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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쓸통]전장연은 왜 지하철을 세웠나…통계에 드러난 장애인 이동권 현실

뉴시스

입력 2022.04.24 14:00

수정 2022.04.24 14:00

기사내용 요약
국토교통부 '2020년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분석
교통시설 10곳 중 7곳 적합?…통계가 보여주지 못한 현실
저상 마을버스 사실상 0%…고속버스 교통약자 좌석도 無
사정 나은 지하철도 경사로, 통로 등 10곳 중 3곳은 '미흡'
교통약자 위한 서비스 부족…점자책 비치, 보청기 대여 1%
선진국 됐지만 저상 시내버스 보급 목표 달성도 못한 한국

(출처=뉴시스/NEWSIS)
(출처=뉴시스/NEWSIS)
[서울=뉴시스] 김성진 기자 =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로 '장애인 이동권'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지옥철' 출근길에 벌어진 시위로 한쪽에선 '기본권 보장을 위해 기본권이 침해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또 다른 쪽에선 출근길 20분 늦더라도 20년 넘게 이어진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두고 갈등을 빚어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경석 전장연 대표의 '맞짱토론'이 연일 뉴스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회자된 이유도 알 만합니다.

이처럼 장애인 이동권이 화두가 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장애인의 날이었던 지난 20일 "장애인들의 이동권에 더 배려하지 못한 우리 자신의 무관심을 자책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같은 날 "마땅히 누려야 할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더 노력하겠다"면서 "장애인 이동권을 확대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렇다면 교통약자로 분류되는 장애인들의 현실은 어떠할까요. 이는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6월 내놓은 '2020년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연구'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해당 조사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에 따라 이동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는 ▲교통수단(버스, 철도차량, 항공기, 여객선 등) ▲여객시설(버스터미널, 정류장, 역, 공항, 여객선터미널 등) ▲보행환경(보도, 지하도, 육교 등)을 대상으로 이뤄졌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전국 9개 도 지역(제주 포함) 이동편의시설 기준적합 설치율은 72.1%였습니다. 세부적으로는 교통수단 76.5%, 여객시설 74.0%, 보행환경 65.9%로 나타났습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지하철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타기' 시위를 하고 있다. 전장연에 따르면 시위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호선 시청역, 5호선 광화문역 등 3곳에서 동시 진행된다. 2022.04.21.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지하철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타기' 시위를 하고 있다. 전장연에 따르면 시위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호선 시청역, 5호선 광화문역 등 3곳에서 동시 진행된다. 2022.04.21. 20hwan@newsis.com
기준적합 설치율은 교통약자법 시행령에 따라 이동편의시설이 적합하게 설치돼 있는 정도를 의미합니다. 즉, 우리나라 교통시설 10곳 중 7곳이 기준에 적합하지만 3곳은 기준에 미흡하다는 의미입니다.

비장애인 입장에서는 얼핏 보면 그리 나쁘지 않은 수준으로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집니다.

장애인에게 단 한 가지의 불편은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버스와 도시철도 및 광역철도를 놓고 보겠습니다. 먼저 버스의 경우 기준적합 설치율이 88.4%에 이릅니다. 그러나 이는 시내버스, 농어촌버스, 마을버스, 고속·시외버스를 함께 볼 때 오는 착각입니다.

버스차량의 운행계통별 기준적합 설치율을 보면 시내버스는 91.7%에 이르지만, 농어촌은 69.0%, 마을버스는 74.0%이고, 고속·시외버스는 59.4%에 불과합니다.

농어촌버스의 경우 도심에서 흔한 전자문자안내판 기준적합 설치율이 40.4%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농어촌 버스 10대 중 6대에 청각장애인 등을 위한 전자문자안내판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마을버스의 경우 장애인접근가능표시(저상) 기준적합 설치율이 0%로 조사됐습니다. 즉 지하철역까지 주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마을버스에서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를 찾아보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미입니다.

버스차량의 운행계통별 항목별 기준적합 설치현황 비교(자료 제공 = 국토교통부) *재판매 및 DB 금지
버스차량의 운행계통별 항목별 기준적합 설치현황 비교(자료 제공 = 국토교통부) *재판매 및 DB 금지
고속·시외버스는 교통약자용 좌석 기준적합 설치율이 0%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장애인이 고속·시외버스를 이용해 장거리 이동을 하기엔 적합한 환경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버스를 이용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버스 정류장 시설은 어떨까요. 엘리베이터 등 수직이동시설이 있는 터미널, 역사 등 여객시설 주변 150m 이내 버스정류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기준적합 설치율은 34.6%에 불과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턱낮추기(35.0%), 활동공간(57.7%), 동선분리(35.9%), 점형블록(15.8%), 선형블록(18.0%), 안내판점자 및 음성안내(11.0%), 버스정보조회버튼(26.9%) 등 안내판부착위치(76.8%) 항목을 제외하고 전부 기준에 한참 모자랐습니다.

여객자동차 터미널의 경우도 기준적합 설치율이 67.1%밖에 되지 않습니다. 특히 경사로(54.0%)나 점자블록(58.7%), 매표소(54.9%), 장애인 세면대(50.2%), 안내 및 유도시설(18.7%) 등이 교통약자를 위한 배려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버스 회사보다 경영 사정이 나은 도시철도 및 광역철도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도시철도 및 광역철도 차량의 기준적합 설치율은 86.6%입니다. 다만 차량 내 목적지표시(55.2%), 장애인접근가능표시(56.7%) 등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입니다.

도시철도 및 광역철도 역사의 경우 내외부 시설 전체 기준적합 설치율이 87.4%지만, 내부를 살펴보면 차량까지 접근하기 위한 출입구(76.2%), 통로(68.1%), 경사로(77.7%), 장애인 매표소(71.4%) 등은 여전히 10곳 중 3곳 정도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세면대(77.1%) 등 위생시설도 부족했습니다.

더 나아가서 교통약자 이용편의 서비스는 어떨까요. 교통약자법 시행령 15조는 한국수어·통역서비스, 휠체어, 점자안내책자, 보청기기, 공중팩스, 탑승보조서비스 등을 교통약자에게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교통약자이용편의서비스 제공률. (자료=국토교통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교통약자이용편의서비스 제공률. (자료=국토교통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버스터미널을 비롯해 도시철도 및 광역철도 역사, 철도역사, 공항, 여객선터미널 등 전국 여객시설 759개 가운데 444개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교통약자 이용편의서비스 제공률은 42.4%에 불과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탑승보조서비스(74.9%), 휠체어대여(37.6%), 공중팩스 비치(7.4%), 한국수어·통역서비스(2.3%), 점자안내책자비치(1.4%), 보청기대여(1.1%) 순으로, 특히 시·청각 장애인이 교통이용에 도움을 받기 어려운 환경으로 조사됐습니다.

여객시설 주변의 장애인 보행환경도 미흡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사에 따르면 전국 여객시설 주변 보행환경 기준적합 설치율은 65.9%였으며, 점자블록(39.6%), 노상주차장의 장애인전용주차구역(45.0%) 등의 설치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이들 교통수단과 여객시설, 서비스 등을 이용한 교통약자들의 만족도는 어땠을까요. 면접과 설문 등을 통해 조사된 교통약자의 만족도는 65.8점, 비교통약자의 만족도는 73.0점으로 조사됐습니다. 교통약자의 만족도는 비교통약자의 만족도나 종합 만족도(67.9점)보다 낮게 나왔습니다.

해당 조사는 교통약자의 만족도가 낮은 이유까지 설명하지 않지만, 교통약자 이동실태 조사를 살펴보면 어림짐작은 됩니다.

교통약자의 지역 내 이동 조사에서 외출목적은 ▲직업 또는 업무상 외출(34.7%) ▲병원(23.7%) ▲복지관·경로당(14.4%) 등의 순이었으며, 이때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버스(55.1%) ▲걸어서 또는 휠체어(16.6%) ▲자가용(9.5%) 등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장애인이 일하거나 병원에 갈 때 버스나 도보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 앞서 살펴봤듯이 버스나 정류장, 그곳까지 가기 위한 보행환경 등이 기준에 미흡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기 때문에 만족도가 낮은 것은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기본적인 시민권 보장을 촉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한 21일 서울 약수역 앞에서 시민들이 지하철 운행 지연에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2022.04.21.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기본적인 시민권 보장을 촉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한 21일 서울 약수역 앞에서 시민들이 지하철 운행 지연에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2022.04.21. photocdj@newsis.com
교통수단별 만족도에서도 이같은 불만을 엿볼 수 있습니다. 교통약자의 교통수단별 만족도는 ▲항공기(75.3점) ▲철도(72.7점) ▲도시철도(70.7점) ▲고속·시외버스(66.4점) ▲시내버스(65.9점) ▲여객선(62.5점) ▲보행환경(62.0점)순으로, 시내버스와 보행환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끝으로 해당 조사에서 실시한 저상버스 실태조사를 인용하면서 마무리할까 합니다.

정부는 제3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 변경안에 따라 2021년까지 수평승하차가 가능한 저상버스를 전국 시내버스의 42.0%까지 보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보급률은 겨우 27.8%로 목표치의 66.1%에 불과했습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에 따르면 영국은 저상버스나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버스가 2004년 52%에서 2017년 99%까지 확대됐다고 합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가 변경되고, 세계 경제 10대 강국에 오른 우리나라가 10대 중 4대 꼴로 만들겠다는 저상버스 약속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을 생각해보면, 20년 넘게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출근길 시위에 나서시는 분들의 마음도 이해가 갈 만합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ksj87@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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