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장병들의 정신세계와 가치관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의 질의에 대한 답변 자료에서 "대적관 약화가 경계작전 태세의 이완으로 이어졌다, 우리 장병들의 국가관과 안보관, 군인 정신을 확실히 해야 한다"며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누가 우리의 적인지, 왜 싸워야 하는지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후보는 "북한이 다양한 형태의 도발을 지속하고 우리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한 적으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사실 이번 정부 지난 5년간은 신냉전 지정학에 부응한 동맹 확장보다 도리어 70여년 된 한·미동맹 마저 약화하는 상황을 자초해 ‘포괄적 전략동맹’은 용어상으로만 회자할 뿐 그 실천과 정책화는 사실상 멀어져 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 정권 교체기를 맞아 새 정부는 국방 외교·안보 측면에서 '잃어버린 주적관'과 '느슨해진 한·미동맹'을 다시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어 미국도 한국의 이러한 움직임을 반기는 모양새다.
새롭게 창출된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미래 한·미동맹의 수준과 신냉전 지정학 시대에 한국의 입지와 위상을 결정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문민통제의 본질은 군대를 통제하는 것이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 되도록 한 장치"라며 "문민통제는 무력을 보유한 군이 그 무력을 수단으로 정치권력을 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민간인이 군을 통제하고자 한 것"이라고 짚었다.
군인이 정치 문턱에 기웃거리지 말고 군부대 내에서 '국가수호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히 하라'는 주문이라는 해석이다.
반 센터장은 "두 번째로 '문민통제'는 군대가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군사적 판단과 군사대비태세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민군관계에 대한 지적 고민을 했던 '새뮤얼 헌팅턴'도 군의 전문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년간 한국군은 대규모 연합실기동훈련은 진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NLL(남북 해상 군사 분계선:Northern Limit Line) MDL(남북 간 군사분계선:Military Demarcation Line)등 국경지대에서 기동훈련이나 실사격훈련을 할 수도 없는 군이 됐다. 노크 귀순, 오리발 귀순, 삼척항 귀순 등 경계태세가 뚫리는 사례는 지속해서 반복됐다.
이어 반 센터장은 "이런 상황 속에서 대적관 따위는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고착되면서 군 본연의 임무가 무엇인지 혼란을 겪게 되는 상황에 치달은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이렇게 되어버린 군대를 ‘대적관’ 확립을 통해 바로 세우려 하는 것은 군대 정상화를 위한 필수적인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문민통제 잘 되었다면 도발을 도발로 지칭하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군다운 목소리 냈을 것
그동안 군 안팎에서는 국방백서에 ‘주적개념’을 삭제하고 북한의 도발을 도발이라 부르지 못하고 미사일을 '발사체'로 지칭하면서 홍길동 군대가 된 것은 군대의 정치종속을 방증한다는 목소리가 수없이 나왔지만 묻혔다.
9·19 군사합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인 2019년 김정은이 창린도를 시찰 중 포사격을 지시하면서 합의를 위반했지만, 한국군으로부터 엄중한 규탄과 단호한 대응책은 보이지 않았다.
2020년 북한군에 의해 서해에서 공무원이 피살되는 상황에서도 우리 해군은 국민보호를 위해 북한에 일방적 송신을 한 뒤에 NLL을 진입을 시도하는 단호한 소명의식은 보이지 않았다. 북한이 탄도탄 도발 등 수많은 무력시위 속에서도 미국, 일본과 달리 ‘분석 중’이라는 답변으로 시간만 흘려보냈다.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면서 군사대비태세 약화가 우려된다고 이러면 안 된다고 군사전문성을 바탕으로 바른 소리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군 수뇌부는 보이지 않았다. 이 모든 것들이 이번 정권 문민통제가 잘 되었기 때문이라고 박수쳐야할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문민통제가 제대로 선순환되었더라면 군사적 전문성이 정치적으로 무시될 때 우리 군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제대로 군대다운 목소리를 냈을 것이다. 국가사유화나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이나 결정에 대해 아무 말도 못하는 군대가 문민통제를 잘 따른다고 박수를 받을 일은 아니다.
■진짜문제는 '정치종속화된 군대'의 모습 정치에 종속되지 않으려는 대적관 명확히 '군대의 본질회복'이 우선
반 센터장은 지난 5년간은 "문민통제의 모습이 아니라 '정치종속화된 군대'의 모습이었다"고 지적하고 "문민통제 원칙이 잘 정착된 미국에서도 부당한 명령이나 국가에 해가 되는 요구에 대해서는 개인의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군인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일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반 센터장은 "2019년 11월 백악관에 근무 중이던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은 하원에 나가 트럼프에 불리한 증언을 했다"며 그것은 "개인적 불이익을 감수하고 군인으로서 소명을 지키기 위한 소신 발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센터장은 "2020년 당시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시위대를 최루탄까지 쏘며 강제해산 시킨 사태가 있던 시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맞은편 교회에서 단체사진을 찍어 논란이 되자 이에 사과했다"며 "항명처럼 비칠 수 있는 사과였지만 군이 정치에 종속된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이를 주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난 5년간 우리 군이 문민통제를 충실히 잘 받았다고 박수를 쳐줄 일이 아니라 이처럼 정치적으로 종속되지 않으려는 노력이 얼마나 있었는지 성찰해 군대의 본질을 회복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해석이다.
김덕기 동아대학교 특임교수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지도자의 리더십과 국민과 군의 단결, 강한 정신력의 중요성을 배울 수 었다"면서 "우리 군도 최신식 무기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주적(主敵)인 북한의 실체를 정확히 인식하고 어떠한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 강한 정신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주는 교훈을 바탕으로, 국민이 단결해야 함은 물론, 군이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해 어떠한 위협에도 슬기롭게 대응하는 힘을 가지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남남갈등 부추기는 현정권과 차기정부 진짜 갈라치기는 북한 선전매체와 '친서정치' 비판받아 마땅...
한편 지난 22일 현 정부의 내달 9일 정권 이양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친서를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북남 수뇌분들께서는 서로가 희망을 안고 진함 없는 노력을 기울여나간다면 북남 관계가 민족의 염원과 기대에 맞게 개선되고 발전하게 될 것이라는 데 대해 견해를 같이하시면서 호상 북과 남의 동포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전하셨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도 이날 "양 정상은 서로가 희망을 안고 노력을 기울여 나간다면 남북관계가 민족의 염원과 기대에 맞게 개선되고 발전하게 될 것이라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북한이 이번 정권 거의 처음으로 문 대통령에게 예의를 갖춘 것과는 달리 윤석열 당선인을 겨냥한 막말 공세를 빼놓지 않았다.
북한 대외 선전 매체 우리 민족끼리와 통일의 메아리 등은 같은 날 "최근 윤석열이 입에서 뱀이 나가는지 구렁이가 나가는지도 모르고 함부로 설쳐대고 있다"며 "친미 사대 행위를 일삼으며 반공화국 대결 소동에 매달리고 있는 윤석열 패당의 어리석은 망동이 앞으로 남조선에 커다란 재앙을 몰아오게 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명백하다"는 등 힐난을 퍼부었다.
새 정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군의 ‘대적관’ 문제를 언급한 것이 갈라치기가 아니라 바로 이것이 한국 내 남남 갈등과 현 정부와 차기 정부 간 갈등을 부추기는 북한의 '갈라치기'의 전형으로 비판받아야 할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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