로 앞으로 갈수록 더 흔들리게 될 것"이라면서도 "민주당이 의석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청문회에서 까다롭게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윤석열 당선인이 민주당과 빅딜에 나설지는 솔직히 예측불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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